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학원이 신세 9

운당 2008. 1. 15. 07:43

<다음 아고라 밥풀꽃님의 사진>

이제 곧 전임이라는 말로 불리게 되겠지요. 수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싸가지 없는 인간말종들, 악마구리, 하이에나 같은 몇 신문들의 욕도 많이 얻어 먹었지요. 상관마세요.

아무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악수를 나누며 민족통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일 등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낙향하면 시민들과 편하게 막걸리도 나누십시요. 지금은 그 말 뿐입니다.  

<다음 아고라 밥풀꽃님의 사진>

위 사람들은 거꾸로 싸가지 없는 인간말종들, 악마구리, 하이에나 같은 몇 신문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칭송하는 인물들입니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문득 옛 일이 떠오릅니다.

대통령 연임이 몇 차례고 가능한 유신헌법 투표를 앞둔 1971년 박정희 10월유신 때였습니다. 교사들은 오전수업만 마치고선 날마다 마을과 학부모 가정을 방문해 '호박같이 둥근세상 0표 찍어 둥글둥글' 그렇게 홍보와 설득을 하도록 지침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을 이장의 확인 도장을 받아서 다음 날 아침이면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윽고 마을을 방문해 학부모와 주민들을 지시대로 설득을 해야할 때였습니다.

어떤 교사가 사람들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그만 '말 못하겠습니다'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오늘 그 때 그 교사처럼 위 사진의 인물들을 보며

'아무 말 못하겠습니다.'

<다음 아고라 살맛나는 세상님의 사진>

그냥 웃으시라고요. 아하 29만원짜리 화폐가 이리 생겼구나 하고요.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은 화폐의 인물로 안 한다던데?

 

<소설>

학원이 신세

 

<9>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드는 사업도 완성이 되었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농토가 새로 생겼다. 그 너른 들 한가운데로 운하도 생겼다. 바다를 오가는 커다란 곡식배가 느릿느릿 그 너른 들 깊숙이 들어왔다.

이따금 그 운하에서 기생을 여럿 태운 배를 띄우고 한가롭게 뱃놀이를 하는 학원이를 볼 수 있었다. 가야금에 풍악이 울리고, 산해진미에 비싼 정종, 심지어 양주까지 바리바리 싣고 ‘늴리리야, 늴리리, 니나노가 날 실어간다’ 흥청망청 즐기니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다’ 그야말로 왕의 행차였다.

하지만 너른 농토와 운하가 생긴 뒤로, 사람들은 갯벌을 잃어버렸다.

갯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갯벌에 사는 조개와 게, 짱뚱어와 문저리, 숭어, 김이며 미역, 그리고 바지락과 고동들도 다 잃어버렸다.

운하의 물도 한 해가 다르게 썩어갔다. 똥덩이와 죽은 쥐새끼가 둥둥 떠다니고 큰 비가 오면 등짝이 요상하게 구부러진 물고기들이 배를 허옇게 뒤집고 나자빠졌다. 그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썩은 냄새로 한동안 사람들은 골치가 아팠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점에 대해서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그 운하 옆 어떤 집에서 낙지처럼 머리에 뼈가 없는 아이가 태어나고, 다리가 여섯인 송아지, 머리가 둘 달린 강아지가 태어났어도 사람들은 그저 쉬쉬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자칫 말 잘 못해서 농토를 뺏기는 날이면 거적대기 허리에 두르고 상거지가 될판인데 감히 누가 그 말을 학원이에게 하겠는가?

“아따 어떤 간 큰 쥐새끼가 시방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겄노? 우덜은 생쥐새끼들인기라. 찍찍직 찍찍! 맞제 우덜이 생쥐새끼 맞제?”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생쥐새끼라고 하면서 숨을 죽였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잠시 학원이의 밥 먹는 모습을 소개해 보겠다.

“야, 이 고기가 와 이리 질기노?”

학원이는 무슨 고기건 씹어서 삼키는 법이 없었다. 그냥 슬쩍 입에 넣었다가는 뱉어내고 말았다.

“하이고마 대감님! 우찌 대감님께서 직접 이 질긴 고기를 씹어드십니꺼? 이런 어려운 일은 지들이 해야지요.”

옆에 앉아 아양을 떨던 기생이 쇠고기를 잘근 잘근 씹어서 다시 그걸 수저에 놓아 주면 겨우 한 점 먹을까 말까였다. 정말 옆에서 쳐다보면 삼년 전에 먹은 우거지까지 기어 나올 정도였으나, 누구 한 사람 감히 눈 크게 뜨고 쳐다보지도 못했다. 생쥐새끼들이 감히 어찌 그런 무엄한 짓거릴 하겠는가 말이다.

다만 학원이 어미만 그런 모습을 보고 ‘하이고메, 이라믄 죄 받는데. 하이고마 이 일을 우짜노?’ 하면서 학원이가 뱉어버린 고기를 버리지 않고 따로 모았다. 이건 나중 이야기지만 그렇게 학원이가 뱉어버린 고기를 그의 어미가 모아서 말려놓은 게 80킬로짜리 쌀가마니로 다섯가마니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학원이의 행태를 정리하자면 ‘인간말종이 보여주는 오만방자의 극치다’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조금 줄여 만든 요즈음 유행하는 4자성어 ‘말종극치’라는 문자는 바로 학원의 밥 먹는 모습에서 인구에 회자되었다. 만약 앞으로 백과사전에다 이 말의 어원을 찾아 기록한다면 바로 학원의 행위를 뼈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에 기초하여 확실한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거짓말이다, 위조다, 덕담차원에서 약간 부풀려졌다, 잘못 이해한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라고 우기는 일은 인간말세의 시대에 흔하게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역사란 가진 자, 권력을 쥔 자의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역사란 힘 있는 자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 변질, 변형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필요한 것은, 4자성어의 어원을 알게 한다든지, 오래전에 살았던 학원의 행태를 더듬어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에 다름 아니다.

<계속>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구의 비계덩어리  (0) 2015.11.12
학원이 신세 10  (0) 2008.01.16
학원이 신세 8  (0) 2008.01.14
학원이 신세 7  (0) 2008.01.13
학원이 신세 6  (0) 200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