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숨, 쉼터 나무 이야기 120

강진 백운동천 이담로 뽕나무

강진 백운동천 이담로 뽕나무 월출산이 영암의 산이냐, 강진의 산이냐? 영암에서 아름답냐, 강진에서 더 아름답냐? 는 말은 그저 월출산의 아름다움과 신령스러움을 말이나 글로써 다할 수 없음이다. 그뿐인가? 천황봉에서 사해를 눈에 두면 지리산 끝자락과 바다 건너 한라산이니 바로 제황의 위엄이다.백두대간의 돛대인 지리산에서 광주의 무등산과 순천의 조계산, 그리고 영암의 월출산을 이어보면 마치 다이아몬드 모양이다. 또 지리산이 머리이고 무등산과 조계산이 두 젖무덤이니, 당연히 월출산은 두 젖이 키운 용이다. 이 용이 달을 여의주로 입에 물고 한반도 남서해에서 대양을 향해 날아오른다. 더하여 월출산은 달을 낳는 산이고 달이 오르는 산이다. 맑거나 운무가 흐르고 구름이 가려도, 비 흩뿌리고 눈 날려도, 봄, 여름,..

남원 광한루원 춘향 버드나무

남원 광한루원 춘향 버드나무 춘향은 봄의 향기이니 향기로운 봄이다. 민들레건, 장다리건 눈 감으면 그 봄꽃 향기에 나풀나풀 나비가 난다. 남원은 봄의 고을이다. 그 남원 광한루원의 꽃과 나비는 또 춘향이다.월매는 남원부의 관기로 한여름이면 여뀌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요천가에 살았다. 1595년 딸을 낳아 옥녀라 했다. 옥구슬처럼 예쁜 옥녀는 1610년 15살에 계례를 치르고 춘향이라는 자를 받았다. 봄의 향기이자 향기로운 봄의 처자 춘향은 어머니를 따라 관기로 입적되었다.그 해 단옷날이다. 요천강 강가 능수버들에 그네가 걸렸다. 춘향과 몸종인 향단이는 요천강으로 나갔다. 그네 위 춘향이의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펄럭이니 올라갈 땐 제비요, 내려올 땐 나비였다. 이때 춘향의 모습을 지켜보는 소년은 남원부사 ..

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지리산의 동쪽 한 줄기가 내려와 살그머니 발을 멈추니 단성면의 니구산이다. 역시 단성면 청계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계곡물이 이 니구산에서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수천(남사천)이다. 그리고 남강으로 들어가며 만든 반달 모양의 텃밭이 사월리(沙月里)이다. 위쪽은 위니까 상사월, 아래는 남쪽이니 남사월, 합쳐서 남사촌이다.니구산과 사수천은 공자의 고향 산동 곡부의 뒷산과 그곳 사수현에서 비롯된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옛담, 예를 갖춰 나그네를 맞는 담이니, 마을의 한옥에서 예와 효의 기풍이 느껴지는 연유이다. 또 그 전통은 엄격하고 딱딱함이 아니다. 고샅길을 싸목싸목 걸으면 마치 어머니 품의 평화, 외갓집의 그리움이 새록새록이다. ‘아무개야!’ 부르면 ‘응, 나갈게!’ 친구 얼..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의 설국은 왜국 ‘니키타현’이다. 풍광과 품질 좋은 쌀의 고을이지만, 1922년 8월, 조선인 노동자 집단학살 피의 고장이니 혈국이기도 하다. 당시 여기 ‘시나노가와’댐 공사장 8백여 인부는 주로 경남 일대의 농민이었다. 그때 밀양에서 온 19살 김갑철은 도망가다 잡혀 온몸 10여 군데를 쇠갈고리에 찍힌 뒤 눈구덩이에 나체로 묻혔다. 또 우윤성 등 3인도 벽돌 찍는 틀 속에 나체로 넣어져 인간벽돌이 되었다. 그렇게 사망자만도 1백여 명인 이곳은 하얀 눈 나라의 붉은 핏빛 ‘지옥의 계곡’이었다. 이 끔찍한 만행을 ‘박열’ 등 ‘흑도회’가 밝혔고, ‘한바’라는 합숙소에 죄수처럼 갇혀 하루 ..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한반도의 봄이 남해를 건너오더니, 맨 먼저 섬진강에 내려앉는다. 강 하류 고을 광양과 하동 산기슭의 매화가 온통 벌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다. 그 봄은 쏜살같이 강을 거슬러 오르며 강 중류 고을 구례에 이르니 온 산천이 산수유 노란빛이다.그 봄 길에 ‘얼쑤!’ 장단 맞춘 튀밥꽃인 조팝꽃이 ‘펑펑!’ 사방으로 튀어가 진달래, 개나리를 깨운다. ‘어? 봄이구나 봄!’ 기지개 켜며 말할 틈도 없이 목련, 살구, 홍도, 돌배마저 벌어지면 그저 온 산천은 한 마디로 꽃대궐이다.한해의 그 봄은 평생에 딱 한 번이다. 그리 소중한 이 좋은 봄날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가 볼 곳이 또 딱 한 곳 ..

