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님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남한강 달천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반도대운하? 이 아름다운 강 양쪽에 높다랗게 옹벽을 쌓고 유람선을 띄운다고 하는 넋빠진 인간들의 헛소릴 들으며 강물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한반도의 남쪽 고을, 다사로운 땅, 고흥 팔영산 능가사다. 겨울비 내리는 날 모든 시름 잊고 능가사를 찾았다. 넋빠진 인간들의 헛소리도 여기선 들리지 않는다.>
<능가사에서 바라본 겨울비에 젖은 팔영산. 아름다운 여덟 봉우리 바라보며 사랑도 함께 본다.>
<고흥 외나로도 항공우주센터로 가는 연륙교. 청정해역이 한폭의 그림이다. 삼성중공업의 바지선과 충남, 전남북 서해안의 검은 기름띠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탐욕스런 인간들이 다 망치고 있다.>
<녹동항! 비 내리는 겨울 바다에 갈매기가 한가롭다. 저만큼 소록도로 건너가는 연륙교가 보인다. 겨울이 가기 전에 정인과 함께 고흥 녹동항에 들려보시기 바란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먹거리까지 풍부하고 맛있는 고장이다.>
<소설>
학원이 신세
<6>
이 초시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학원이 어미가 이제 겨우 핏덩이를 면한 학원이를 키우고 사는 초가집에 불이 났다.
“끝내 이 초시 마누라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먼. 그냥 그 싸가지 없는 년을 불쳐질러 죽여버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디 말여. 그 여시같은 년이 이 초시 아랫도리 기운을 쪽쪽 빨아먹어서 명을 단축혔다고 말여.”
“그려. 그 말이 맞제. 고생은 자기가 하고 재미는 그 첩년이 봤는디 어찌 질투가 안나갔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 있잖어?”
“근디 어제말여. 그 이 초시 마누라가 그 첩년이 사는 초가집에서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 있대야.”
“쉿! 그런 소리 함부러 허들마래이. 그 이 초시 마누라 성깔이 보통이 아니고마. 생긴 낮바닥값을 한다고마. 그냥 우덜은 굿이나 보고, 줄지 안줄지 모르지만서도 떡이나 얻어먹자코마.”
“아먼 맞다카이. 우덜은 우짜던지 먼산 불보기 하는거고만. 그게 신상에 이롤거고만.”
“그래도 그 여시같이 이쁜 이 초시 첩년이 불쌍하고마. 객지에서 이자 누굴 믿고 의지해서 살꼬? 이자 어린 새끼까정 있는데.”
“아따, 그게 그렇게 걱정이믄 니놈이 델고 살거래이. 야들야들 고년의 피부가 쥑여줄거고마. 무식한 니놈들이 알란가 모르겠고마. 그 피부라는 게 말이다. 부드럽고 매끄러우나 느낌이 딱딱한 것이 있고,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 말랑말랑한 것이 있고마. 하이고 생각만해도 짜릿짜릿 쥑여주고마. 우째 고년을 한번만 안아보면 소원이 없겠는기라.”
“하이고야 그 말 니 마누라가 들을까 겁난데이. 너 니 마누라한테 맞어 뒤질라고 그런 소리하노?”
“아따 문딩이 자슥! 꼭 덜떨어진 땡감모냥 마누라 무서버하긴? 그래 너같은 문딩이 보고 꽁생원에 공처가라 하는기라.”
“하이고 사돈네 남말하고 있네. 다들 니놈 보고 기처가라 카더라. 마누라가 뒷물하는 소리만 들어도 기절하는 기처가라카더라. 크크크크!”
“맞다 맞다. 크크크크크! 기양 마누라 씻는 소리만 들으먼 히까닥 눈 뒤집고 숨도 크게 쉬지 않는다카더라.”
“야, 이노무 자식들, 죽을라코 환장했노?”
“아따. 그러다 싸우겄다. 친구지간에 우정 상하겄다. 문제는 이 초시 마누라가 불을 질러 그 이 초시 첩이 오갈데가 없게 되�는디, 우덜이 쓸데없이 쌈박질이나 허면 쓰겄냐?”
“그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말라고 혔서. 형편이 어지간하면 그 불쌍한 이 초시 첩에게 보리됫박들이나 보태주더라고 잉.”
사람들은 이 초시 마누라가 지른 불이라고 수근대며 학원이 애미가 불쌍하다면서도 점잖치 못하게 무얼 상상하는지 침을 꿀꺽꿀꺽 삼켜가며 쌍스런 소릴 씨부렁댔다.
하지만 이 초시 마누라가 불을 질렀다는 것도 알 수 없는 소문일 뿐이었다. 그리고 불쌍하고 힘없는 학원이 어미 편을 내놓고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학원이 어미는 다리 밑에 움막을 짓고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인근 마을의 종 아닌 종 노릇을 하면서 학원이를 키웠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왜놈들 숙소를 들락거리고 초시와 생원, 첨지, 그리고 선비입네, 양반이네 하며 거들먹거리는 토호들의 노리개 노릇도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었다. 그런 소문이 혓바닥 위에서 달큼하게 녹는 사탕이 아니고 잘못 씹다간 쌩이빨이나 깨지는 돌맹이처럼 색주가를 들락거리는 술꾼들의 입에서 입으로 굴러다녔다.
고맙게도 학원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차츰 어미가 하던 종 노릇을 고스란히 학원이가 이어받았다. 다만 여자 종이 하는 일이 남자 종이 하는 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학원이가 누구 종자인지 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걸 밝힌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아닌 담에야 또 어떻게 그 일을 밝힌단 말인가? 이 초시가 죽은 뒤로는 아무도 학원이가 누구 자식이냐, 아니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시어터진 보리개떡이나, 썩은 고구마 두어 개, 쉰밥이라도 한 덩이 던져주고 실컷, 마음껏 종으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게 좋을 뿐이었다.
어쨌든 학원이는 그렇게 똥구녁이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굶기를 밥 먹듯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몸만은 건강하여 마을의 궂은 일,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면서, 이 집 저 집 정해지지 않은 종살이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
“학원아! 오늘은 뒷거름 좀 퍼라.”
“예이!”
“학원아! 오늘은 소 풀 먹이고 깔 비어라.”
“예이!”
그저 마을의 누가 됐건, 무슨 말이 됐건, 한낮이건, 오밤중이건, 무슨 일이든 시키기만 하면 ‘예이!’라는 말이 학원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정말이지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람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