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의병제전 의령
의병은 ‘관군이 무력할 때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어나 적과 싸운 분들’이라고 한다.
그러니 병법이며 전술 전략이 먼저가 아니었다. 오로지 의기 하나만으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강강수월래! 강을 건너 적이 온다, 그 강은 어디고 적은 누굴까?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의 썩은 냄새가 천지에 진동하고 세월호의 슬픔은 분노가 되는데, 희희낙락 놀러다니는 이명박근혜가 있는가 하면, 원한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성완종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하, 수상한 시절!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아침, 임란의병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조선에서는 1592년부터 1598년까지의 ‘7년전쟁’을 첫 침략은 임진왜란, 두 번째는 정유재란이라 한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임진조국전쟁(壬辰祖國戰爭)이라 가르친다.
일본은 ‘분로쿠(문록文祿) 케이초(경장慶長)의 역(役)’이라 한다. 임진년인 1592년은 왜왕 분로쿠의 원년(文禄元年)이고 1598년은 왜왕 케이쵸3년(慶長3年)이어서다. 중국 역시 당시 명(明) 황제의 연호로 만력조선전쟁(萬曆朝鮮戰之役) 또는 만력(萬曆)의 역(役)이라 한다.
임금이 도망치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지켜야했던, 우리에겐 참으로 비참하고 황망했던 살육전쟁이었다. 그러나 침략자인 왜와, 원군이었으나 무서웠던 명은 내전 정도로 가벼이 생각하니 참으로 무심한 역사의 기록이다.
첫 기행지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남명 조식 선생 산천제다. 두세 번 가본 곳이어서 낯이 익지만, 갈 때마다 머리가 더 깊이 숙여진다.
남명 선생 동상과 기적을 새겨놓은 기념물을 둘러보고 기념관으로 가니, 직원이 요점을 잡아 잘 설명해 준다.
친절한 안내에 감사드리고 이웃하여 있는 산천제로 갔다. 토종인 흰민들레가 지천이다.
함께 간 월강이 그 귀한 흰민들레에 카메라 렌즈를 가까이 댄다. 그리고 산천제에서 바라보이는 잘 생긴 지리산 천왕봉도 가까이 끌어당긴다.
몇 백 살일까? 매화꽃이 진 자리에 사내 아이 젖꼭지 같은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해마다 꽃을 피우고 새 열매를 매다는 이 노매(老梅)를 늙었다 할까? 아니면 봄마다 젊다고 할까?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일세’
월강 친구가 기어이 한마디 한다. 산천제를 나와 봄 햇살을 부수며 넘실넘실 흘러가는 덕천강 따라 의령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다.
두 번째 기행지인 의령에 도착하니, 마침 의병제전 기간이어서 여러 조형물이 있고 관련 행사가 진행 중이다. 가는 날이 장날, 떡 보고 제사 지내는 격이다.
‘이렇게까지 환영 안 해 줘도 되는데, 친구가 군수에게 전화했던가?’
‘흐흐! 그러게.’
충익사의 곽재우 장군을 참배하고 의병박물관으로 가는데, 들려오는 풍악에 기분이 좋아 농담을 나눈다.
이어 호암 이병철 생가를 둘러본다. 한국 제일의 갑부를 배출한 곳 아닌가? 집터며 주변 풍광이 심상찮다.
‘○○터네. 점잖은 말로 금계포란지형이지만. 허허허!’
감탄하며 고샅을 나오니, 동구(洞口)에서 어떤 젊은이가 말에 끼어든다.
‘풍수를 아시오?’
‘풍수라니오? 그저 지세가 좋아서 하는 말이오.’
손을 휘휘 저었더니, 젊은이의 말이 간단명료, 직설화법이다.
‘이거는 남자 거시기고, 저거는 여자 거시기고, 보이소, 저 안에 또 자궁이 있슴더. 또 저기도 남자 거시기인기라요. 거시기라고 다 아는기라요.’
‘아, 그래서 한국 제일의 갑부! 거시기구나.’
관광객에게 물건을 파는 할머니도 웃고, 우리도 젊은이와 함께 너털웃음을 웃었다.
