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달구의 비계덩어리
‘모파쌍’의 ‘비계덩어리’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주의를 그린 걸작으로 그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달구’의 ‘비계덩어리’는 그저 인간의 추악하고 간교하며 탐욕스런 모습만을 보여주는 저질 종말작이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회사원 ‘한심해’는 결혼 한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런 일로 출장을 갔는데, 마침 몰고 가던 중고차가 처가가 있는 시골쯤에서 고장이 났다. 하는 수 없이 차 수리를 맡기고 처가에 들렸다.
“아이고, 어서 오게나.”
결혼 전에 장인은 저 세상으로 갔고, 아직 총각인 처남과 둘이 살고 있는 장모는 티비를 보고 있다가 화들짝 반가워했다.
“오메, 반갑네. 뵈기 싫어도 날마다 눈 부벼가며 최불알, 손해, 이순대, 이미잔가 소미잔가, 지랄빙하는 고것들 낯짝만 보고 사는디, 잘 생긴 자네를 본께 눈이 확 밝아져부네.”
“고것들! 최불알, 손해, 이순대, 소미잔가, 이미잔가, 아무튼 고 잡것들은 달구 똥구녘을 잘 핥아서 그리 주구장창 티비에 낯짝을 보인다하요. 근디 너무 많이 보지마시오. 그러다 눈 멀어버리면 큰일나요.”
“알았어. 암튼 오메! 워메! 귀한 손을 뭘로 대접한다냐? 그래, 맞어. 바로 고거네, 달구 똥구녘, 근께 씨암탉을 잡아야겄네.”
달구 똥구녘 핥은 얘기에 감명을 받은 장모는 아들에게 득달같이 명을 했다. 토실토실 살 오른 통통한 씨암탉 모가지를 비틀라고 했다.
“근디, 매형! 사실 저 씨암탉보다 폐계 달구가 더 좋은디 어쩔라요? 저 폐계달구가 시방은 쪼까 늙어 폐계가 됐지만 연분홍치마 입었을 땐 신랑을 둘이나 거느렸소. 애비 수탉이 죽은께 아들 수탉을 델고 살았지라. 그리고 지난번에도 그 수탉허고 어디로 자빠져서 7시간만에야 나왔소. 고 징상스런 살쾡이나 괭이, 하다못해 발정난 개새끼가 물어가 디져분줄 알고 걱정했는디, 아! 저 폐계달구가 7시간만에 희희낙락 나타나 ‘꼬꼬고고고!’ 쌩 지랄을 치며 울드란 말이오. ‘워메 먼 재미를 그리봤냐? 좋아서 환장허냐?’하고 작대기로 엉덩짝을 살짝 걸쳐만 줬지라. 매향! 아무튼 근께 저 폐계 달구를 잡으면 어쩔게라? 훨씬 더 징그럽고 환장허게 맛있을 건게요. 지가 고 맛만큼은 확실이 보장허요.”
“그래, 그럼 그러소. 나도 좀 질긴 달구가 좋데. 폐계먼 어떤가? 잘근잘근 씹힐 맛이 있으먼 좋제.”
그리하여 씨암닭은 살려두기로 하고 폐계 달구를 잡기 시작했다.
전통 닭 잡는 법은 이렇다.
우선 물을 팔팔 끓이면서 닭 모가지를 확 비튼다. 그리고 그 모가지를 날갯죽지 밑으로 쳐 넣어 탁 꼬아버린 다음 저만큼 휙 던져둔다. 이때에 날강도 살쾡이나 도적괭이, 발정난 개새끼를 유념해야 한다. 던져둔 달구를 슬쩍 물어가 버리는 창극인가 참극을 방지키 위함이다.
그런 뒤 달구 숨이 꼴까닥 넘어가면 끓는 물에 두어 번 휙휙 넣었다, 뺐다 한 다음 털을 뽑는다. 홀라당 벗겨 짚불로 한 번 더 잔털제거를 해준다.
그리고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는데, 이때 쓰디쓴 쓸개는 잘 처리해야한다. 그리고 칼을 조심스레 들이밀어 창자를 쓱쓱 둘로 가른다. 왕소금을 쑥쑥 뿌려 비벼가며 칼칼이 씻은 다음 석쇠에 올려 굽는다. 모래주머니도 둘로 갈라 오물을 씻어내고 그냥 쌩으로 먹음직스럽게 나붓나붓 잘라낸다.
