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이고 뭐고 없애버려. 돈이 좋은 거여. 돈만 생각해.’
이건 쥐와 닭의 아침밥이었다.
평화는 무슨? 인권은 무슨? 다 갈아 엎어버려.’
이건 쥐와 닭의 점심밥이었다.
그렇게 밥 먹듯이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간질하고 부추겼다.
하지만 신부님의 옷자락도 건드릴 수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만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경찰을 홀려 그 못된 짓을 대신 저지르게 한 거구나?”
“그렇다니까. 쥐와 닭은 뒤로 쏙 빠지고 허수아비, 꼭두각시를 내세운 거지. 악의 무리들은 그렇게 비열한 수단과 방법으로 사람들을 괴롭히지.”
“그런데도 너희 까마귀들은 쥐와 닭의 그 못된 짓을 지켜만 본 거야?”
“아니지. 우리 백록담 까마귀들이 그 악의 무리를 혼내주려고 나섰지. 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껍질을 확 벗겨주려고 했지. 그런데 그만 아쉽게도….”
태풍이 불었다. 이름이 볼라벤이었다. 2012년 8월, 초속 40m의 바람을 데리고 와 한라산의 아름드리나무를 허리 째 부러뜨린 녀석이었다.
그 태풍 볼라벤 바람에 휘말려 못된 짓을 일삼던 쥐와 닭이 백록담까지 날려 왔다.
“아니 이 녀석들이 누구야? 너희들 잘 만났다.”
까마귀들이 세찬 바람을 피하고 있는 바위굴로 쥐와 닭이 떨어진 것이다.
“요 녀석들! 보자보자 하니 잘도 까불더라. 내 발톱 맛 좀 봐라.”
강정마을을 살펴보는 까마귀가 먼저 날카로운 발톱을 휙 쳐들었다. 그 뒤로 눈빛을 번뜩이며 까마귀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다음 말은 문 신부님의 말씀이다. 잘 들어라.”
백록담의 모든 까마귀들이 문 신부의 말을 한마디씩 하며 발톱을 휘둘렀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를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평화,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이 평화다.’
쥐와 닭은 털이 빠지고, 껍질이 찢겨 흉물스런 뼈다귀 신세가 될 뻔했다.
하지만 천만 다행이었다. 세찬 바람이 다시 휙 불어 쥐와 닭을 까마귀들의 발톱에서 살려주었다.
“으아아악! 으아악!”
악의 무리 쥐와 닭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처럼 사라졌다. 비명 소리마저 태풍 볼라벤 세찬 바람 소리에 묻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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