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3)

운당 2014. 8. 27. 06:04



문정현 신부와 사람들이 방파제로 갔을 때다. 전투경찰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산성을 쌓듯 시커먼 방패로 앞을 가로막았다.

그 때였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쥐가 덩실덩실 깨춤을 추며 문정현 신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냅다 문정현 신부를 밀었다. 바로 한 걸음 옆은 바다다. 하지만 신부님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어찌 악마 따위가 감히 신부의 옷자락 한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을 것인가?

어허! 안 되네.”

쥐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해볼게.”

이번엔 닭이 나섰다. 후다닭 날개 짓을 하며 사나운 발톱으로 문정현 신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바다 쪽으로 끌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림없었다. 쥐와 닭이 몇 차례나 문정현 신부를 방파제 아래 바다로 밀었지만, 뜻대로 안되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쥐와 닭이 머리를 맞대고 소근 거렸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 그럼 시작하자.”

쥐가 잽싸게 문정현 신부 가까이 있는 전투 경찰에게 달라붙었다. 이어서 닭도 쥐와 함께 전투경찰을 붙잡았다.

그 순간이다. 무엇엔가 홀린 듯 전투경찰이 갑자기 문 신부님을 붙잡았다.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그만 일흔 두 살의 할아버지, 문정현 신부는 기우뚱 몸이 기울었다. 방파제에서 추락하였다. 7m 아래 삼각형으로 된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 테트라포드로 떨어졌다. 허리뼈가 부러졌다.

신부님!”

사람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피투성이가 된 문정현 신부를 보며 땅을 치고 통곡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이 곧 기쁨이고 행복인 게 악의 무리다.

앗싸!”

이얏호! 신난다!”

쥐와 닭만이 신이 났다. 둘이서 손잡고 이리저리, 홀짝폴짝, 겅중강중 깨춤을 추었다.

아아, 저 일을 어째?”

구름이와 세민이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자기도 모르게 감았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병원 치료를 받고 문정현 신부님은 회복이 되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백록담 까마귀가 다시 한 번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엔 구름과 파도가 사라졌다. 눈앞의 광경도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니까 문정현 신부님을 방파제 아래로 민 건 쥐와 닭의 짓이었구나.”

그렇다니까. 그뿐인 줄 아느냐?”

그 해에 쥐와 닭은 한동안 강정에 머물렀다 한다. 하는 짓은 사람들을 나쁜 쪽으로 홀리는 일이었다.

제주 주민들, 시청 간부, 건설업체 간부, 전투경찰을 쫓아다니며 꼬드겼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