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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자은도 천사 여인송

신안 자은도 천사 여인송 신안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군이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낳은 아들, 딸이 1004개이니 천사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 이 섬 고을을 다 보려면 하루에 한 섬이어도 3년이니, 참으로 신안은 섬 부자다. 이 중 자은도에 가려면 먼저 목포에서 연륙교인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로 간다. 그리고 2019년 4월 4일 여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천사대교를 다시 건넌다. 천사대교는 우리나라 교량 중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긴 해상교량이다. 또 이곳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이다. 자은도는 청동기 유적인 지석묘와 패총이 있고, 삼국시대에 나주목에 속하였으며, 1377년 고려 우왕 때 수군지휘부인 군영지였고, 두봉산에 산성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 말을 사육..

조계산 천자암 쌍향나무

조계산 천자암 쌍향나무 냄새와 향기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색무취라는 말도 있지만, 그 무색과 무취도 색과 취의 특성이니 모든 만물이 색깔은 물론 냄새와 향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냄새는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를 말하지만,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꽃, 향, 향수는 향기라고 하니 좋은 뜻이다. 따라서 사람도 이익에 눈멀어 살살거리면 냄새나는 녀석이라 눈 흘기고, 이타적 삶을 사는 분에게는 장미나 치자꽃처럼 향기로운 분이라고 존칭한다. 측백나뭇과 향나무속인 향나무는 그 향기로움으로 얻은 이름이다. 그리고 줄기가 누운 눈향나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곱향나무,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뚝향나무, 북아메리카 원산인 연필향나무, 가지가 나선 모양으로 돌아가는 가이..

모지리

모지리 왜국에서 모지리가 기시다와 의장대 사열 받으며 애국가에 그냥 뻣뻣이 서서 눈알만 멀똥멀똥 하긴 부대 쉬어도 모르는 그 모지리에게 뭘 더 바래랴? 하긴 기시다도 그냥 뻣뻣이 서 있었으니 그건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이어 양국 국기 앞을 지나며 어? 모지리가 태극기 지나치며 가슴에 손을? 어? 저 모지리 가슴에 손도 올릴 줄 아네! 하지만 기시다는 너 인사하냐? 그냥 뻣뻣이 모지리를 쳐다만 보고 이번엔 기시다가 일장기에 고개 숙이는데 어? 이건 또 뭐야? 모지리 고개도 따라서 숙여지네 이 모지라! 너도 기시다처럼 쳐다만 봐야지 안 그래? 이 모지리리리리리이이이이야! 일장기와 태극기를 앞에 두고 서로 합의한 교차 인사였다고 모지리가 바이든이 날리면이라고 또 우기지만 그럼 기시다는 모지리의 태극기 경례 ..

2023.03.18

봄봄봄

지난겨울 폭설이 내린 뒤다. 솔숲 산책길에 팔뚝만 한 솔가지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 부러져 있었다. 그러더니 이제 그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 봄이 되었다. 어느 초등 1학년 아이가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 라는 물음에 ‘봄이 돼요’라고 대답한 것이 맞은 것이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절기이다. 그 우수에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팔뚝만 한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의 솔잎에 하얀 알갱이로 방울방울 달려 있었다. 또 그렇게 봄은 대동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어김없이 깊어갈 것이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이다. 춥고 삭막한 겨울이 가고 마른 가지에 새움이 트니 새봄이고, 다시 보니 다시봄이고, 또 왔으니 또봄이다. 그 봄을 사이좋게 마주 보면 마주봄이고,..

칼럼 2023.03.17

강릉 허난설헌 옛집 허균 향나무

누군들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을까?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이름에 영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 금상첨화이리라. 하지만 허균은 영웅이라기보다 풍운아이다. 아니다. 투사이자 전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허균은 이름을 남기려고 살았던 얄팍한 인물은 아니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불꽃처럼 살다간 진정한 혁명가였다.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교(蛟)라 하나, 허균은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였다. 강릉 경포대에서 북쪽으로 차 한잔 마실 거리인 사천진해변의 꾸불꾸불한 앞산이 교산이다. 또 이곳의 교문암(蛟門岩)은 교산의 구룡과 사천의 내가 바다로 들어가는 백사장의 큰 바위였다. 연산군 7년에 내가 무너지자 늙은 교룡이 바위를 두 동강이로 깨뜨리며 ..

