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기행

2. 소록도

운당 2015. 3. 17. 09:34

2. 소록도

 

315일이다. 봄나들이, 두 번째 세월기행이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그래 꽃맞이다. 문득 남쪽 섬 소록도가 다가온다.

햇살이 환하고 따사롭다.

목적지 고흥 녹동의 소록도를 향하니 아침 햇살이 차창 안으로 가득이다. 맘은 한가한데 별나게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가 생각난다. 1960315, 그자들은 선거 관리부서인 내무부를 통해 4할 사전 투표, 3인조, 5인조 공개 투표, 완장 부대 활약, 야당 참관인 매수, 폭력, 축출 등 온갖 부정 투개표 방법을 총동원하였다.

이에 국민은 필사적인 저항을 시작했고, 마산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독재 정권은 역사의 티끌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역사는 되풀이요, 과거가 현재다. 그 부정선거는 더욱 진화, 교활, 야비, 더러워졌다.

그래서 1960년 내무부서는 2013년 국정원이 되어 걱정원이 되었고, 그 댓글선거에 당선된 자를 오죽하면 똥에 비유해 댓똥년이라 할까?

더하여 역사는 미래를 향해 가나, 그 떨거지 집단은 더욱 후안무치 퇴보하니 병역비리·세금탈루·위장전입·부동산 투기 등이 공직자의 4대필수과목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아하! 통재라!

한탄하는 사이 차는 예당 들판을 가로질러 고흥에 들어서고, 이어 녹동에 이르니 소록도가 한달음이다.

 

소록도! 한센인들의 한탄과 절규가 구석구석 숨어있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꽃사슴이 살고 있는 작은 사슴섬(小鹿島)이다.

중앙공원의 수목이 아름다운 건 또 별유천지 비인간의 애환을 상징한다. 둘러보니 동백이 피고 매화가 피고 실버들이 물을 머금어 늘어지고 있었다.

 

소록도 주차장에 내려 맨 먼저 마주치는 장소가 수탄장이다.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한 달에 한 번 만났던 장소다. 사랑하는 가족이 눈물로 만났던 탄식의 장소라 하여 수탄장(愁嘆場)이라 부르는 곳이다.

이어 갯내음이 파도에 실려 오는 길을 따라 병원 들머리에 이르면 19458월에 학살당한 환자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그 병원을 돌아 중앙공원에 있는 구라탑, 한하운 시비, 이름만으로도 끔찍한 검시실, 감금실 등을 무심히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수탄장 앞에서 다시 걸음을 멈춘다.

 

수탄장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부모와 자식이 만난다.

 

어머니! 아버지!

자식들이 눈물로 부모를 부른다

 

아들아! 딸아!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린다.

 

호르륵! 호륵!

길을 넘지 말라고

감시원이 눈 부라린다.

 

수탄장

한 달에 한 번

한센인 환자와 그 자녀들이 만났던 길이다

 

꽃사슴섬 소록도

별유천지 비인간이 되었던 곳

 

부모도 울고

자녀도 울고

눈 부라리며 호루라기 불던

감시원도 울었던 곳이다.

수탄장(愁嘆場)!

(2015, 3, 15)


<수탄장>

<지금은 무심히 햇살이 놀고 갯바람만 분다>

<해방이 되었으나 학살당한 한자들의 추모비>

<남포미술관에서 제작한 모자이크 벽화, 중앙공원 가는 길>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보관하는 곳>

<검시실, 감금실 등 인권 억압의 장소>

<구라탑>

<중앙공원>

<강제노역, 잔혹행위를 하던 일인 4대 원장의 동상이 있던 자리>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시비>


'세월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의병제전 의령  (0) 2015.04.25
5. 금산의 의병들  (0) 2015.04.17
4. 아! 419  (0) 2015.04.03
3. 변산바람꽃  (0) 2015.03.24
1 팽목항  (0) 201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