삶, 숨, 쉼터 나무 이야기 120

부여 가림성 백제병사 충혼 소나무

부여 가림성 백제병사 충혼 소나무 중국 제나라 관중의 저서 관자에 있는 ‘민이식위천 왕이민위천’은 ‘백성은 먹는 것이 하늘이고, 왕은 백성이 하늘이다.’라는 말이다. 백제 제24대 동성왕이 가림성을 쌓은 건 바로 그 하늘인 백성을 잘살게 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리고 왕의 절대권력이 백성(하늘)을 지키기 위함이라 믿었기에, 가림성의 병사들은 그 하늘(백성)을 지키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백제라는 나라 이름이 있건 없건 오직 하늘인 백성을 위해 굳건히 성을 지켰다. 하지만 사치와 향락에 빠져든 동성왕의 행각은 하늘의 버림을 받았다. 501년 8월, 동성왕은 가림성을 축조한 위사좌평 백가를 성주로 임명했으나 백가는 불만을 품었다. 그해 11월 사냥을 나간 동성왕이 큰 눈에 갇혀 가림성 가까이 머물렀다. ..

공주 공산성 쌍수정 인조 느티나무

공주 공산성 쌍수정 인조 느티나무 백제의 제22대 문주왕(?~477)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개로왕의 아들이라 했으나, 왜의 일본서기는 개로왕의 동생이라 했다. 이 문주왕이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침략으로 한성에서 웅진으로 수도를 옮겨 쌓은 성이 공주의 웅진성(공산성)이다. 그리고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에 이어 성왕 16년(538)에 사비(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대 63년간 웅진백제의 도읍지였다. 초기에 토성이었으나, 신라 영토가 되면서 석성을 쌓은 토석혼축산성이다. 웅진성은 고려시대에 공산성이 되었다. 고려 현종 2년(1011)이다. 거란족의 침입에 나주로 피난 가던 현종이 이곳 공산성에 들렸다. 그리고 개경으로 돌아가던 중 또다시 6일을 머물며 절도사 김은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이 인연으..

경남 함안군 어계 은행나무

경남 함안군 어계 은행나무 고려 공민왕 때이다. 어느 날 밤 전서 벼슬의 조열, 판서 성만, 평리사 변빈, 박사 정몽주, 전서 김성목, 대사성 이색 등이 술자리를 가졌다. 이때 이색이 ‘비간은 죽었고 미자는 떠났으며 기자는 종이 되었으니, 우리도 각자 뜻을 따라서 처신하자.’고 하였다. 이색의 이 말은 논어 제18편의 미자편에 있는 ‘포악무도한 은나라 주왕의 폭정에 미자는 나라를 떠나고, 기자는 노예가 되었으며, 비간은 간언하다 죽었다’는 고사이다. 이색은 이 고사를 들어 고려의 몰락과 이를 지켜보는 참담함을 한탄했다. 1391년 조열은 공양왕에게 이성계의 병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남 함안으로 왔다. 1394년 조선을 개국한 태조의 부름을 받았다. 정2품 공조전서가 되..

곡성 옥과 입면 조통 느티나무

곡성 옥과 입면 조통 느티나무 아왕공주는 고려 20대 신종의 딸로 본명이 공심(公心)이다. 이때는 최충헌의 무신정권 시기로 일부 집단의 권력 독식은 고려를 극도로 부패시켰고, 백성들은 그들의 횡포에 시달렸다. 1198년 최충헌의 종 만적의 난, 1199년 명주(강릉)의 도적이 삼척과 울진 두 현을 함락시켰고, 동경(경주)에서도 도적이 명주현의 도적과 연합하여 노략질을 일삼았다. 1200년 4월 진주 민란, 같은 달에 밀성(밀양)의 관노 50여 명의 관가 습격, 운문(청도)의 난민들 반란이 있었다. 8월에는 동경(경주)에서 이의민의 친족들과 아전들의 싸움이 있었다. 김해에서도 하층민들이 관군과 대치하였다. 이에 ‘신종실록’은 신종은 허수아비처럼 왕이라는 이름으로 백성들 위에 앉아 있었을 뿐이니 참으로 애석..

밀양 표충비각 사명대사 향나무

밀양 표충비각 사명대사 향나무 밀양시 무안면에는 호국불교, 의승병의 상징인 사명대사 유정의 탄생지가 있다. 그리고 탄생지 들머리에 조선시대에 지은 홍제사와 그를 기리는 표충각과 표충비각이 있다. 사명대사는 중종 39년(1544) 10월 17일 풍천 임씨 임수성의 둘째 아들로 밀양 무안면 고라리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유정, 자는 이환(離幻), 호는 사명, 종봉, 송운 등이고 시호는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증조할아버지 임효곤은 문과 급제로 장악원정을 지냈고, 할아버지 임종원도 문과 급제로 강계부사를 지냈다. 이곳 고라리에 생가와 유적지 기념관이 있다. 다음은 1594년 9월 사명대사가 선조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의 내용이다. ‘신은 풍천임씨의 후예로서 조부 때 영남 밀양에 이적하여 밀양부민이 되어 살..

