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구럼비가 사라지게 되다니?”
“너희들 바보냐? 돌고래와 구럼비가 사라지게 된 걸 모르다니? 예전에 서울의 대공원에 있던 돌고래도 바로 저 애들과 같은 남방큰돌고래였지. 지금 여기에 114마리가 살고 있는데 자꾸만 파괴되는 환경 때문에 식구들이 줄고 있어. 이대로 가면 이 바다에서 영영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왜? 어째서?”
“정말 모르는 거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응. 그래서 물어보는 거잖아.”
“참 답답하네. 그렇다면 내 얘길 잘 들어.”
까마귀는 돌고래와 구럼비를 생각할 때마다 화가 났다. 그래서 자세히 말해주었다.
“저 남방큰돌고래가 사는 곳이 바로 이 곳 강정 앞 바다지. 그런데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기 시작했어. 너 군함이 뭔지 알아?”
“군함! 그거 싸움배잖아? 군인들이 타고 다니며 싸움하는 배?”
“맞아. 바로 그 큰 군함이 들락날락 거리는 해군기지를 만든다는 거야.”
“그거하고 돌고래하고 무슨 상관인데?”
“허어! 이렇게 답답한 건 처음이네. 아, 그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수억 년 내려온 구럼비 바위를 산산조각 내버리는데 환경 파괴가 안 되겠어? 지금 이 근처는 마을이고 바다고 다 쑥대밭이야. 앞으로 이곳에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와 군인을 잔뜩 실은 배가 들락날락 거릴 거야. 이제 이곳에서 남방큰돌고래가 평화롭게 살긴 글렀어.”
까마귀의 두 눈이 위로 쭉 치켜졌다.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그렇구나.”
구름이와 세민이는 백록담에 산다는 까마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희들 이것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화를 삭이느라 한 바퀴 비잉 날고 오더니, 다시 돌아와서도 여전히 잔뜩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무엇인데?”
“쥐와 닭이 이 일에 끼어들어 못된 짓을 일삼고 있거든.”
“쥐와 닭?”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2012년이니까 지지난 해에….”
그때에 문정현 신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백록담 까마귀가 보여주겠다고 했다.
“문정현 신부님은 꼭 한라산 같으신 분이었지. 좋아.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줄 테니 잘 보렴.”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더니 세찬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파도가 큰 너울이 되었다. 어등산신인 푸른 잉어와 황룡강신인 황룡이 나타날 때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세상이 온통 깜깜해졌다. 이따금 번쩍이는 번개가 촛불처럼 눈앞을 밝혔다.
“이제 2012년 그 해에 있었던 일이 보일 거야.”
까마귀가 이번엔 ‘까아악!’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그리고 바닷가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이냐?”
까마귀가 날개 짓을 멈추고 물었다.
“응! 보여.”
구름이와 세민이가 동시에 대답을 했다.
“좋아, 잘 살펴보렴.”<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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