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그네여! 카르멘과 돈 주앙의 세비야와 그냥 작별하려오? 흐응!”
오! 카르멘! 아름답기만 하냐? 정열의 집시 여인, 마침내 오페라의 주인공이 된 그 카르멘이 플라멩코 스텝으로 다가와 나그네에게 콧소리를 한다.
“둘러보니 이만하면 정 붙이고 살겠구나 하는 고을이 세비야였소. 그래서 작별하기 싫지만 어찌하겠소. 별 볼일 없는 나그네, 밤하늘 그 흔한 별도 볼일 없는 짠한 신세니 말이오.”
“나그네여! 넘 섭섭하구려. 다시 본다는 기약도 할 수 없으니…. 흐흐흑!”
카르멘의 눈에 맺힌 건 눈물이 아니라, 거룩한 진주구슬이요, 다이아몬드였다.
“이보오. 카르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했소.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는 말이오. 그러니 다시 또 볼 거라는 희망으로 우리 코리아국 토종 쓴 소주나마 한잔 나누며 작별의 포옹과 키스, ‘으차차! 아직 맨 정신인데 무슨 쓸데없는 성추행이 될지도 모르는 말이 다 나오냐?’ 그렇소, 카르멘! 우리 그냥 술잔인사로 석별의 정 나눕시다.”
“호호호! 코리아국 남자는 다 당신처럼 숙맥인가요? 우리 에스파냐인들은 그냥 뜬금없이 포옹하고 키스도 하는데 왜 그리 수줍어하시오. 나, 카르멘! 당신께 석별의 정으로 진한 포옹과 뜨거운 딥 키스도 허락하리다.”
“흐으흐! 흐윽! 고맙긴 하지만 그래도 포옹과 키스는 조금….”
“듣자니 당신네 어떤 닭은 수백 명의 목숨이 경각에 걸린 시각에도 눈 하나 깜빡치 않고, 거침없이 7시간도 했다는 데 너무 그러지 마오. 나, 카르멘! 툭 까놓고 얘기하겠소. 그러니까 내 이름자만 듣고도 그동안 전 세계 수많은 남자들이 질질 침을 흘리고, 찔끔찔끔 쌩 오줌까지 재렸소. 나, 카르멘! 그렇게 정열과 미모를 다 갖춘 사랑의 화신이오. 그러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오, 나의 포옹과 키스를 거절치 마오.”
정열과 사랑의 화신이요, 미모에 언변, 그리고 무희로서 천부적 재능을 지닌 카르멘이다. 카르멘의 달큼한 말에 나그네의 마음이 흔들리고, 마침내 불꽃이 이는데, ‘돈 주앙’이 나서서 그 불꽃에 기름을 붓는다.
“나, 돈 주앙! 한 마디 충고하겠소.”
‘돈 주앙’ 그는 누구인가? 카르멘의 고조 할아버지뻘로, 카르멘처럼 이곳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세비야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성남(性男) 아닌가? 132명의 여인을 사랑한 이태리 베네치아 공국의 카사노바와 함께 세계 2대 성남으로 알려진 명망가다.
물론 이 부분에서 250여명의 여인을 상대한 ‘다까끼 마사오’가 자신을 포함하여 세계에는 3대 성남이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런 전차로 나그네가 그 다까끼 마사오를 은근 슬쩍 끼어 넣어 세계 3대 성남반열에 세우고자했다.<계속>
<집시 여인 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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