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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리

모지리 왜국에서 모지리가 기시다와 의장대 사열 받으며 애국가에 그냥 뻣뻣이 서서 눈알만 멀똥멀똥 하긴 부대 쉬어도 모르는 그 모지리에게 뭘 더 바래랴? 하긴 기시다도 그냥 뻣뻣이 서 있었으니 그건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이어 양국 국기 앞을 지나며 어? 모지리가 태극기 지나치며 가슴에 손을? 어? 저 모지리 가슴에 손도 올릴 줄 아네! 하지만 기시다는 너 인사하냐? 그냥 뻣뻣이 모지리를 쳐다만 보고 이번엔 기시다가 일장기에 고개 숙이는데 어? 이건 또 뭐야? 모지리 고개도 따라서 숙여지네 이 모지라! 너도 기시다처럼 쳐다만 봐야지 안 그래? 이 모지리리리리리이이이이야! 일장기와 태극기를 앞에 두고 서로 합의한 교차 인사였다고 모지리가 바이든이 날리면이라고 또 우기지만 그럼 기시다는 모지리의 태극기 경례 ..

2023.03.18

봄봄봄

지난겨울 폭설이 내린 뒤다. 솔숲 산책길에 팔뚝만 한 솔가지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 부러져 있었다. 그러더니 이제 그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 봄이 되었다. 어느 초등 1학년 아이가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 라는 물음에 ‘봄이 돼요’라고 대답한 것이 맞은 것이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절기이다. 그 우수에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팔뚝만 한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의 솔잎에 하얀 알갱이로 방울방울 달려 있었다. 또 그렇게 봄은 대동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어김없이 깊어갈 것이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이다. 춥고 삭막한 겨울이 가고 마른 가지에 새움이 트니 새봄이고, 다시 보니 다시봄이고, 또 왔으니 또봄이다. 그 봄을 사이좋게 마주 보면 마주봄이고,..

칼럼 2023.03.17

강릉 허난설헌 옛집 허균 향나무

누군들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을까?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이름에 영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 금상첨화이리라. 하지만 허균은 영웅이라기보다 풍운아이다. 아니다. 투사이자 전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허균은 이름을 남기려고 살았던 얄팍한 인물은 아니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불꽃처럼 살다간 진정한 혁명가였다.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교(蛟)라 하나, 허균은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였다. 강릉 경포대에서 북쪽으로 차 한잔 마실 거리인 사천진해변의 꾸불꾸불한 앞산이 교산이다. 또 이곳의 교문암(蛟門岩)은 교산의 구룡과 사천의 내가 바다로 들어가는 백사장의 큰 바위였다. 연산군 7년에 내가 무너지자 늙은 교룡이 바위를 두 동강이로 깨뜨리며 ..

백두대간 태백산 삼천 년 주목나무

백두대간 태백산 삼천 년 주목나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이면 삼천 년이다.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세월이 인생사에 비해 오래임은 물론이려니와, 그 모습이 내내 의젓하고 아름답다. 향기도 있지만, 유난히 속살이 붉어 주목이라고 하는 나무가 그것이다. 또 열매까지도 선홍빛이고, 톱밥을 우려 붉은색 염료로 쓴 이 주목은 3억 년에서 2억 5천만 전의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에 처음 나타난 침엽수이다. 2백만 년 전 우리 한반도에 새 둥지를 틀었고, 십수 번의 빙하기에서 혹독한 추위를 꿋꿋하게 이겨냈다. 그러기에 훌쩍 천년을 넘긴 평양의 낙랑고분, 경주의 금관총, 지린성의 고구려 환문총 등 고분 속 관이 주목나무이다. 그 고분의 주인은 이미 오래전 티끌이 되었지만, 관은 온전히 남아 인간사의 욕망과..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환웅은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아버지이다. ‘삼국유사’는 ‘하느님인 환인의 서자(庶子) 환웅이 천부인 3개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에 신시를 열었다. 풍백·우사·운사와 더불어 곡식·수명·질병·형벌·선악 등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호랑이와 곰이 사람 되기를 원하자 쑥과 마늘을 주었다. 그 뒤 사람이 된 웅녀와 단군을 낳았다.’고 기록했다. 이 환웅 서자는 첩의 자식이 아니다. 모계사회에서 아이들을 마을 서쪽 집에서 키우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또 이 ‘여러 서(庶)’ 자는 돌화로에 불을 지피는 모습의 형성자이다. 마을의 대장간에서 사냥과 전투의 무기, 농기구 만드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서방님은 글방 서당(書堂)에서 공부하는 사람, 남편의 높임말, 결..

