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돈 주앙과 나그네
<집시 여인, 카르멘의 플라멩코>
1.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나그네가 지난 가을 스페인 여행을 할 때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고도 세비야(Sevilla)에 들렸을 때다.
세비야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아름다운 옛 도시다. ‘과달키비르(Guadalquivir River)’ 강이 대서양으로 흐르고 있어, 대항해시대에 문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세비야에서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세비야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 여인이 찾아왔다. 아니다. 미술관의 그림에서나 보는 서양 귀족, 기사의 멋진 옷에 기다란 칼을 찬 남자와 함께였다.
“난 카르멘이오.”
“난 돈 주앙이오.”
두 사람의 이름을 듣고 나그네는 귀를 후볐다. 그리고 뺨을 꼬집었다. 잘 못 듣거나 꿈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카르멘’이라면 프랑스의 19세기 소설가, 역사가인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érimée, 1803~1870)’가 쓰고, 역시 프랑스 파리 출생의 작곡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가 작곡한 오페라 카르멘의 여자 주인공이다.
또 ‘돈 주앙’은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 1584~1648)’가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El burlador de Sevilla, 1630)’의 주인공이다. 이 전설적 인물인 돈 주앙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19~1787)’의 오페라 주인공 ‘돈 조반니(Don Giovanni, 1787)’가 되어 전 세계 뜻하는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돈 조반니? 그러니까 돈 줘봤니?’
‘돈? 돈은 무슨 돈을 줘봐? 돈 줘봤니?는 이 돈 주앙의 사전에 없다.’
이런 천하제일, 천지신기의 인물이 바로 돈 주앙이다.
그렇게 고금동서의 명망가인 카르멘과 돈 주앙이, 이 코리아국의 별 볼일 없이 하찮은 나그네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니 나그네의 가슴은 두근 반, 세근 반, 헉, 7푼 7닭의 7이 아닌 그냥 2.5+3.5+헉=7, 그렇게 도합 7곱근, 7곱근…, 7시간도 더, 쉼 없이 뛰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