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학원이 신세 4

운당 2008. 1. 10. 08:21

<로마시대에 죄인을 굶어죽이는 형벌이 있었다 한다. 곧 아사직전의 아버지를 면회온 딸이 마침 출산 뒤여서 아버지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라고 한다. 많은 화가들이 화제로 삼아 유사한 장면을 그리기도 했다는데, 이 작품은 루벤스의 그림이라 한다. 처절한 인간의 욕망과 한계, 그리고 정지된 화면이 주는 인간의 탐음이 내밀하면서 강렬하다.> 

 

<어떤 분이 그래픽 처리한 한반도의 모습이다. 먼저 무단으로 사용함을 해량하여 주시길 바라며 삭제 요구하시면 곧바로 삭제 하겠습니다. 다만 그 분의 뜻처럼 한반도에 물길이 나고, 영상강, 금강마저 절단이 나서 온갖 부유물, 오염된 폐유며 쓰레기들, 홍수시의 물폭탄이 지대가 낮은 영상강 금강, 낙동강 하류를 범람 시킬 거라고 하는데 그때 누가 이 갈라져 죽어버린 한반도에 젖을 물릴까? 한반도의 모습이 호랑이 모습이라고 하니까, 왜인들이 토끼 모습이라고 그 생김새를 격하시켰다. 호랑이건 토끼건, 막말로 이제 개나 생쥐가 되건 국토를 갈라놓고 유람선 띄운다는 인간말종들을 생각하면 밥 먹다가 나도 모르게 숟가락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소설>

학원이 신세

 

<4>

“거말이시. 학원이 애비가 왜놈이라는 데 말여. 학원이 애미가 왜놈하고 붙어먹는 걸 누가 본 사람 없을까?”

“아따, 이 사람아! 자네는 그 짓거리를 방문 열어놓고 동네방네 광고하면서 헌가? 누가 그 은밀한 걸 봤겄남 그려.”

“야, 이 문딩이들아! 실없는 소리 그만 차라마. 그 짓거리를 설령 봤다고 해도 우덜이 어찌 아노? 니놈들이 학원이 에미 뱃속에 들어가 그 어떤 시러배 아들놈이 뿌려논 물씨앗이냐? 하고 물어볼끼냐 이 말이다. 그라고 그 물씨앗에 ‘나가 누구껀기라’ 하고 자기 애비놈 이름이 써있기를 하노, 우짜노? 말이다.”

“맞다, 맞다. 학원이 어매가 젊었을 적에 그래도 한 인물 했다 안하드노? 어디 한 두 물씨앗만 뿌려졌겠노? 그자?”

“하모, 하모! 마, 여러 시러배놈들 물씨앗이 뒤죽박죽 섞여서 누구도 모를기라. 키키키!”

“아따 이 싸가지 없는 작자들아! 해가 중천인디 오만잡소리 그만들 혀. 그라고 어서 일들이나 혀. 산 입에 거미줄 안치려면 삽들고 후딱후딱 논고랑으로 가라 이 말이여. 나나된께 느그들 허접스런 농투성이들헌티 이런 거룩한 충고를 혀주는 거여.”

“하모하모. 니 말이 맞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누에는 뽕잎을 먹는 기라. 우리같은 무지렁이 농투성이들은 아무 생각말고 땅이나 쿵쿵 파는 것이 젤인기라. 암 젤이고 말고. 그라니까 이자 시카리 시카리 일이나 허는기라.”

“아믄, 아믄. 니놈 입주댕이가 부처님, 야훼님 엉덩짝이다. 어서들 후딱 한잔씩 걸치고 논바닥을 색시 엉덩짝 더듬듯 더듬으래이.”

이따금 사람들은 또 그렇게 학원이 애비가 누구냐는 실없는 얘기를 술안주로 삼았다.

그 중 제일 많은 주장은 학원이의 애비가 왜인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윗입술을 들추며 대문짝만하게 툭 튀어나온 뻐드렁니 두 개 때문에 그런 풍문이 힘을 얻었다. 사람들의 선입견이지만 왜인들은 모두 이 두 개가 뻐드렁니이고 그 뻐드렁니가 윗입술을 들추며 툭 튀어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뭐라고 지껄인들 무슨 소용인가? 학원이가 왜놈 종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사실여부는 그의 어미가 확인해주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학원이가 이제 세상을 뜬지 스무 해나 되는 아랫뜸 마을의 이 초시를 닮았다고 수근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생전의 이 초시도 앞니 두 개가 입술을 들추며 툭 튀어나왔는데 그게 학원이가 이 초시의 자식이라는 소문의 진상이었다. 부전자전으로 툭 튀어나온 이빨이 닮았다는 것이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거보단 확실한 증표이간 했지만 학원이의 어미는 그 소문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일체의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학원이의 어미가 처음 이 고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이 초시가 젊었을 적에 한양에 다녀온 뒤였다.

그러니까 학원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다. 아랫뜸 마을의 상여를 보관하는 움막 옆에 사람이 살지 않는 이 초시 소유의 초가집이 한 채 있었다. 이 초시가 한양에 다녀온 뒤에 그 초가집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나중에 학원이 어미가 된 여자였다.

그 학원이 어미도 젊었을 적이라, 인근 마을의 어떤 여자보다도 이뻤다. 그 느닷없는 이쁜 여자의 출현에 사람들은 평소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이 초시가 한양에 다녀오며 학원이 어미를 데리고 왔다고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참고로 이 초시 부인인 월미댁의 모습은 못 생겨도 그렇게 못 생겼을 수가 없었다.

이 초시가 장인 집 재산을 보고 결혼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월미댁의 친정은 근동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이 초시 집안은 말만 양반이었지, 똥구먹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런데다가 그만 조실부모하여 말 그대로 오갈 데 없는 상거지가 되고 말았다.

그때 월미댁의 친정 아버지가 이 초시를 사위로 삼으며 논밭을 스무마지기나 지참금으로 떼어주었다.

첫날 밤 월미댁의 얼굴을 쳐다본 이 초시는 그만 방문을 박차고 나와버렸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그 소문도 못 믿을 것은 월미댁이 아들 딸을 쑥쑥 셋이나 잘 낳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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