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숨, 쉼터 나무 이야기 121

평양 만수대예술극장 홍범도 나무

평양 만수대예술극장 홍범도 나무 평양부 보통문(서문)에 들어서면 임란에 조선 파병을 ‘만력제’에게 주장한 명의 병부상서 ‘석성’을 기리는 ‘무열사’가 있다. 6·25 때 미군 대공습에 평양의 ‘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졌고, 1593년에 세운 이 무열사도 한 줌 재가 된 뒤 ‘평양만수대예술극장’이 들어섰다.홍범도(1868~1943)가 이 무열사 마을에서 태어난 것은 홍경래 혁명 때 증조부 홍이팔이 처형되고 조부 홍동철이 이곳에 숨었기 때문이다. 홍범도 어머니는 출산 후유증으로 일주일 만에, 젖동냥으로 아이를 키운 머슴살이 아버지 홍윤식은 아홉 살 때인 1877년 세상을 떴다.머슴살이를 하며 열다섯 살이 되자, 홍범도는 나이를 열일곱이라 속여 평안감영 나팔수가 되었다. 하지만 감영 병사들의 상하 차별과..

나주 금학헌 팽나무

나주 금학헌 팽나무 나주는 전주와 함께 전라도의 이름이 된 천년고도이다. 전라북도 옥구김제정읍으로 이어지는 들녘이 지평선평야라면 전라남도 나주함평무안으로 이어지는 들녘은 구름평야이다. 이 기름진 땅은 민초들의 생명줄이었고, 그 민초와 영웅호걸, 절세가인이 민담이 되는 삶터였다.나주 목포(지금의 나주역 터) 나루터 흑룡동에 살던 오 씨 처녀는 고려를 세운 왕건과 혼인하여 장화왕후가 되고 아들 ‘무’는 고려 2대왕 혜종이다.이때 왕건과 서남해역의 패권을 다투던 능창은 압해현(전라남도 나주의 속현)의 장수로서 바닷길에 능해 ‘수달(水獺)’이라고도 불렀다. 장보고 청해의 뒤를 이어 해상왕국을 세운 능창은 압해에서 갈초도(전남 영광군 군남면 육창마을)에 이르는 어민들을 거느리고 고려의 왕건에 맞섰다. 그러나 왕건..

익산 이리농림학교 장형두 나무

익산 이리농림학교 장형두 나무 난세의 영웅이자, 풍운아는 주로 무인, 정치인 등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전쟁이나 내란에서 백성을 많이 죽여서 위대해진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를 추구한, 외교가와 학자가 더 우러러지는 진정한 영웅, 풍운아가 아닐까 싶다.그렇다면 조선 최고의 천재 식물학자이자, 한글 사랑을 실천한 민족의 선구자, 전 재산을 아낌없이 식물학 연구에 바쳐 후세를 연 장형두는 영웅이자, 풍운아가 맞다.장형두는 1906년 광주 누문동에서 5천석 부자의 유복자로 태어나, 계림동에서 살았다. 1918년 도쿄원예학교 연구과에 입학하였고, 1920년 일본부립원예학교에 다녔다.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의 뒤따른 화재를 ‘조선인의 방화다’며 관동 자경단의 ‘조선인 사냥’이 자행되었고 일..

무등산 환벽당 김윤제 매화

무등산 환벽당 김윤제 매화- 봄의 꽃은 맞이함이 맞는 말이다 봄은 꽃으로부터 시작하는가 싶다. 북풍한설이 바뀌어, 코끝을 스치는 남녘에서 오는 바람이 상큼하다 못해 움츠렸던 몸과 맘이 훨훨 날 듯 가볍다.이내 겨우내 메마른 가지에 개미 눈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어느새 왔는지, 눈을 비비고 다시 비벼도 나무는 연두나 연분홍 옷을 입는다. 그 자연의 변환은 누구도 막지 못하고 더하여 잡지도 못한다. 그저 그 순환 속에서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살아있음의 은혜에 삼가 허리를 굽힐 일이다.봄에 꽃을 보러 간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움이다. 온 산천에 찾아온 꽃을 보는 게 봄인데 굳이 어디로 보러 간단 말인가? 내 옆의 행복을 못 보고 산 너머로 행복을 보러 가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보고 있는 봄의 꽃은 맞이..

낙안 금전산 금둔사 납월매

낙안 금전산 금둔사 납월매 납월은 음력 12월 섣달을 이르는 말이다. 이때 꽃이 피는 매화는 납월매이다. 가지에 붙어있는 흰 눈 틈에 한 송이 두 송이 살포시 벌어져 정월 보름 무렵이면 만개한다. 순백의 푸른 빛 감도는 청매, 어머니의 저고리색 설매, 누님의 치마색 연분홍매, 서너 살 아이의 붉은 입술색 홍매가 앙증맞고 향기롭기까지 하다.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 금둔사의 새봄은 이 청, 백, 홍의 납월매로 열린다.‘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뜰 가 앞선 섣달 봄을 차지했네/ 꽃핀 가지 반쯤 떨어져 고운 화장 지워지고/ 눈이 개니 이내 녹아 아롱아롱 걸려있네// 차가운 그림자는 금샘의 햇살 나직이 가리우고/ 서늘한 향기 창가 먼지 가볍게 묶는구나/ 내 고향 시냇가 매화나무도/ 서녘 먼 길 떠난 나를 ..

