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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각희 시집 나는 누에고치다

홍각희 시집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 집 번데기다 누에는 뽕잎만 먹어야 한다는데 남몰래 단풍잎을 먹었다 넉잠 잘 때까지 단풍잎을 훔쳐 먹었다 뜨거운 여름 두 번이나 구토하고 네 번의 허물을 벗고 섶에 오르지도 못하고 미끄러지기 수차례 겨우 섶에 올라 누에고치가 되었다 번데기 주름 사이 곰팡이 달라붙고 지어 놓은 집은 누렇게 변했다 나는 지금 버려진 누에고치 섶에서 주름잡는 번데기다 시인의 말 쇠똥구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아시나요? 쇠똥구리를 볼 때마다 쇠똥구리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까지 살아온 뒤안길을 되돌아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쇠똥구리도 살기 위해 저렇게 큰 쇠똥을 굴리는 재주가 있다니 신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

화순 고사정 의병청 회화나무

‘의병’이 무엇이냐? 정유재란(1597) 대책을 논하며 도요도미히데요시는 궁금했다. 왜는 성주가 항복하면 백성들도 복종했기에 의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선 각처의 방백을 죽이고, 심지어 왕이 도망갔는데도 들불처럼 일어나는 의병은 이해불가였고, 뒤가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 당시 곽재우와 의병총대장 김덕령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남쪽전선은 왜와 의병의 전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나라가 위기일 때 농민, 어민, 노비, 중인, 사림, 퇴직 관료, 장병 등 다양한 계층을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은 ‘의병청’이었다. 화순 만연산에서 흘러온 만연천과 삼천이 만든 삼천리(화순읍 상삼2길 31)의 의병청지(址)는 호남 의병군을 이끌었던 역사의 터이고 금산, 진주 전투 등의 승전 토대가 된 곳이다. 여기..

진도 굴포리 윤선도 소나무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는 진도의 남서쪽이다. 여기에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가 있으니, 원둑이라고 하는 굴포리 간척지의 윤선도 제방이다. 윤선도가 60세 때인 1646년이다. 이 무렵 인조 때 전라도관찰사,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경여가 진도에 유배되었다. 윤선도 역시 이 무렵 진도에서 ‘화이정승 삼수(和李政丞 三首)’라는 시에 ‘이경여(李敬輿)가 진도에 있는 병술년(1646)’이라 썼다. 이를 근거로 여기 간척지 축조 시기를 윤선도가 완도 보길도와 진도를 오가던 1640년부터 1660년 사이로 추정한다. 또 1646년 무렵 윤선도는 이곳 굴포리 처자 경주 설씨와 혼인했고, 1남 2녀를 낳았다. 그렇게 윤선도는 간척사업을 통해 완도군 노화읍 석중리에 130여 정보,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에 200여 정보의 갯..

잃을 신뢰나 있는지

영화 ‘그레이트 월’은 미국과 중국이 2016년에 만든 판타지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이다. 60년마다 나타나는 괴물을 처치하는 주인공 윌리엄은 양손에 도끼와 활을 쥔 전사이다, 어릴 때부터 전장을 누빈 용병 윌리엄은 명예보다 생존과 돈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그레이트 월을 지키는 무영금군의 용맹과 희생정신이 ‘신뢰’임을 깨닫고 자신도 그 신뢰로 거듭난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영화에 흐르는 담론은 그렇게 ‘신뢰’이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지인끼리는 이 신뢰 하나로 금전을 거래했다. 또 그 채무는 일종의 은혜였다. 작은 채무는 명절 전에 갚으려 했고, 큰 채무는 죽어서라도 갚겠다는 마음이었다. 바로 문서가 필요 없는 상호 무한 신뢰였다. 죽어서도 은혜를 갚..

칼럼 2022.11.23

가거도 후박나무

가거도는 섬이다. 동경 125° 07´, 북위 34° 04´로 한반도 최서남단이니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오래전 ‘아름다운 섬’인 ‘가가도(嘉佳島·可佳島)’라 하다가 1896년 무렵 황금어장인 걸 알고 ‘가히(可) 살기(居) 좋은 섬’인 ‘가거도(可居島)’라 했다. 가거도에 가거든 오지 말고 살라는 섬이라고도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소흑산도’가 됐다가 해방과 함께 이름을 되찾았다. 해안 백사장에 유리 원료인 규사가 풍부하고, 한여름에 산거머리가 있는 숲은 원시림의 비경이다. 겨울에도 콩난, 일엽초, 고비 종류가 우거지고 달래가 지천이며, 유난히 붉은 천남성 열매와 천리향, 굴거리, 동백, 후박나무로 숲은 늘푸름이니 난대수림의 보고이다. 최부의 표해록, 유몽인의 어우야담 기록처럼 임진왜란 무렵엔 무..