장흥 해동사 안중근 소나무

장흥 해동사 안중근 소나무 1905년 러일전쟁이 지나간 뒤다. 이토히로부미가 한 발로 조선 땅을 밟고 또 한 발로 이완용, 권중현, 이근택, 박제순, 이지용 등도 밟아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초대 통감이 되었다.1909년 2월 7일, 러시아 크라스키노 마을이다. 안중근과 김기룡, 강기순, 정원식, 박봉석, 유치홍, 조순응, 황길병, 백남규, 김백춘, 김천화, 강두찬 등 12명이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결의하고 왼손 약손가락 첫 마디를 잘랐다. 펼쳐 놓은 태극기에 솟구치는 선혈로 대한독립을 쓰고 우렁차게 외치는 ‘코레아 우라(대한만세)’ 삼창이 하늘과 땅을 흔들었다.같은 해 10월 26일, 하얼빈역이다. 이토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프체프와 열차 회담을 마치고 의장대를 사열할 때였다. 품에서 권총을..

구례 산동 계척 할머니 산수유

구례 산동 계척 할머니 산수유 구례 계척 마을이 있는 산동면은 1,732m의 반야봉과 만복대, 노고단, 깃대봉, 견두산이 둘러싼 산골이다. 이곳의 봄은 온 산천을 노오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으로 시작한다. 그저 하늘만 빼놓고 온 산야가, 심지어 흐르는 시냇물까지도 노오란 산수유 꽃 빛이다.전국 생산량의 60%인 이곳 구례 산동의 산수유는 신비의 약재다. 이른 봄 연노란 꽃이 피어, 꽃이 적은 시기에 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가을에 붉은 열매를 대롱대롱 맺는다. 구기자와 비슷하나 조금 작은 대신 더 단단하고 야무지다. 이 산수유 씨앗에 독성이 있어 제거하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이로 일일이 발라냈다 한다. 그저 쉬운 결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에 숨은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으니, 산수유 한 알에도 삶의 진..

산청 산천재 조식 남명매

산청 산천재 조식 남명매 조식(曺植)의 본관은 창녕, 호는 남명이다. 연산군 7년(1501) 경남 합천 삼가현 외조부 이국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조언형, 어머니는 인천 이씨이다. 조식이 태어나기 전 이국의 집터를 본 지관이 ‘어느 해에 성현이 태어날 명당’이라 했고 그 어느 해에 조식이 태어났다.조식은 어린 시절부터 어떤 의문이 다 풀릴 때까지 캐물었다. 정신력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 두 손에 물그릇을 들고 밤을 새웠다. 그렇게 유교 경서와 제자백가, 불교, 노장사상, 천문, 지리, 의학, 병법, 궁마 등 학문과 무예를 익히고 닦았다. 또 칼 ‘경의검(敬義劍)’과 한 쌍의 방울 ‘성성자(惺惺子)’를 차고 다녔다. 이 칼과 방울은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

양산 통도사 자장매

양산 통도사 자장매 봄은 계절이 여름과 갈겨울을 지나서 다시 보니 봄이다. 하지만 어찌 세상의 모든 봄을 다 볼 수 있으랴? 그럼에도 한겨울에 봄을 보는 동백꽃, 역시 두 해에 걸쳐 이름 봄을 맞는 납월매를 본다면 이 세상 봄맞이꽃을 모두 본 ‘봄’이자, 계절 ‘봄’이리라.납월(臘月)은 섣달이다. 양산 통도사 납월매의 같은 이름은 자장매이다. 자장(慈臧 590~658)은 속성이 김 씨로 신라의 진골 귀족이었다. 선덕여왕 때인 636년 당나라에 가서 오대산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대장경과 가사, 부처의 진신사리를 얻어 643년 귀국했다. 이 자장이 불교의 계율을 정비하여 자장율사이며, 창건한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서 법보사찰이다. 또 여기 통도사는 대웅전의 석가불 대신, 금강계단을 지어 사리를 ..

장성 백양사 고불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백양사의 백암산, 내장사의 내장산은 가을이면 울긋 물들고 불긋 어울려 온 세상이 단풍이다. 하지만 가을 내장, 봄 백암이니, 백암산의 봄을 봐야 두 그림은 마침내 한 폭이 된다.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에 여환이 처음 지었다. 이때 이름은 백암산 백양사, 고려 덕종 3년(1034) 중연이 다시 지어 정토사라 했다. 그러다 조선 선조 7년(1574)에 환양이 백양사라 이름을 바꿨다. 이는 환양의 법화경 독경 소리에 백학봉의 흰 양 떼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양을 부른다’는 뜻의 환양(喚羊)이 법명이 된 연유이다.역사가 천년이 넘은 만큼 여러 이야기가 백양사에 쌓여있다. 그중 백암산 꼭대기 상왕봉 암반 위 고려 시대의 암자 운문암 이야기는 그저 하는 허투루 이야기가 아니다.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