나주 왕곡 금사정 금강계 동백나무

나주 왕곡 금사정 금강계 동백나무 영산강이 자기 이름의 영산포를 지나 가야산 앙암바위를 가파른 물결로 돌아서면 저만큼 석관정이다. 이 석관정에 이르기 전 영산강이 물길 한 자락을 빙 돌려 섬 하나를 만든다.이 길쭉하고 둥근 알 같은 섬을 야트막한 산이 두 날개를 활짝 펴 품고 있으니, 바로 봉의산이다. 또 이 산 생김새가 봉황이고 머리의 자리에 나주 왕곡 금사정이 있다. 그리고 금사정은 조선 중종 시기의 기묘사화에 닿아있다.중종은 1488년에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 사이에서 태어났다. 연산군의 이복동생으로 이름은 역(懌), 자는 낙천(樂天)이다. 1494년에 진성대군에 봉해졌다.연산군 12년인 1506년 9월 2일이다. 반정으로 진성대군이 왕위에 올랐으니 중종이다. ‘어질고 효성스러우며 부지런하고 검소하였..

라오스 왓씨무앙 사원 천년 보리수나무

라오스 왓씨무앙 사원 천년 보리수나무 인도차이나반도의 유일한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2천여 년 전 여러 소국의 연합체인 ‘애뢰’ 왕 시대를 지나 1353년 ‘파응움’ 왕이 크메르 제국으로부터 독립하여 ‘루앙 프라방’에 ‘란쌍 왕국’을 세운다.란쌍 왕국은 라오스의 ‘쎄타티랫’ 왕(1547-1571) 시대에 외세를 극복하고 1563년 비엔티안으로 천도하여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쎄타티랫 왕 사후 왕위계승 분쟁, 거듭되는 미얀마의 침공에 시달리다가 ‘쑤린야웡싸’ 왕(1637-1694) 때 다시 안정기를 맞는다.이 시기의 비엔티안에 많은 사원의 건설과 화려한 예술품, 라오스 문자의 문학, 서양과의 교역도 활발하였다. 이때 란쌍 왕국에 왔던 네덜란드 상인 ‘부이스토프’가 1641년 비엔티안 외곽 사원으로 가는 왕의..

라오스 탓루앙 사원 세타티랫 왕 덕참파꽃

라오스 탓루앙 사원 세타티랫 왕 덕참파꽃 라오스인들이 숭배하는 신성한 탑은 ‘탓루앙 (That Luang)’이다. 탓루앙은 ‘위대한 불탑’이라는 뜻이며 지폐 그림이고, 국장(Emblem)으로 라오스의 상징이다. 여기 불탑에는 부처님의 가슴뼈 사리가 봉안되었고 사원은 황금색의 ‘황금 사원’이다.이곳의 너른 광장은 국가 행사나 축제장이며, 가까이 농사팡렌(Nong Sa Phang Lenh) 공원과 국회의사당이 있다.인도차이나반도의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유일 내륙국이다. 외세의 영향으로 시달렸지만, 라오스의 주인인 ‘라오족’은 신화를 가진 역사의 민족이다.라오족의 고대 조상은 ‘애뢰(哀牢)’족이다, 그러니까 뢰산(牢山=애뢰산)에 ‘사일’이란 여성 어부가 있었다. 이 여성이 물속에 넣어 겉은 썩고 속은 단단한 ..

라오스 비엔티안 짜오아누봉공원 여학생 나무

라오스 비엔티안 짜오아누봉공원 여학생 나무 인도차이나반도의 라오스의 공식명칭은 ‘라오 인민민주공화국’이다. 인구는 2023년 추계 7백5십여만 명이고 수도 비엔티안(Vientiane)은 인구 30여만 명의 도시이다. ‘비앙(vieng)’이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티안(tiane)’은 ‘달’이니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도시이다.라오스는 조금 기울어져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으로 북쪽 중국, 북동쪽과 동쪽 베트남, 남쪽 캄보디아, 서쪽 타이, 북서쪽 미얀마에 둘러싸여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이다.미얀마, 타이와의 국경은 메콩강이고 수도 비엔티안도 이 메콩강의 도시이다. ‘메’는 어머니 ‘콩’은 메콩강의 고유명사이니 메콩강은 어머니강이다. 유역 인구 4천여만 명의 생명을 살리는 이 어머니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외갓집 나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외갓집 나무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동남쪽, 1526년 합스부르크 제국을 세운 유럽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헝가리 제국과 함께 세르비아 왕국에 선전포고로 일으킨 제1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과 같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그 위상이 무너지고 지금은 영세중립국이다.하지만 옛 제국의 위대한 역사는 자부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프란츠 슈베르트 등이 활동한 음악의 나라, 현대 언어철학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슈뢰딩거 고양이의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근대건축의 선구자 오토 바그너, 미술사의 에른스트 곰브리치, 정신분석학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알프레드 아들러,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