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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녹우당의 초록빛 은행나무

초록비 녹우당의 초록빛 은행나무 초록비가 내리고 초록으로 물든 녹우당(綠雨堂)에서는 스쳐 가는 바람도 초록색이다. 또 이곳 해남 윤씨 고택의 유적·유물을 통해 한 시대의 일이 쌓여 역사가 됨을 알게 된다. 여기 연동마을의 녹우당은 1501년 윤선도의 4대 조부 윤효정(1476∼1543)이 도강 김씨와 탐진 최씨들이 살던 곳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집을 짓고 살면서 2차례의 화재가 있었다. 어느 날 윤효정의 꿈에 하얀 옷의 노인이 ‘지금의 자리는 산강수약(山强水弱)하니 자리를 옮기고 현재의 터는 못을 만들어 흰 연꽃을 심으라’고 했다. 이에 집을 옮기고 연못을 만들자 화재가 없었으며, 백련동(白蓮洞)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백련지는 그렇게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 이치로 만들어졌는데, 네..

교활과 낭패

교활과 낭패 교와 활은 중국의 기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상상 동물이다. 이중 교(狡)는 개의 모습에 표범 무늬, 머리에 쇠뿔이 달렸다. 이 교가 나타나면 대풍년인데, 워낙 간사하여 나올 듯 말 듯 애만 태우고 끝내 나오지 않는다. 또 교의 친구 활(猾)은 교보다 더 간악하다. 생김새는 사람인데 돼지 털이 온몸에 숭숭하고, 세 살 도리질에 나무가 도끼에 찍히는 소리로 운다. 동굴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이놈이 나타나면 온 천하가 혼란해진다. 이 교와 활이 호랑이를 만나면 둘이 몸을 똘똘 뭉쳐 공처럼 된다. 호랑이 입속으로 또르르 뛰어들어 내장을 파먹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호랑이가 죽으면 유유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다. 관용구 ‘교활한 미소’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역시 전설 속의 낭패도 상상..

칼럼 2023.04.24

허난설헌 옛집 터 난설헌 살구나무

허난설헌 옛집 터 난설헌 살구나무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가 초당이다. 강릉 초당동 477 허난설헌 생가터의 지명은 허엽이 이곳에서 두부를 만든 데서 얻은 이름이다. 이곳에 그 초당두부를 만든 우물이 있다. 허엽은 첫 부인이 1남 2녀를 낳고, 세상을 뜨자, 강릉김씨 김광철의 딸과 재혼하여 2남 1녀를 낳았다. 첫 부인 아들 허성은 이조, 병조 판서를 지냈고 남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통신사의 서장관으로 다녀와서 일본 침략을 예언했다. 강릉김씨의 자녀인 허봉은 열여덟 살에 생원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수재였고, 명나라에 다녀와 기행문 ‘조천기’를 썼다. 허균은 난설헌의 여섯 살 아래 동생으로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의 저자이다. 허난설헌의 어릴 적 이름은 초희와 옥혜이고, 자는 경..

부안 개암사 이매창 홍매

부안 개암사 이매창 홍매 개암사는 백제 무왕 35년, 634년에 묘련이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에 세운 절이다, 개암은 기원전 282년, 진한과 마한에 쫓긴 변한의 문왕이 우(禹)와 진(陳) 두 장군에게 이곳 두 계곡에 도성을 쌓게 하고 전각 이름을 동쪽은 묘암, 서쪽은 개암이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신라 때인 676년 원효와 의상이 이곳 우금산 울금바위 굴에서 수도했고, 고려 때인 1276년 원감국사가 절을 크게 중창하였으나 임진왜란을 피하지 못하고 소실되었다. 현재는 조선 중기의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1913년 화은이 시작하여 여러 건물을 복원하고 있다. 절에서 바라보이는 울금바위에는 3개의 동굴이 있다. 그중 원효방에는 조그만 웅덩이가 있는데, 원효가 수도하면서부터 샘물이 솟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우금..

화엄사 각황전 황제 화엄매

화엄사 각황전 황제 화엄매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품에 안겨 오랜 세월 민초들의 숱한 얘기를 만들고 그들을 보듬어주었다. 세상사의 이치와 인간 도리의 예를 깨닫게 하는 깨달음의 고을, 구례는 한반도 남쪽의 큰 언덕이다. 이곳 화엄사는 신라 진흥왕 5년인 554년에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세웠다. 그 뒤 남북국 시대에 의상대사가 지금의 각황전 자리에 장육전을 짓고 건물의 벽을 화엄석경으로 둘렀다. 하지만 이 화려했던 전각은 정유재란에 잿더미가 되었고 인조 때 벽암선사, 숙종 때 계파선사에 의해 각황전으로 되살아났다. 각황전은 글자 그대로 깨우침의 황제 전각이다. 왜란에 불에 탄 전각 복원을 위해 화주승을 뽑을 때다. 밀가루와 엿을 넣은 항아리에서 엿을 꺼내 손에 밀가루가 묻지 않는 사람을 뽑았다. 이때 스..

