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빨간줄기! 너 뉘고?
나? 이 무식한 놈아 내가 바로 온나라를 떨게 만든 그 유명한 15조짜리로 포장된 수십, 수백조짜리 경제야. 경제
아, 근께 니가 바로 그 유명한 위장경제?구나. 깨진 항아리에 물 붓는 밑빠진 경제!
아, 그 위장이 무섭네 무서바. 그냥 수 많은 산줄기를 거침없이 뚫어버리네.
물은 순리대로 흐르는 거라고 했는데. 그 순리를 어기면 벼락을 맞아 인간통구이가 되는 거라고 공자님이 말씀? 아님 예수? 석가모니? 맹자? 마호멧? 히틀러? 아이고 모르겠다.
<그림은 다음 아고라에 운하님이 올린 자료>
너 이 생쥐새끼 출출한데 잘 만났다.
뭐라꼬? 내가 지금 누군지 아노? 난 생쥐가 아이다. 하나님께 봉헌선물을 주고받는 그러니까 거룩한.....
야, 이 생쥐새끼야! 니가 머시든 상관없어. 넌 그냥 배고플때 내 간식이야.
하! 이놈아보라. 너 까불다가 내 부하들에게 끌려가면 뼛다구도 못 추린다아이가. 탁 치면 억이야, 억! 이노마. 그라고 내가 바로 그 건국이래 가장 훌륭한 갱제다. 갱제. 이 세상 도덕이나 정의보다 수천배 훌륭한 갱제야. 갱제! 모든 사람들이 날 우러러 보고 있어. 이노마. 그리고 난 지금 이 나라에서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이노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넌 그냥 생쥐새끼야. 콱! 으으득, 으드득, 꿀꺽, 쩝, 으, 맛있다.
<역시 사진은 다음 아고라의 mouse hunter님의 작품>
<소설>
학원이 신세
<7>
1930년 무렵은 왜인들이 조선을 식민지로 다스리고 있을 때였다. 당연히 조선인들의 삶이 왜인들의 손바닥 선택에 달려있기 마련이었다. 그 왜인들이 손바닥을 어떻게 뒤집느냐에 따라 조선인의 팔자는 뒤집어지기도 하고 뒤집혀지기도 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이었다. 밀물이 되면 갈대 우거진 강변을 따라 아득한 바다였다. 그러다 썰물이 되면 그 아득한 바다가 다시 끝이 안 보이는 갯벌이 되었다.
왜인들이 그 갯벌을 농토로 만든다고 했다. 바다를 막아 그 끝이 안 보이는 너른 갯벌을 너른 들판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또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너른 들 가운데로는 운하를 만든다고 했다. 그리되면 ○○○고을은 항구도시가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너른 들판에서 나오는 곡식은 운하를 통해 바다로 나간 뒤, 곧바로 왜국으로 가져갈 거라고 했다.
왜인들은 그걸 추진할 ‘○○○간척 및 운하건설 농지개량조합’이란 걸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자로 이학원이를 임명하였다.
어느 날이다. ‘○○○간척 및 운하건설 농지개량조합’의 성대한 개소식이 열렸다. 왜인들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을 구름떼처럼 모아놓고 그 사실을 발표했다.
그 날 그 성대한 개소식과 현판식이 있던 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학원이가 왜말을 능숙하게 할 줄 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지만, 그날 학원이의 성이 이가라는 것이 정식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 정말이지 하루아침의 대변신이었다. 동쪽에서 뜨는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느냐?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손가락으로 눈을 부비고 또 부비고, 그것도 부족해서 이번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뺨을 꼬집어 달라하고 심지어 엉덩이까지 차달라고도 했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다.
풀을 엮어 만든 거적대기로 겨우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다니던 학원이었다. 그 거지발싸개 같던 학원이가 왜인들이 입는 양복을 번지르르 걸치고 떡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첫 번째 기절초풍을 했다. 행사에 참석한 높은 자리의 왜인들과 능숙한 왜말로 무어라 지껄이는 모습을 보고는 두 번째 기절초풍을 했다.
학원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두 번씩이나 기절초풍을 하든 말든, 설령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하든 말든 상관없이 연신 고개를 굽신굽신 숙이며 왜인들에게 알랑방구를 뀌었다. 그런 다음 식이 끝나고 왜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사라지자, 그만 표정이 돌변하였다.
학원이는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려 뒷짐을 지더니, 이 세상에서 가장 거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그 돌변하는 건방진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세 번째로 기절초풍을 했다. 그만 벌린 입이 떡 벌어져 하루도 아니고 이틀, 사나흘씩이나 다물어지지 않은 턱관절 이상증후군에 걸린 사람도 있었다. 특히 초시니, 생원이니, 첨지니 하고 거들먹거리던 선비와 양반들의 이상증세가 더 심했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지만, 다행히도 입에서 연기는 나오지 않았다. 속이 타는데 연기가 나오지 않은 것만도 큰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학원이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과 침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툭 불거진 두 개의 이빨 때문에 말을 하면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침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든 너그럽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다. 누구든지, 어떠한 사람을 막론하고 이 ○○○에서, 그리고 ○○○갯벌에 새로 만들어지는 농토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나의 허락이 없이는 땅 한 뙈기에도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이상!”
그 말 한마디를 한 뒤 학원이는 ‘○○○간척 및 운하건설 농지개량조합’ 건물 옆에 딸린 관사를 향해 두 팔을 팔자로 흔들면서, 그렇게 거들먹거리면서 또 찬바람을 일으키며 들어갔다. 학원이의 발자국에서 고드름이 거꾸로 솟아나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되었다.
“근께 저 학원이가 내가 심부름으로 사다준 왜말책으로 공부를 혀서 왜말을 달달달 하게 되었고만이.”
“엄니, 그러니께유우, 그말이 먼말이대유우? 지는요 먼말인지 한 개도 모르것구만유우.”
“먼말이 아니라, 가까운 말이 되야부렀어. 서당 훈장이 몇 놈이나 학원이 대그빡 속에 들었다던디말여. 아따 근께 정말, 학원이 대그빡 하나는 끝내줘버리네 그려. 어쩌코롬 혼자서 고로케 왜말을 시카리 배웠으까 잉!”
먼발치에서 학원이의 당당하고 거만스런 모습을 지켜보며 똑다리 색주가 집 늙은 주모가 고개를 연신 끄덕여댔다.
“오메 오메,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하루아침에 변신을 다한다요? 잉”
“그나저나 엄니요. 저놈아 학원이가 우리 주막에도 한 번 오면 좋겄네에. 왜놈들 입는 양복 입은거 보니께 번지르르 학실한 미남이다 아이가. 호호호호!”
“그려, 그려. 이자 잘 퍼먹을거신께 정력도 징그럽게 좋을거신께 한번 기다려 보드라고 이년들아, 잉!”
“호호호호! 오메메메 생각만 해도 그만 쌩오줌 재리겄다마. 내사마 못산데이!”
색주가 색시들이 주모를 둘러싸고 맞장구를 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히히덕거리며 치맛자락을 허벅지살이 허옇게 보이게 걷어 올리면서 몸들을 비비꼬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