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1)

운당 2014. 8. 23. 06:46



돌고래와 구럼비가 사라지게 되다니?”

너희들 바보냐? 돌고래와 구럼비가 사라지게 된 걸 모르다니? 예전에 서울의 대공원에 있던 돌고래도 바로 저 애들과 같은 남방큰돌고래였지. 지금 여기에 114마리가 살고 있는데 자꾸만 파괴되는 환경 때문에 식구들이 줄고 있어. 이대로 가면 이 바다에서 영영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 어째서?”

정말 모르는 거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 그래서 물어보는 거잖아.”

참 답답하네. 그렇다면 내 얘길 잘 들어.”

까마귀는 돌고래와 구럼비를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났다. 그래서 자세히 말해주었다.

저 남방큰돌고래가 사는 곳이 바로 이 곳 강정 앞 바다지. 그런데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기 시작했어. 너 군함이 뭔지 알아?”

군함! 그거 싸움배잖아? 군인들이 타고 다니며 싸움하는 배?”

맞아. 바로 그 큰 군함이 들락날락 거리는 해군기지를 만든다는 거야.”

그거하고 돌고래하고 무슨 상관인데?”

허어! 이렇게 답답한 건 처음이네. , 그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수억 년 내려온 구럼비 바위를 산산조각 내버리는데 환경 파괴가 안 되겠어? 지금 이 근처는 마을이고 바다고 다 쑥대밭이야. 앞으로 이곳에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와 군인을 잔뜩 실은 배가 들락날락 거릴 거야. 이제 이곳에서 남방큰돌고래가 평화롭게 살긴 글렀어.”

까마귀의 두 눈이 위로 쭉 치켜졌다.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그렇구나.”

구름이와 세민이는 백록담에 산다는 까마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희들 이것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화를 삭이느라 한 바퀴 비잉 날고 오더니, 다시 돌아와서도 여전히 잔뜩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무엇인데?”

쥐와 닭이 이 일에 끼어들어 못된 짓을 일삼고 있거든.”

쥐와 닭?”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2012년이니까 지지난 해에.”

그때에 문정현 신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백록담 까마귀가 보여주겠다고 했다.

문정현 신부님은 꼭 한라산 같으신 분이었지. 좋아.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줄 테니 잘 보렴.”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더니 세찬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파도가 큰 너울이 되었다. 어등산신인 푸른 잉어와 황룡강신인 황룡이 나타날 때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세상이 온통 깜깜해졌다. 이따금 번쩍이는 번개가 촛불처럼 눈앞을 밝혔다.

이제 2012년 그 해에 있었던 일이 보일 거야.”

까마귀가 이번엔 까아악!’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그리고 바닷가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이냐?”

까마귀가 날개 짓을 멈추고 물었다.

! 보여.”

구름이와 세민이가 동시에 대답을 했다.

좋아, 잘 살펴보렴.”<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