금안동 쌍계정 한글 푸조나무

노안의 금안동은 정읍의 태인, 영암의 구림과 함께 호남의 3대 명촌마을이다. 금안(金鞍)은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의 한림학사를 지낸 정가신이 쿠빌라이에게 금안장과 백마를 받은 데서 유래한다. 또 금안(禽安)은 ‘새들의 낙원’이란 뜻도 있다. 정가신은 신숙주 어머니의 고조부이다. 여기 외가마을에서 태어난 신숙주(1417~1475)는 설총의 이두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여진어, 인도어, 위그르어, 아리비아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학자이자, 한글창제의 주역이다. 여기 두 내를 거느린 쌍계정은 신숙주가 어린 시절 공부한 곳이고 편액 글씨는 한석봉이 썼다. 이곳 금안동을 기말리, 또는 오룡동이라고도 하는데 오룡동은 신숙주의 5형제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신숙주의 부친 신장(1382~1433)은 술..

장수군청 논개 의암송

조선 7년전쟁인 임진·정유왜란에 가장 큰 전투 중 하나인 제2차 진주성 전투는 1593년 음력으로 6월 22일부터 29일까지 벌어졌다. 이때 진주성의 민관군은 끝까지 항거했으며, 주논개는 당시의 상황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주논개(1574~1593)는 전라북도 장수군 덕유산 육십령이 시작하는 계내면 대곡리에서 선비 주달문과 밀양박씨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15살이던 아들 대룡을 괴질로 잃고 얻은 귀한 딸이다. 출생 연월일시가 모두 갑술로, 사갑술이고 술(戌)이 개술 자라 ‘놓은 개(낳은 개)’, ‘논개’라 했다 한다. 논개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죽자, 천하 건달인 숙부 주달무가 토호인 김 풍헌에게 논개를 민며느리로 팔아버렸다. 1578년 이 사실을 안 논개 모녀는 경상도 안의현 봉정마을 외가로 피신했다. ..

하늘 기둥 천태산 비자나무

화순군 도암면에 개천산(497.2m)과 조금 낮은 천태산(497m)이 어깨를 나란히 형제처럼 서있다. 멀리서 보면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도 부르는 데 개천산이 더 뾰족하다. 또 이른 봄, 노루귀며 괭이눈, 바람꽃 등이 어느 곳보다 먼저 지천으로 피어나는 산이다. 개천산은 하늘을 연 산이고 천태산의 그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니 이름으로만 하면 이보다 큰 산이 또 있을까 싶다. 또 개천산의 물은 춘양천이 되어 지석천으로 가고 천태산의 물은 대초천이 되어 지석천으로 가니 잠시 헤어졌다 다시 한 몸이 된다. 천태산 꼭대기 바위 벼랑에 도선국사의 철마방아 흔적이 있다. 당나라 일행선사가 우리나라 명산의 영기를 모두 끊어버렸다. 이에 도선이 천태산 봉우리에 철마방아를 얹었다. 매일 철마방아를 찧으니 당나라 큰 ..

척도와 잣대

척도는 자로 재는 길이의 표준을 말한다. 이 척도는 보통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남자냐 여자냐 등의 간단한 구분 같은 명목척도이다. 둘째, 1등, 2등의 순서나 차례 같은 서열척도이다. 셋째, 어제 10시부터 12시의 온도와 오늘 10시부터 12시의 온도 변화를 비교하여 그 간격을 살펴보는 것 같은 등간척도다. 그러니까 어제는 6도였고 오늘은 10도이면 오늘의 온도 변화 등간이 더 크다. 넷째, 절대적인 기준을 정해서 비교하는 비율척도이다. 그러니까 일정한 기준으로 따지며 사칙연산, 분류가 가능하고, 차이를 비교하며 순위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명목, 서열, 등간, 비율 등 4 척도는 단순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척도의 과정이다. 잣대는 자로 쓰는 대막대기나 나무막대기 따위를 가리킨다. 하지만 일상..

칼럼 2022.10.20

해 뜨는 들모실 느티나무

화순군 이서는 광주광역시의 주산인 무등산의 뒤쪽이 아닌 앞쪽이고 해 뜨는 동쪽이다. 뒤가 튼튼한 것도 좋지만 앞이 든든한 것은 더 좋다. 뒤로 지나가는 시간도 살펴보지만, 현실은 앞으로 가는 시간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뒤는 그저 역사가 되지만, 앞은 그 역사의 희망이자 그걸 이루는 소망이다.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는 무등산 동쪽의 이서천, 장복천, 안심천을 젖줄로 살아가는 마을이다. 이서천은 무등의 3대 폭포인 세 무지개가 뜨는 시무지기에서 내려온다. 장복천은 서석대, 입석대와 더불어 무등산 3대 주상절리인 광석대에서 내려온다. 여기 규봉암은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보조국사 지눌, 그의 제자 진각 등 여러 국사가 도를 이룬 곳이다. 또 지공과 나옹도 거쳐 갔다. 안심천은 무등산 자연휴양림인 편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