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와 사람들이 방파제로 갔을 때다. 전투경찰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산성을 쌓듯 시커먼 방패로 앞을 가로막았다.
그 때였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쥐가 덩실덩실 깨춤을 추며 문정현 신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냅다 문정현 신부를 밀었다. 바로 한 걸음 옆은 바다다. 하지만 신부님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어찌 악마 따위가 감히 신부의 옷자락 한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을 것인가?
“어허! 안 되네.”
쥐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해볼게.”
이번엔 닭이 나섰다. 후다닭 날개 짓을 하며 사나운 발톱으로 문정현 신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바다 쪽으로 끌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림없었다. 쥐와 닭이 몇 차례나 문정현 신부를 방파제 아래 바다로 밀었지만, 뜻대로 안되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쥐와 닭이 머리를 맞대고 소근 거렸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자, 그럼 시작하자.”
쥐가 잽싸게 문정현 신부 가까이 있는 전투 경찰에게 달라붙었다. 이어서 닭도 쥐와 함께 전투경찰을 붙잡았다.
그 순간이다. 무엇엔가 홀린 듯 전투경찰이 갑자기 문 신부님을 붙잡았다.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그만 일흔 두 살의 할아버지, 문정현 신부는 기우뚱 몸이 기울었다. 방파제에서 추락하였다. 7m 아래 삼각형으로 된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 테트라포드로 떨어졌다. 허리뼈가 부러졌다.
“신부님!”
사람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피투성이가 된 문정현 신부를 보며 땅을 치고 통곡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이 곧 기쁨이고 행복인 게 악의 무리다.
“앗싸!”
“이얏호! 신난다!”
쥐와 닭만이 신이 났다. 둘이서 손잡고 이리저리, 홀짝폴짝, 겅중강중 깨춤을 추었다.
“아아, 저 일을 어째?”
구름이와 세민이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자기도 모르게 감았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병원 치료를 받고 문정현 신부님은 회복이 되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백록담 까마귀가 다시 한 번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엔 구름과 파도가 사라졌다. 눈앞의 광경도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니까 문정현 신부님을 방파제 아래로 민 건 쥐와 닭의 짓이었구나.”
“그렇다니까. 그뿐인 줄 아느냐?”
그 해에 쥐와 닭은 한동안 강정에 머물렀다 한다. 하는 짓은 사람들을 나쁜 쪽으로 홀리는 일이었다.
제주 주민들, 시청 간부, 건설업체 간부, 전투경찰을 쫓아다니며 꼬드겼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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