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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난해 연말 무렵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복당 불허 조치에 발끈하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치 보복’이며 민주당의 ‘뒤끝 작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양향자 의원에게 ‘가구향리폐’라며 성을 바꿔 ‘전향자’라고 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구향리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집 안쪽을 향해 짖는다 이니, 은혜를 원수로 갚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김남국 의원이 옛 동료였던 양향자 의원을 개에 빗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옛집에 개처럼 짖는 꼴이 우습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 삶을 걱정하고, 과학방역이라는 데도 꺾이지 않는 코로나 19에 전전긍긍이며, 거리의 축제에서 159명이 비명에 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세상이 무섭기만 하다. 그런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자는 ..

칼럼 2023.01.30

광주향교 장원급제 은행나무

광주공원의 옛 이름은 성거산이다. 위에서 보면 머리를 북쪽으로 두른 한 마리의 거북이가 광주천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이다. 이에 거북을 달래려 등 위에 성거사를 세우고 목 위에 5층 석탑을 세웠다. 고려 초기의 일이다. 조선 태조 7년인 1398년 서석산 장원봉 아래에 광주향교를 세웠다. 이 산 아래 고을에서 장원하는 인재가 많아서 장원봉이라 했고, 향교터로 잡은 이유였다. 호랑이의 피해가 잦아 성의 동문안으로 향교를 옮겼다. 하지만 저지대인지라 홍수에 취약하고 건물이 좁아 다시 고을의 서쪽 성거산 거북꼬리 터를 닦아 이전하였다. 1488년 권수평 현감 때의 일이다. 1560년 목사 유경심이 향교를 중수하고, 기대승이 이를 기록하여 비를 세웠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향교가 훼손되자, 1600년 목사 이상..

설악산 신흥사 리영희 향나무

해거름 녘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산사의 범종 소리는 평화와 안식의 은혜이다. 온 가족이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나누는 사랑과 행복의 울림이다. 2005년 4월 5일 강원도 양양읍의 화재로 낙산사가 불타고 범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1469년 예종이 아버지 세조를 위해 동으로 주조한 지름 98㎝, 높이 158㎝의 이 보물급 범종의 꼭대기 용 두 마리는 종을 매는 고리이고 그 아래 두른 띠는 연꽃잎이다. 몸통을 굵은 줄로 나눈 뒤 맨 위쪽에 범어인 산스크리트어 16자, 그 아래 보살상 4구를 모시고 사이마다 역시 범어 4자씩을 새겼다. 몸통 아래쪽에는 만든 시기와 사람 등 기록을 남기고 구름 모양의 물결무늬로 신비감을 더했다. 이 종은 아주 큰 종은 아니지만, 모양이나 종소리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나라의 ..

새해 첫해를 드립니다

2023년 새해맞이 축시 새해 첫해를 드립니다 오늘은 새해 첫해를 드립니다. 넘실대는 시퍼런 파도를 헤치고 오색 이부자리 구름자락 걷으며 두 솟은 바위, 다리 기둥 사이로 조상님 계시는 선산 젖무덤에서 천년 당산나무 품어 안은 불끈 솟는 첫해를 거저 드립니다. 건강, 사랑, 행복을 갖고 싶나요. 취업, 승진, 사업 운이 필요하나요. 아들딸, 대를 이어갈 손주라고요. 그래요, 좋아요, 새해의 첫날이니 지난 한 해 이루지 못한 소망 올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 소망 이룸의 첫해를 거저 드립니다. 오늘은 불끈 솟아 빛나는 둥근해를 누구에게나 원하는 대로 드립니다. 너울 파도 찬란한 첫해 셀 수 없고 풀잎 보석 이슬방울 첫해도 많고 백두산 천지 귀한 첫해도 있고 한라산 백록담 소중한 첫해도 있어. 동서 남해..

2023.01.06

고성 통일전망대 김대건 목련나무

목련꽃은 봄의 꽃이다. 불꽃을 품은 눈부신 등인 듯, 종 소리에 꽃구름이 피어나는 듯 화사한 꽃이다. 백목련이 선비의 기개인 갓과 상투이거나 아리따운 처자 저고리의 단정한 동정이라면, 자목련은 영웅이나 전사의 가슴에서 빛나는 찬란한 훈장이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가면 십자가의 그리스도상을 중심으로 왼쪽에 성모 마리아상, 오른쪽에 김대건 신부상이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그 앞 의자 곁의 목련나무가 역시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산야에는 북으로 가는 육로와 기찻길이 있고 오른쪽 짙푸른 바다에서는 철썩이는 파도가 하얀 거품을 토한다. 그리고 눈 앞은 손에 잡힐 듯,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땅, 그리운 산과 들,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바다 금강인 해금강이다. 강원도 고성군은 38선 이북의 ..

인생 한번 가면

민요 ‘성주풀이’의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라는 노래 가사 속 무덤은 중국 허난성 뤄양시의 망산이다. 이 망산은 중국 고대 9개 왕조의 수도인 뤄양시 북쪽 10여 리의 해발 300여m, 동서로 100여㎞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이곳에 후당 이전의 황제릉 24기를 비롯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십 만기의 무덤이 있다. ‘성주풀이’가 귀에 익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노래 속 북망산은 낯설지 않다. 백제 의자왕과 아들 부여융, 흑치상지와 아들 흑치준, 고구려 연개소문의 둘째와 셋째 아들인 남생과 남산, 남생의 둘째 아들 헌성, 연개소문의 고손자 비 등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무덤 유적과 유물이 중국에 있는 것이 참으로 비통하지만, 어찌 보면 다 자업자..

칼럼 2022.12.26

걸견폐요(桀犬吠堯)

걸왕의 개가 요왕을 향해 으르릉댄다 걸왕은 폭군이요 요왕은 성군이니 도리도리가 풍산을 보고 짖음은 주인을 무는 개판 은혜이니 어찌 우습지 않으랴? 개는 짖는 거지만 희대의 굥척 도리도리가 평화의 상징 풍산을 보고 짖으니 개 같은 세상이 아니고서야 어찌 우습지 않으랴? 걸왕 개건 요왕 개건 짖는다지만 뚜껑개, 왈쫑개, 원갱개, 혜행개 수캐, 암캐, 비렁개 온갖 잡개가 짖으니 얼뜨기 *도척개 세상이 여기구나 어찌 우습지 않으랴? *도척개/ 도척의 개인 ‘도척지견’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밥 주는 자에게 무작정 굴종, 맹종하는 얼뜨기를 이르는 말이다. 또 ‘척구폐요(跖狗吠堯)’와 같은 말로 성왕인 요왕을 보고 짖는 악마인 도척의 개다. 이 도척은 공자가 태어나기 1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

2022.12.25

부여 낙화암 낙화송

서기 538년부터 660년까지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부여는 당시엔 사비였고, 국호는 남부여였다. 서기전 18년 부여족의 온조가 한강을 중심으로 건국한 백제는 4세기 중반 충청도를 중심으로 북으로 황해와 경기, 동으로 강원도 서부, 남으로 전라도를 영역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 이후 3년여 치열한 부흥운동을 벌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곳 부여의 금강 이름은 백마강이고 백제 멸망의 슬픈 사연이 있다. 당의 소정방이 사비성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안개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때 한 노인이 날씨가 나빠진 것은 백제왕이 용으로 변하여 조화를 부리는 것이며, 평소에 백마 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것까지 귀띔해주었다. 소정방은 백마의 머리를 잘라 미끼로 용을 낚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