‘거시기의 정기를 진즉 받았어야 하는데…. 하하하!’
한 번 더 웃었다.
세 번째는 독립지사 백산 안희재 선생이 계시는 유곡면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곽재우 장군 생가에 잠시 들렸다. 만석꾼 집처럼 규모가 크고 이곳의 터도 역시 범상치 않다.
‘어떤 사람을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주고, 어떤 사람은 재산을 모아 의병과 함께 적과 싸웠구나.’
새삼 망우당 곽재우 장군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백산 안희제 선생을 뵈러갔다.
‘백산 선생은 정말 훌륭한 분이셨어. 경주 갑부 최준이 안희제 선생께 독립자금을 주면서 반만 가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백범 선생께 들으니 한 푼도 틀림없이 전달됐다네. 그래서 백산 선생 임종시에 최준이 펑펑 울었다네.’
오늘이 있음은 백산 선생 같은 분의 희생과 열정 때문 아니겠는가?
‘이 분들을 뵐 수 있어서 좋았네.’
‘그러게 평생에 한 번이겠지만, 정말 잘 왔네.’
되돌아 갈 길도 멀지만, 월강과 얘길 나누는 나그네의 몸과 맘은 평화와 행복이다.
‘의령왔으니, 의령 생산물도 가져가야지.’
월강이 차를 세우라 하더니 멜론을 사왔다. 그렇게 멜론까지 차에 실으니, 오늘 기행은 동그라미 다섯 개다.
수많은 제자를 길러 임란의 의병이 되게 했던 선비의 표상 남명 선생, 그의 제자이며 외손서(外孫壻)였던 망우당 곽재우와 의병들, 갑부 호암 이병철, 독립지사 백산 안희제 선생을 만나고 오는 길에 어둠이 내린다.
‘충익사의 모과나무! 생전 처음 보는 큰 나무였어. 그렇게 아름다운 모란꽃도 처음이고.’
‘곽재우 장군 생가의 흰모란꽃도 참 귀한 꽃이야.’
‘이 다음엔 신립의 탄금대에 가봤음 해.’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한 곳이지.’
‘월강! 오늘 즐거웠네. 곧 봐.’
도심의 밤하늘, 별을 볼 수 없게 된지가 오래다. 하지만 친구가 곧 별이다. 나그네는 그 별을 향해 곧 또 보자는 손을 흔든다.
의병제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어느 때일까?
어린 시절
머리맡에 새신, 김밥에 사이다, 삶은 계란
침 꼴깍, 그 소풍날 기다리던.
아님 꿈에도 밟던 명절 고향 길
아니지, 첫 키스
응! 첫 날 밤
아이구야! 그만 두자
더 이상 진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시절은 어느 때일까?
눈 앞 빚쟁이
병실에 누워있던 날
뒤로 넘어져 코 깨지고
저승사자 발걸음 소리
아이구야! 이것도 그만 두자
죽으면 끝인데 좋고 나쁘고 뭐 있겠냐?
이 풍진 세상
입만 열면 거짓부렁
애꿎은 미꾸라지는 양반이다
유체이탈화법, 반신반인까지 설치는데
가장 좋은 시절이
의병의 날들이면 안 될까?
들풀처럼 일어나
가장 나쁜 시절을
들불처럼 태우면 안 될까?
(2015, 4, 24)
<남명 선생 기념관>
<조식 선생상과 기적물>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썼다는 단성소>
<산천제>
<남명 선생이 바라봤다는 천왕봉이 오늘은 흐릿하다>
<의령의 의병제전>
<충익사의 충의각>
<임란을 지켜봤을 모과나무>
<충익사>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께 참배하고>
<의병박물관에서 곽재우 장군을 만나고>
<당시 곽재우 의병군의 복장과 왜군 복장>
<의병 박물관>
<호암 생가>
<호암 생가>
<거시기한 지세>
<곽재우 장군 생가 마을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망우당 곽재우 장군 생가>
<군사조련을 해도 좋을 앞 마당>
<독립지사 백산 안희제 생가>
<백산 생가 전경>
<돈을 벌어 나라와 민족을 구한 백산 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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