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기행

노안초등학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비

운당 2015. 10. 31. 14:14

이름 없는 별들, 광주학생독립운동 노안초 기념비

 

이제 얼마나 알까?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는 나주이다. 19291030일의 일이니까, 86년 전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19291030일 오후 5시경, 광주를 출발, 나주역에 도착한 통학열차에서 내린 일인 중학생들이 개찰구를 나가는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인 박기옥, 이광춘 등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였다.

이 광경을 목격한 박기옥의 사촌동생 박준채가 항의했고, 이어 일인 학생 50명과 한국인 학생 30명간에 싸움이 벌어진 게 도화선이 되었다.

 

20151030, 아침 일찍 광주학생독립운동 진원지인 나주로 갔다.

먼저 노안면에 있는 노안초등학교에 들렸다.

노안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비가 있는데, 1986년에 세워진 노안공립보통학교 학생독립운동 기념비이다.

당시 노안공립보통학교는 1924. 4. 1일에 개교한 4년제 학교였다.

노안공립보통학교 3회 졸업생 정찬교(鄭燦敎)4회 졸업생 정찬주(鄭燦冑)는 나주보통학교 5학년, 6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이들과 나주농업보습학교 유찬옥(柳贊玉)1123일 후배인 노안보통학교 홍달식(洪達植)을 만나 독립만세운동에 관한 문서를 건네며 노안에서도 독립만세를 부르자고 했다.

홍달식은 동급생인 4학년 학우들을 규합하여 수차례에 걸친 계획 끝에 122일 월요일, 아침 조회를 마친 직후 전교생을 이끌고 교문을 향해 나아갔다.

대한독립만세!”

태극기를 힘껏 들고 목청껏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사태는 곧 진압되었다. 학교 근처에 숨어있던 일경이 득달같이 달려왔고, 일인 교사들이 뛰쳐나와 홍달식은 교장관사로 연행되고 학생들은 교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홍달식은 주재소에 9일간 구금되어 고문을 당했고, 지역 유지들의 석방운동으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우리 선배들의 나라와 겨레를 위하는 애국정신이 투철(透徹)하였음을 후배들에게 길이 남기고자 이 사실을 여기 새겨 남기노라.’

 

비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제 113일 학생의 날은 달력에서 사라졌고, 우리들 마음에서도 희미해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하랴?

 

노안초등학교를 나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인 나주역으로 간다.

옛 나주역사는 광주학생독립운동 진원지임을 알리는 표식과 함께 그날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그 옆에 기념관이 세워져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하지만 나주인들도 나주역과 기념관은 알아도 광주학생독립운동진원 기념비가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기념비는 나주에서 목포로 가는 국도 1호선 언덕길에 있다. 나주고등학교 뒤쪽 큰길이다. 교통이 번잡한 길가여서 참배하기가 쉽지 않은 위치인 게 또 아쉬움이다.

 

이름 없는 별들

나주역사에서 누님인 박기옥을 희롱하는 일인 학생과 싸웠던 박준채는 그의 저서 이름 없는 별들에 이리 기록하고 있다.

사촌 누이 박기옥은 서울 혜화동 한구석의 조그만 셋방에서(중략) 광복의 순간을 남루한 옷차림으로 만세를 부르다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쓰러지기도 했다. 해방의 감격을 외치다가 군중 속에 쓰러진 그녀를 광주학생운동의 여주인공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중략) 계속 병석에 누운 채로 있다가 1946년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16세의 처녀로 청춘을 잃어버린 그녀는 3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노안초등학교 교정의 기념비도 그렇다.

바로 이름 없는 별들 중 하나이다.

 

그러기에 역사를 왜곡하고 거머쥐려는 못된 무리들에 맞서 우리는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바로 이름 없는 별들이 그 우리다.

 

대한독립만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주역사와 함께 있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방명록에 그리 쓰고 나온다.

독재잔재, 친일매국, 친미식민세력과 조상세탁을 하는 그 후손들이 있는 한. 아직 독립국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나쁜 놈들아!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장 중지하고 애국지사와 선열들께 머리 숙여 사죄하라!

메아리 없는 외침을 절규해본다.


<노안초등학교 교정의 학생독립운동기념비>

<나주 옛 역사>

<나주 옛 역사 안>

<새로운 나주 역사와 옛 역사 사이에 있는 나주학생독립운동 기념관>

<기념관 안>


<일인학생과 조선학생의 충돌>

<옛 통학차 풍경>

<광주학생독립운동진원기념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인공, 왼쪽 이광춘 여사, 오른쪽 박기옥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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