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8)

운당 2014. 9. 15. 06:34

10. 외돌개

 

파도가 일렁여 바위에 부서지며 하얗게 물방울을 날렸다.

외돌개 바위 아래, 그 맑고 푸른 바다 밑으로 백록담 까마귀가 먼저 들어가고 구름이와 세민이가 뒤따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온 몸이 물에 잠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커다랗고 둥근 부드러운 풍선 속에 있는 듯 했다. 숨을 쉬기에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물이 온 몸을 빙빙 돌뿐 한 방울도 옷과 살갗을 적시지 않았다. 마치 푹신푹신한 숲길을 걷는 것처럼 편히 걸을 수 있었다.

구름이와 세민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앞쪽의 물이 척척 갈라지며 길이 열렸다.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재빠른 몸놀림으로 길을 비켰다.

세민이가 손을 들어 눈앞의 물을 한번 만져 보려했다. 하지만 손을 내미는 만큼 그만큼 물이 물러났다.

여러 모양의 산호초, 형형색색의 물고기, 하늘하늘 흔들리는 바닷말 등으로 바다 속은 정말 아름다웠다.

! 신비롭다.”

아름답다.”

그렇게 구름이와 세민이는 제주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젖어 한참을 밑으로 내려갔다.

마침내 발이 바다 밑 땅에 닿았다. 그러자 입을 벌리듯 열려 있는 바위 동굴이 보였다.

어서 오렴!”

백록담 까마귀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구름이와 세민이는 거침없이 그 동굴 앞으로 다가갔다.

꼭 꿈을 꾸는 것 같아.”

꿈이 아니야. 우리 제주는 신비하고 신령스런 곳이라 했잖아. 자 어서 이리 들어와. 이곳이 바로 설문대 할망과 막내아들 외돌개가 사는 곳이야.”

구름이와 세민이는 백록담 까마귀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물이 없었다. 뭍의 세상과 똑 같았다.

조금 들어가니 시냇물이 흐르는 너른 들이 나오고 작은 산도 보였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도 어둡지 않았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무지개가 아롱다롱 고운 빛을 뿌려주었다.

들에는 예쁜 꽃이 피어있고, 논밭에는 온갖 곡식이 잘 자라고 있었다.

이제 다 왔어. 바로 저기야.”

백록담 까마귀가 가리키는 쪽에 우거진 숲이 있고, 나무 틈새로 집이 보였다.

설문대 할망님! 까마귀가 뵙습니다.”

넌 백록담 까마귀구나.”

집안으로 들어서자, 설문대 할망의 아들인 외돌개가 백록담 까마귀와 구름이, 세민이를 맞이했다.

설문대 할망님께선 어디 가셨나요?”

약초 캐러 가셨지. 곧 오실게다. 그런데 저 아이들은 누구냐?”

외돌개가 구름이와 세민일 쳐다보았다. 구름이와 세민이가 인사를 했다.

처음 뵙니다. ! 전 구름이예요.”

안녕하세요. 세민이라 해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