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기행

4. 아! 419

운당 2015. 4. 3. 08:46

4. ! 419

 

엘리엇 선배가 누누이 말했다. 잔인한 달, 4월이다.

말해 뭐하랴! 우리에게 2014416일은 기억하기조차 부끄럽고 슬픈 날이다. 어린 학생들을 포함 3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닷물에 죽어가는 걸 속수무책 지켜보았던 날이다. 사람이라는 긍지나 자부심마저 송두리째 앗아간 날이다.

팔자 좋아 옷 갈아입는 재미로 히히덕, 늴리리야 니나노를 부르건, 7시간 떡을 치건 사생활이라면 누가 뭐랄까?

그런데 웃긴다. 그게 사생활을 즐길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거어룩한 재판관들이 눈 부라리며 그 7시간을 허위라 대변해주는 대명천지다.

대변? 큰 똥은 큰 똥이니 핥을만 하리라. 지지리도 내세울 게 없어 설까? 그런 허접 뉴스나 지켜보는 2015년 돌아온 4월이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

‘7시간 뒤 한다는 말이 이러니 참 나쁜 년이다. 아니 참 넋 빠진 년이다.’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아직 바람결은 차다.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그저 깨 할딱! 훌훌 벗고 7시간 아니라, 70시간이라도 벌레벌레 푸닥거릴 하고 싶은 슬픈 봄이다. 차마 미치지 못해 산다.

 

춘산에 나는 불은 끄기도 하려니와, 이내 가슴에 난 불은 무엇으로 끌까나?’

하여간 42일 아침, 어깨동무 벗, 월강과 함께 김주열 열사를 만나러 나섰다.

 

곡성에서 남원 가는 옛 도로다. 금지초등학교 이정표를 만나니 곧 김주열 열사 묘역이다.

덩그마한 묘소는 몇 해 전 단장한 듯, 한글로 새긴 비석이 푸른 하늘을 이고 있다.

추모각과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큰 문이 불어오는 바람에 연신 삐거덕 댄다. 하지만 정작 열려있어야 할 추모각과 기념관 문은 굳게 닫혀있다. 안내받으려면 연락하라는 전화번호가 있었지만, 그냥 유리창 밖에서 목례로 예를 차렸다.

 

이어 봄이 들어 각색화초 무장하게 만드는 남원으로 갔다. 요천 둑길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답다.

월강이 끊어온 2500원 짜리 입장권을 내고 먼저 광한루로 들어간다. 곧장 춘향 사당으로 간다. 이어 광한루, 오작교의 잉어와 능수버들, 월매 집, 그네 터를 둘러보고 다시 요천으로 나온다.

푸른 물결이 햇살에 반짝이는 요천은 말 그대로 별천지다. 절로 마음이 들뜬다.

오늘이 처음이네. 처음!’

그동안 여러 차례 찾은 곳이지만, 월강은 연신 오늘이 처음이라 한다. 정말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남원의 봄은 처음이다.

내년에도 이 아름다운 남원의 봄을 처음 맞이했으면.’

그런 바람으로 추어탕 한 그릇에 요기를 하고 오던 길을 되짚는다.

이 아름다운 강이 그 공구리 명박상! 목숨 건진 건 정말 다행이야.’

저 아름다운 바위들이 다 사라져버렸겠지. 일자리 창출, 경제효과 수십조에 현혹되어서.’

섬진강 푸른 물이 크고 작은 바위를 끌어안으며 봄 햇살에 살아있다. 양쪽 강둑에 핀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나그네의 마음을 땅에서 하늘까지 이어준다.

그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는 청송 심씨의 함허정, 양대박 장군의 청계동, 임란 최초 의병장 유팽로 선생 생가 터를 둘러본다.

315보다 더 교활, 음험, 잔인, 잔혹한 부정부패 세력이 날 뛰는 세상이다. 하지만 어제의 일을 기억하면 역사가 되리라.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쏟아질 듯 바람도 거칠어진다.

곧 보세나.’

그렇게 다음 기행을 기약한다.

 

김주열

 

김주열

김해 김씨 75세손

1944107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에서 태어남

19603·15 이승만 독재정권 부정선거

그 날 마산항쟁 한가운데

경찰 최류탄에 맞아 행방불명 27일 뒤

411일 마산 중앙항 부두에서 주검으로 발견

4·19 혁명 도화선!

 

김주열 열사의

짧으나 거룩하고 숭고한 삶이다.

 

그리고

세월 흘러 반백(半百)

형제들의 머리는 반백, 온백인데

교복 입은 여전히 앳된 얼굴의

김주열 열사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차가운 빛

깊고 무거운 어둠이 짓누른다.

그날의 중정이 안기부가 되고

다시 국정원이 되었을 뿐이다.

내무부가 안행부가 되고

이제 이름마저 헷갈릴 뿐이다.

 

정을 나누는 저녁이 있는 삶

서로 보듬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

부자건 가난하건

점심 한 끼 나누는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그런 세상은 꿈이기만 할까?

 

김주열 열사!

그대는 민주요, 혁명이요, 세상을 여는 열쇠!

해마다 4월은 꽃들로 흐드러지고 눈부시건만

아름답고 향기롭건만

짙푸른 바다에서 불끈 솟아 빛이 필요한

아직도 깊고 차가운 어둠의 땅

그대 김주열 열사를 그리워하오.

(2015, 4, 2)


<김주열 열사 추모관, 기념관>

<열사의 묘>

<추모관>

<기념관>

<김주열 열사 묘역>

<남원 광한루원>

<광한루>

<춘향 사당>

<춘향과 함께>

<봄꽃 흐드러지게 피어>

<님은 갔어도>

<오작교에서 다시 만나리>

<꽃 담장 월담하여>

<요천 강둑길>

<저 다리 건너면 낙원이려니>

<봄꽃 흐드러져 향기로운 날>

<동학혁명 기적비>

<요천 유래 안내판>

<지상의 은하수 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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