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神金生員傳 (終)

운당 2013. 12. 24. 08:47

神金生員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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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윽! 커어억컥!”

초터민이 눈물 콧물을 흘린다.

이 노마야! 그만 울어라. 니 노마가 우니 나도 눈물이 난다.”

신김생원님! 정말 이 은혜 닭골난망입니다. 저승 가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행여 하늘에서 꽃비오거든 저와 귀태도터가 신김생원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동감격하여 흘리는 눈물이라 여겨주십시오.”

꽃비라? 그래야지. 인생 일장춘몽인데 꽃비가 내리면 오죽이나 좋겠나? ,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T. S. Eliot(1888~1965) 선생이 아니더라도 그 꽃비가 진정 세상의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는 비였음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신김생원님!”

좋다. 그럼 가거라. 저승 가거든 귀태도터와 금실홍실 들깨참깨 볶으며, 그리고 꼭 아들 딸도 낳아 키우며 착실하게 살아라. 자식을 키워봐야 진정한 사랑도 알고, 마음도 너그러워져 남의 속도 아는 법! 이승에서 민초들에게 닭살 독살스럽게 지은 죄 그렇게 내리 사랑으로 씻어라. 그리고 이건 적지만 노잣돈이다. 니노마 두 눈에 붙여줄테니 유용하게 쓰렴.”

신김생원은 호주머니에서 동전 두 닢을 꺼냈다. 로마제국 네로 시대의 귀한 금화다. 신김생원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개인 소장품이다. 하지만 초터민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저승길에 그렇게 금화로 두 눈을 가리고 가면 최고의 조천길이다. 가진 자들은 그렇게 금화, 은화, 동화 순이고, 없는 자들은 흙이나 종이로 대신 하니, 초터민은 지은 죄값에 비해 진짜로 하해와 같은 큰 복을 받은 셈이다.

! 이렇게 귀한 네로의 금화를 주시다니요? 커이커이, 커커컥!”

다시 초터민의 울음보가 터진다.

, 저승사자! 어서 저 노마를 데려가게. 그래도 이승에서 살 맞댄 서방이라고 그 닭살 독살 귀태도터가 닭모가지 빠지게 기다리겠네. 이 노마 잘 인계해주게. 글고 내 친구, 저승 대통령 신박생원께 안부 전하게.”

알았사와요. 신김생원님! 덕분에 저는 좀비 신세에서 이렇게 저승 최고의 권력기관인 저승사자부에 들어가 인간의 몸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노마 초터민을 데리러 와서 신김생원님과 잊을 수 없는 추억, 러브로망을 안고 가니, 이 감흡, 감동이야말로 당사자인 신김생원님과 저 아니면 누가 알겠습니까?”

그렇구먼. 자네 ‘Sarah Brightman’이야말로 이승 저승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수네. 자네가 부른 그 ‘Scarborough Fair, Nella Fantasia, Time To Say Good Bye’ 그리고 ‘Edvard Haqerup Grieg’‘Solveig Song’을 들으며 나는 자네를 노래의 여신으로 여기네. 날 그렇게 노래로 행복하고 평화롭게 하는 가수는 자네뿐이었네. 그래서 자네를 저승사자로 보내달라고 저승 대통령 신박생원에게 청했고, 마침내 나는 내 소원을 이뤘네. 자네 노래를 생음악으로 듣고자 하는 버킷 리스트’ 10개 중에 하나를 완벽하게 이룬 셈이네. 저승 가서도 ‘Forget Me Not’ 하시게.”

저도 마찬가지여와용! 동서고금을 틀어 신김생원님과 보낸 며칠은 만리장성 쌓은 거지요. 이제 이승과 저승의 오작교가 되었으니, 오래, 영원히 Forever, 간직하겠사와용!”

인간이 이승에 살다 죽어서 저승에 가면 동양 사람은 강시, 서양 사람은 좀비가 된다는 걸 우린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강시는 두 손 쳐들고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좀비는 고개 삐딱하니 기울인 채 휘청휘청 걸어 다닌다.

하지만 저승사자로 발탁이 되면 신세를 고치게 되는 것이다. 강시나 좀비의 모습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환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초터민을 데리러 오는 역할을 맡겠다는 저승사자들의 지원도 갠지스강 모래알처럼 많았다. 출장비도 두둑하게 받고, 여행도 즐기고, 운 좋으면 이승에서 특별한 재미, 러브로망을 즐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승대통령 신박생원이 친구인 신김생원의 청을 받아들여 저승사자를 특별전형으로 새로 뽑았다.

그 공고를 보고 역시 갠지스강 모래알처럼 많은 좀비강시들의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사라 브라이트만이 뽑혔다.

양귀비, 클레오파트라, 안 마가렛, 마릴린 먼로 등 동서고금의 유명 여인들이 총출동 지원했건만, 속전속결로 사라 브라이트만이 특별 선정된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빽이란 말이냐?”

백 년 전 이승에서 빽이란 말을 처음 만든 빽의 원조, 빽정희가 나서고, 저승의 언론과 정보기관이 총 출동 눈을 밝혀 캐고, 코를 넓혀 앞뒤좌우, 위와 밑까지도 냄새 맡았지만, 아무도 그 Secret을 알지 못했다.

, 너무 시시콜콜 사설이 길어졌다. 이제 그 일은 이런 정도로 줄이고, 초터민을 저승으로 보내면 끝이다.

마침내 저승행 특급열차가 제 시간에 도착하였다. 은하철도 999의 파업이 끝나고 정상운영 중이기 때문이었다. 저승 댓똥령 신박생원이 신김생원의 충고를 받아들여 은하철도 999의 사유화를 철회한 것이다.