칼럼 2023.03.06

강릉 오죽헌 율곡송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지만, 산천 의구란 말도 옛 시인의 허사라고 했다. 그럼에도 강릉 오죽헌에 가면 의구한 산천과 인걸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수수 백 년 한 자리에서 말없이 역사와 인걸을 간직한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율곡은 신사임당의 용꿈에서 태어났다. 오죽헌에 그 용나무들이 있다. 또 오죽헌의 나무들은 사계절을 품고 있다. 봄의 율곡매, 여름의 사임당 배롱, 가을의 율곡송, 겨울의 오죽이 바로 그 오죽헌의 사계절이다. 먼저 봄의 율곡매다. 세종 22년인 1440년 무렵,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오죽헌을 짓고 별당 후원에 심은 나무이다. 사임당은 매화 그림을 많이 그렸고, 첫 딸을 낳아 ‘매창’이라고 했다. 이 매화는 연분홍 홍매이며 알이 굵다. 남쪽의 절집 매인 화엄사 화엄매, 백양사..

기미가요와 욱일기

기미가요와 욱일기 지난 2월 17일은 일왕 나루히토의 생일이었다.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 나루히토의 생일잔치가 있었고 리셉션에는 이름을 알만한 한국 인사들이 다수 참석,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축사를 했다. 이날 한국에서의 일왕 생일 리셉션은 코로나 19 등으로 2018년 12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처음이고, 2019년 5월 즉위한 나루히토에게도 처음이다. 하지만 왕이건 뭐건 남의 나라 생일잔치에 시비 걸 생각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이날 생일잔치에서 또 처음으로 ‘기미가요’를 불렀다는 것이다. 산케이 신문은 이 일을 ‘일본 정부는 한국 내 반일 감정 때문에 예년에 국가 트는 것을 미뤘지만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고 일본 정부도 찌그러진 양국 관계를 ..

칼럼 2023.02.22

이솝이 살아있다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 설령 신이더라도 무덤에 묻힌 자를 살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사람들은 역사의 가정을 꿈꾼다. 왜냐하면, 99개 가진 자가 100개를 채우려 하고, 이것은 1개나 1도 없는 자의 것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소망이자 기쁨이 되고, 누구에게는 낙망이고 절망이 되는 세상이 지난 세월의 역사고,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초는 역사의 가정을 바라며 세상이 바뀌길 바라지만, 이는 깊은 물에 빠져 썩어가는 지푸라기를 잡고 있음과 같다. 지난 2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 내용인즉 이렇다. 화천대유는 대리직급..

칼럼 2023.02.17

강진 사의재 정약용 느티나무

신유년인 1801년 음력으로 11월 5일이다. 자산어보를 쓴 마흔셋의 정약전과 목민심서를 쓴 서른아홉의 정약용이 유배길에 올랐다. 의금부를 나와 숭례문을 지나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동작진, 남태령을 지나 과천에서 첫 밤을 맞았다. 이튿날은 수원, 사흗날은 진위현, 나흗날은 직산현, 닷샛날은 천안, 엿샛날은 광정, 이렛날은 공주목, 여드렛날은 계룡, 아흐렛날은 부적, 열흘째에 여산, 열하루에 이서, 열이틀에 원평, 열사흘에 정읍현, 열나흘에 장성, 열닷새에 장성갈재를 넘어 하남, 다음 날인 11월 21일에 나주에 이르렀다. 정약전과 정약용은 이제 헤어져야 했다. 그날 두 형제는 노안과 삼도의 갈림길인 밤골의 삼거리 주막 율정점(栗亭店)에서 이별의 밤을 보냈다. 그날의 형과 아우가 쓴 글이다. ‘살아서..

화순 새암골 여상현 소나무

여상현 시인은 1914년 2월 9일에 태어났으나, 언제 생을 마감했는지 모르는 낯선 이름이다. 6·25의 참화가 그 이름을 삼켜버린 경계의 시인이며 남에서도 북에서도 잊혀진 시인이다. 여상현(呂尙鉉 필명呂星野)은 화순군 동면 천덕리 451번지 새암골에서 부친 여규병과 모친 조함령의 5남 5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23년 동복공립보통학교에 입학, 1929년 졸업하였다. 상경하여 경성중등학교 본과를 다니고 1931년 고창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다. 그해 8월에 장성의 김아지와 결혼하였고 슬하에 7남 2녀를 두었다. 이어 연희전문대를 나왔다. 그가 태어난 새암골인 천동(泉洞)은 음기가 세고 앞산의 양기가 세다 하여 마을 한가운데에 진려석이 있다. 이 진려석은 3개가 더 있고, 그 주위에 당산나무도 10여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