백두대간 태백산 삼천 년 주목나무

백두대간 태백산 삼천 년 주목나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이면 삼천 년이다.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세월이 인생사에 비해 오래임은 물론이려니와, 그 모습이 내내 의젓하고 아름답다. 향기도 있지만, 유난히 속살이 붉어 주목이라고 하는 나무가 그것이다. 또 열매까지도 선홍빛이고, 톱밥을 우려 붉은색 염료로 쓴 이 주목은 3억 년에서 2억 5천만 전의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에 처음 나타난 침엽수이다. 2백만 년 전 우리 한반도에 새 둥지를 틀었고, 십수 번의 빙하기에서 혹독한 추위를 꿋꿋하게 이겨냈다. 그러기에 훌쩍 천년을 넘긴 평양의 낙랑고분, 경주의 금관총, 지린성의 고구려 환문총 등 고분 속 관이 주목나무이다. 그 고분의 주인은 이미 오래전 티끌이 되었지만, 관은 온전히 남아 인간사의 욕망과..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환웅은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아버지이다. ‘삼국유사’는 ‘하느님인 환인의 서자(庶子) 환웅이 천부인 3개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에 신시를 열었다. 풍백·우사·운사와 더불어 곡식·수명·질병·형벌·선악 등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호랑이와 곰이 사람 되기를 원하자 쑥과 마늘을 주었다. 그 뒤 사람이 된 웅녀와 단군을 낳았다.’고 기록했다. 이 환웅 서자는 첩의 자식이 아니다. 모계사회에서 아이들을 마을 서쪽 집에서 키우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또 이 ‘여러 서(庶)’ 자는 돌화로에 불을 지피는 모습의 형성자이다. 마을의 대장간에서 사냥과 전투의 무기, 농기구 만드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서방님은 글방 서당(書堂)에서 공부하는 사람, 남편의 높임말, 결..

칼럼 2023.03.06

강릉 오죽헌 율곡송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지만, 산천 의구란 말도 옛 시인의 허사라고 했다. 그럼에도 강릉 오죽헌에 가면 의구한 산천과 인걸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수수 백 년 한 자리에서 말없이 역사와 인걸을 간직한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율곡은 신사임당의 용꿈에서 태어났다. 오죽헌에 그 용나무들이 있다. 또 오죽헌의 나무들은 사계절을 품고 있다. 봄의 율곡매, 여름의 사임당 배롱, 가을의 율곡송, 겨울의 오죽이 바로 그 오죽헌의 사계절이다. 먼저 봄의 율곡매다. 세종 22년인 1440년 무렵,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오죽헌을 짓고 별당 후원에 심은 나무이다. 사임당은 매화 그림을 많이 그렸고, 첫 딸을 낳아 ‘매창’이라고 했다. 이 매화는 연분홍 홍매이며 알이 굵다. 남쪽의 절집 매인 화엄사 화엄매, 백양사..

기미가요와 욱일기

기미가요와 욱일기 지난 2월 17일은 일왕 나루히토의 생일이었다.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 나루히토의 생일잔치가 있었고 리셉션에는 이름을 알만한 한국 인사들이 다수 참석,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축사를 했다. 이날 한국에서의 일왕 생일 리셉션은 코로나 19 등으로 2018년 12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처음이고, 2019년 5월 즉위한 나루히토에게도 처음이다. 하지만 왕이건 뭐건 남의 나라 생일잔치에 시비 걸 생각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이날 생일잔치에서 또 처음으로 ‘기미가요’를 불렀다는 것이다. 산케이 신문은 이 일을 ‘일본 정부는 한국 내 반일 감정 때문에 예년에 국가 트는 것을 미뤘지만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고 일본 정부도 찌그러진 양국 관계를 ..

칼럼 2023.02.22

이솝이 살아있다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 설령 신이더라도 무덤에 묻힌 자를 살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사람들은 역사의 가정을 꿈꾼다. 왜냐하면, 99개 가진 자가 100개를 채우려 하고, 이것은 1개나 1도 없는 자의 것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소망이자 기쁨이 되고, 누구에게는 낙망이고 절망이 되는 세상이 지난 세월의 역사고,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초는 역사의 가정을 바라며 세상이 바뀌길 바라지만, 이는 깊은 물에 빠져 썩어가는 지푸라기를 잡고 있음과 같다. 지난 2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 내용인즉 이렇다. 화천대유는 대리직급..

칼럼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