당시 저승은 민초들의 민중봉기가 일기 직전이었다. 그 때 신김생원이 나섰다. 직접 저승 댓똥령 신박생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야, 친구! 백 년 전 이승에서 있었던 사유화 파동을 상기하시게. 그 때 악독하게 굴던 그 닭살 독살의 귀태도터를 떠올리게. 그 자식도 낳아보지 않은 귀태도터가 민초들에게 얼마나 악독하던가. 하지만 자네는 이승에서 자식을 키워본 사람 아닌가? 지는 게 이기는 것이네. 물론 저승의 가진 자, 강시나 좀비들은 수구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질알발악하겠지만, 진정한 100% 저승을 만들기 위해 사유화를 철회하고 민초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시게. 똥닭고집 부리다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대 이어 자초한 귀태도터의 전철을 밟지 말고 사랑과 자비, 그리고 신뢰로 모든 민초들의 믿음을 얻게나. 친구 신박원생원! 훌륭한 저승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이제 댓똥령이란 오명을 벗어던지게. 간절히 부탁하고 소망하네.”

불통파국으로 치닫던 저승사태에 대한 신김생원의 고뇌에 찬 진정은 마침내 저승 댓똥령 신박생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였다. 신박생원이 번뇌 끝에 친구인 신김생원의 부탁과 소망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저승 민주화 선언이 발표되었다. 벼랑 끝에서 열차는 다시 희망봉을 향해 힘찬 기적을 울렸다.

따라서 극한으로 치닫던 은하철도 999 노동자들의 파업도 큰 희생이나 마찰 없이 순조롭게 정리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저승의 헌법이 고쳐졌다. 유신알법에서 민초법으로 바뀐 것이다.

저승 헌법 1조인 우리 저승은 총칼과 댓글 쿠데타로 완성한 반신반인 귀태 제국주의다. 모든 권력은 반신반인 귀태로부터 나오고 반신반인 귀태가 계승한다.’우리 저승의 모든 권력은 민초의 민초에 의한 민초의 것이다.’로 바뀐 것이다.

아니다. 바뀐 것이 아니라,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 전차와 탱크로 신박생원은 댓똥령이란 오명을 벗고 진정한 저승 대통령으로 재 취임하여 지금 그 인기가 저승을 덮고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승에 출장 오면 꼭 찾아뵐게요. 그럼, 신김생원님! 바이, 바이, Time To Say Good Bye! Con te partirò!”

우리의 저승사자 사라 브라이트만이 신김생원을 끌어안고 뜨거운 별리의 포옹과 감미로운 키스를 동시 병행하였다.

그리고 잠시 뒤, 은하철도 999는 힘찬 기적을 올렸다. 눈 깜짝할 새에 구만리 창공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다음 해 봄이다.

아니, 이게 무슨 비람?”

꽃비였다. 꽃비가 내린 것이다.

신김생원의 눈에 봄비가 꽃비로 보였다.

할아버지! 봄비여요. 어서 꽃씨 뿌려요.”

그러자. 채송화, 나팔꽃, 봉숭아, 사르비아, 분꽃, 풍년초 메리골드, 과꽃 다 뿌리자.”

아파아트 담 밑에 작은 화단을 하나 일구었다. 구석진 곳이긴 하지만 햇살이 지나고 바람도 사는 곳이다. 이제 이곳에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꽃비! 하늘에서 내려온 비가, 땅속에서 꽃씨를 깨워 꽃을 피우니 꽃비인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꽃비에 꽃씨를 심은 신김생원은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발표한 기도를 천천히 읽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저항은 믿음의 맥박이다

-수치를 당할 자는 바로 그들이다(이사야 66, 5)

1. 권력에 저항할 때마다 역사는 교회에 무거운 대가를 요구해왔다. 피로 얼룩진 순교역사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그러나 불의에 대한 저항은 우리 믿음의 맥박과 같은 것이다. 시련은 교회의 영혼을 정화하고 내적으로 단련시켜준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사제들에게는 그것이 기쁨이며 당위다.

2. 봄부터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모든 교구가 나서서 문제의 국정원의 개혁을 기도할 정도로 이 사안은 한국천주교회의 무거운 근심거리이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또한 진상규명과 재신임 확인 등 합당한 정화의 과정을 통해 떳떳한 대통령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고 충고한 바 있다(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 2013.9.23). 하지만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했던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몰아내며 수사를 방해하였고, 국정원이 작성 유포한 수백만 건의 대선개입 댓글이 드러났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오히려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른바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 

3. 지난 11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며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하였다. 분명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될 사건이다.

4.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전주교구 사제단의 요구를 존중하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히고자한다. 이미 개신교, 불교, 원불교에 이어 천도교까지 관권 부정선거를 고백하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천도교선언문)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 

5.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사제는 하느님을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이 체험은 오직 십자가의 삶 안에서만 가능하다.’(사제의 고백과 다짐) 시대의 불의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면 이는 사제의 직무유기요 자기부정이다. 최근에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이 누누이 강조하듯 교회의 사목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일이다. 사제는 바로 그 일의 제물이다.

6. 대림절은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속죄하는 정화의 시기다. 이 은총의 때에 다시 한 번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촉구한다.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역사의 심판을 생각하며 약자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오늘의 참담한 행실을 뼈아프게 돌아보기 바란다. 유신독재의 비참한 결말은 모든 집권자에게 뼈아픈 교훈이다

7. 불의에 맞서는 일에서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교우들에게 오늘의 어두움을 이겨낼 기도를 부탁드린다.

2013124일 대림절 제1주간을 보내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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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로 언덕에서 베스비오스 화산을 봅니다.>

 

그동안 마음 불편하셨나요?

한 해 잘 보내시고 새 해 건강하세요.

평화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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