보길도 세연정 윤선도 소나무

보길도 세연정 윤선도 소나무 해남 땅끝항과 남성항이나 완도 화흥포항에서 배에 오르면 다도해의 푸른 보석인 노화, 소안, 보길도 등 세 섬에 안겨볼 수 있다. 물론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이 세 섬과 얼싸덜싸 함께하는 뭍 섬을 팔 벌려 안아볼 수도 있다. 보길도는 그 생김새가 쟁기에 끼우는 보습 같아서 어원인 ‘보고래 섬’에서 얻었다. 윤선도(1587~1671)의 원림이 있는 마을 이름 부용동은 반쯤 핀 연꽃과도 같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그러니까 이곳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이 푸른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연꽃송이 꽃잎인 것이다. 어찌 보면 여러 차례 유배를 당하며 정치적 부침을 거듭한 윤선도 역시 물결치는 바다의 연꽃송이 같은 삶을 살았다. 인조 14년(1636) 12월이다. 병자호란에 인조는 ..

함양 휴천면 목현마을 정대영 구송

함양 휴천면 목현마을 정대영 구송 휴천은 이름처럼 내가 쉬는 곳이다. 물길이 흐름을 멈출 리 없지만, 먼 길 가는 나그네에게 잠시의 쉼은 삶과 숨의 여유와 낭만일 게다. 여기 휴천면의 나뭇골인 목현마을에 가지가 아홉이어서 구송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자태의 소나무가 있다. 세월이 흐르며 가지 둘이 없어졌다지만 그런들 어쩌랴? 본디 이름이란 불리우고 남겨지면서 의미가 깊어지는 것이다. 여기 휴천면을 만든 지리산은 ‘방장’, ‘두류’라는 이름도 있다. 백두산 줄기가 흐르는 곳, 머무는 곳이어서 두류이다. 또 방장은 신선이 살고 불사의 영약이 있으며 뭇 짐승이 모두 흰빛, 궁전은 금은으로 지어졌다는 봉래, 영주와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이다. 바로 그 지리산이 흐르는 곳, 잠시 머무는 곳을 지키는 휴천면 목현마을의 ..

남원 정충사 황진 소나무

남원 정충사 황진 소나무 조선시대 으뜸 장수는 누구일까? 대부분 이순신을 떠 올릴 것이다. 그럼 육군에서만은 누구일까? 여긴 답이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단연코 황진(1550~1593)이다. 황진은 임진왜란에 나라의 운명을 바꾼 용장이다. 선조 9년(1576) 27살 때 무과에 급제하였고 첫 전투는 1583년 함경도 회령의 야인여진 니탕개의 난 평정 때이다. 이때 평생의 벗이자 1593년 제2차 진주성전투에서 순절한 김해부사 이종인과 함께 눈부신 활약을 했다. 1590년 임란 두 해 전이다. 황윤길과 김성일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갈 때 선전관인 황진은 호위무사였다. 이때 일인들이 50보 과녁을 쏘아 맞히고 자랑하자, 황진은 작은 과녁을 그 옆에 세워 명중시킨 뒤, 마침 날고 있는 새 두 마리까지 떨어뜨렸..

영월 청령포 단종 소나무

영월 청령포 단종 소나무 평창군 북부 오대산 남쪽에서 나온 평창강과 횡성군 태기산 남쪽에서 나온 주천강이 영월 한반도지형에서 만나 서강이 된다. 이 서강이 영월읍으로 들어가기 전 검각산에서 내려온 산줄기를 만나 한 바퀴를 기라죽이 휘도니 바로 청령포이다. 또 이 서강이 곧 영월읍에서 동강을 만나 남한강의 이름을 얻는데, 이곳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이고 청령포는 그 머리다. 아니다, 잠시나마 비운의 왕 단종(1441~1457)이 머문 곳이니 봉황의 머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처 날아오르지 못했고 지금도 엎디어 있다 생각하니, 열여섯에 생을 마감한 왕의 유배지였구나 하면서 가슴이 절절하다. 1452년 11살의 단종은 왕위에 올랐다. 하지만 재위 1년만인 1453년 10월 10일 숙..

화성 신풍루 삼정승 느티나무

화성 신풍루 삼정승 느티나무 조선 22대 왕 정조는 보위에 오르자, 아버지가 묻힌 양주 남쪽 배봉산의 영우원을 수원의 화산으로 옮겨 현륭원이라 했다. 또 행궁인 화성을 현륭원 북쪽 팔달산에 지었다. 이 화성은 정약용이 설계하고 거중기 등의 새로운 기술로 1794년 1월에 시작하여 1796년 8월에 완공하였다. 이의 일을 봉조하, 김종수 등이 정리하니 10권 10책의 화성성역의궤이다, 이 책은 각종 공사법, 수성과 공략의 무기와 대응, 공사 기자재의 모습과 사용법, 관청의 명칭과 관원 이름, 정조의 윤음 및 각종 지시전달문과 보고문, 물품의 종류와 수량 등까지 담고 있다. 심지어 건물 격자의 모양, 축성 재료가 어느 지방 것인가? 석수 642명, 목수 335명 및 기타 일반 백성들의 이름 등 2년 8개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