무거운 빗방울

무거운 빗방울 타는 가뭄에 괜스레 내 맘도 덩달아 타네. 산불 연기에 숨구멍도 막히네. 그보다 더 징헌것은 헛소리. 밥 한 그릇 다 먹자는 년 70 넘은 농부를 뭐땜시 먹여 살리려 돈을 헛 써야 하느냐는 놈 그게 쌀값 대책이라는 그 년놈이 가뭄보다도 산불보다도 더 징허네 또 어떤 놈은 비엔날레에 미친 년을 오라고 하니 비도 안 오는 비엔날레 이번엔 비가 오는 비엔 날레일까 그 년놈들 헛소리가 빗방울보다 무겁네.

2023.04.05

독도만 남았다

독도만 남았다 운명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을 가리킨다. 명운은 앞날의 일이나 삶과 죽음의 처지이다. 그렇게 운명과 명운의 앞뒤 말이 바뀌면 그 뜻도 새삼 달라진다. 그럼에도 운명이건 명운이건 인간의 힘이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진인사대천명처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지성이면 감천이니, 온갖 열과 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응한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공자는 이슬방울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고, 산을 움직이려면 작은 돌을 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역시 춘추전국시대의 도가 사상가인 열자의 ‘탕문편(湯問篇)’에 ‘우공이산’이란 고사가 있다. 나이 아흔에 이른 우공이 북산에 살았..

칼럼 2023.04.04

진도 상만리 수호신 비자나무

진도 상만리 수호신 비자나무 진도는 울돌목을 경계로 해남과 이웃하는 큰 섬이다. 이름처럼 보배로운 섬이다.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있는 오랜 사람살이의 섬이다. 백제시대에 인진도군이 고군면 고성에 있었다는 기록으로 시작하여 신라 때 진도현이 되었다. 고려 때인 1271년 5월 15일이다. 진도에 웅거하던 삼별초는 김방경과 몽골 원수 혼도의 여몽연합군에게 무너졌고, 주민 대부분이 몽골로 잡혀감에 따라 진도는 거의 빈터가 되었다. 또 1350년 충정왕 2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왜구의 노략질에 남은 주민도 월악(영암군 시종면 월악리), 명산(영암군 시종면 구산리), 금산(해남군 삼산면)으로 피난하였으니, 이때에도 진도는 80여 년간 빈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뒤, 조선조 초에 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

신안 자은도 천사 여인송

신안 자은도 천사 여인송 신안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군이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낳은 아들, 딸이 1004개이니 천사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 이 섬 고을을 다 보려면 하루에 한 섬이어도 3년이니, 참으로 신안은 섬 부자다. 이 중 자은도에 가려면 먼저 목포에서 연륙교인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로 간다. 그리고 2019년 4월 4일 여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천사대교를 다시 건넌다. 천사대교는 우리나라 교량 중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긴 해상교량이다. 또 이곳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이다. 자은도는 청동기 유적인 지석묘와 패총이 있고, 삼국시대에 나주목에 속하였으며, 1377년 고려 우왕 때 수군지휘부인 군영지였고, 두봉산에 산성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 말을 사육..

조계산 천자암 쌍향나무

조계산 천자암 쌍향나무 냄새와 향기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색무취라는 말도 있지만, 그 무색과 무취도 색과 취의 특성이니 모든 만물이 색깔은 물론 냄새와 향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냄새는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를 말하지만,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꽃, 향, 향수는 향기라고 하니 좋은 뜻이다. 따라서 사람도 이익에 눈멀어 살살거리면 냄새나는 녀석이라 눈 흘기고, 이타적 삶을 사는 분에게는 장미나 치자꽃처럼 향기로운 분이라고 존칭한다. 측백나뭇과 향나무속인 향나무는 그 향기로움으로 얻은 이름이다. 그리고 줄기가 누운 눈향나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곱향나무,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뚝향나무, 북아메리카 원산인 연필향나무, 가지가 나선 모양으로 돌아가는 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