이번엔 발모가지다. 발모가지를 짚불에 슬쩍슬쩍 그을리듯 해서 손바닥으로 감싸고 확 훑으면 발톱까지 껍질이 통째로 벗겨진다. 그걸 잘라 낸 날개죽지와 함께 도마에 놓고 탕탕 조시길 수백 번 한다. 그럼 술안주감으로 딱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지금 뭐하는 짓이여? 내가 누군줄 알고? 이건 성추행이여. 아녀. 성폭행, 강간이여!”
달구, 그러니까 폐계가 갑자기 소리를 꽥, 아니 악질을 더럭더럭 발악을 하는 것이다.
“워메, 워메! 놀래라.”
폐계 달구를 덥석 움켜잡았던 처남은 물론, 옆에서 침을 꼴깍 삼키던 한심해는 눈알이 툭 튀어나올만큼 놀라서 기절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근께, 이 달구, 폐계가 말을 한 것이지? 처남!”
“예! 그러코만요. 내 이 두 귓구녕으로 확실히 들었고만요.”
그때였다. 폐계 달구가 다시 말을 했다.
“난 구미(九尾)에 선산(先山)을 쓴 구미호족(九尾狐族)이다. 내 지역에선 날 반신반인(半峷叛蚓)의 영애이자, 공주인 귀태도터로 모신다. 그런데 엘이디 아우라 수 만개로 빛나는 내 몸에 감히 더러븐 왼쪽 손까지 대?”
아!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한심해와 그의 처남은 마침내 우주의 그 어떤 도움이나, 또 그 어떤 기운도 느끼지 못하고 그만 혼이 비정상이 되어버렸다.
“워메! 이게 뭔 조화다요? 나라가 망할 징조네. 알도 못 낳는 폐계 달구가 사람 말을 하니…. 공맹자님이 이들 두고 세상말세라 하셨는 갑다.”
“맞네. 처남! 중국에서 피아오, 그러니까 ‘피아오 진후이’라고 한 말이 틀림없네. 박(朴)은 푸(pǔ)로 발음해야 하는디, 얼마나 음탕하고 음란했으면 음탕할 표(嫖)인 피아오(piáo)로 성을 바꿔버렸겄는가? 글고 미국의 오바마도 ‘푸어 프레지돈트’라고 혔어.”
“프레지돈트라니요? 프레지던트 아니요?”
“이 사람 처남! 지 돈은 구렁이 알로 아끼고, 우덜 세금으로는 지년놈들 지역구 잇속만 챙기면 던트가 아니라 돈트일세. 그건 그렇고 암튼 저 말하는 폐계는 어찌할건가? 사람말을 허는디 어찌 잡아먹겄는가?”
"아따! 매향! 달구 폐계가 사람 말을 한다고 살려두면 99% 전신전인(全神全人)인 우덜 체면은 뭐가 되요? 그냥 눈 딱 감고, 귀도 딱 막고 잡아먹읍시다."
"허어! 열심히 살려고 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네. 또 전체적으로 잔털까지 싹싹 뽑아 깨를 활딱 벗긴 폐계 달구를 다 보면 기운이 올 수도 있어. 더욱이 바르게 먹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거야. 그게 걱정이야."
“아따따따! 콧물이 웃고 침물이 춤추겄소? 매향! 매향답지 않게 뭔 소리요. 어차피 지 말만 앞세우고, 지가 한 것은 다 정의고, 같은 말도 누가하면 선거법 위반이고 지가 하면 덕담이 되는디 뭔 걱정이요. 우리들 99%가 다 좌뽈인게 걱정은 확 붙들어 꼬불칩시다. 먹고 디진 귀신은 화색도 좋은 것이요. 근께 이 달구의 비계덩어리는 그저 인간의 추악하고 간교하며 탐욕스런 모습만을 보여주는 저질 종말작일 뿐이니, 우주고 기운이고, 혼이 비정상이고 나발이고 간에 묵고 봅시다. 발모가지 탕탕 조셔줄테니, 쇠주 한 잔 턱 들이붓고 한 숨 늘어지게 주무시고 가시시오.”
이리하여 모파상의 비계덩어리는 걸작으로 남고 그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었지만, 달구의 비계덩어리는 횡설수설로 일관하여 후세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 우주도, 기운도, 혼이 비정상도 그렇게 코흘리개 초등학생들까지 웃기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가 했더니, 그저 계전(鷄典)에 쓰레기 언어로 등재되면서 그 운명을 다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