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9)

운당 2014. 8. 19. 07:13

7. 강정

 

한동안 넋을 잃은 듯 구름이와 세민이는 남이와 순이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활짝 웃는 그 모습에 푹 빠졌다.

얼마나 실망했을까?”

몸도 성치 않은 환자의 몸으로 꿈에 부풀어 일했는데.”

그러게.”

간척지 공사가 끝나면 논밭이 생긴다는 꿈이 깨졌을 땐 아마도 죽고 싶었을 거야.”

누구라도 그럴 거야. 저 두 분을 위해 우리 기도하자.”

좋아.”

구름이와 세민이는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5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거다. 살아계시는지, 아니면 세상을 뜨셨는지 알 수 없지만 행복과 건강, 평화를 기도했다.

그때다. 어디서 말소리가 들렸다.

이제 제주도 강정 마을로 가자.”

그래, 문정현 신부를 괴롭히러 가자.”

어둠 속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쥐와 닭이었다. 강정에 가서 문정현 신부를 괴롭히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게 우리 행복이야.”

우리 기쁨이고 즐거움이지. 그러니 빨리 가자.”

얘기를 나누던 쥐와 닭이 이번에도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아니, 저것들은!”

그래, 맞아. 간척지 공사장에서 다짜고짜 두 젊은이의 손수레를 부수던 그 쥐와 닭!”

구름이와 세민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주도 강정 마을에 간다고 했지? 또 무슨 못된 짓을 하려는 걸까?”

문정현 신부를 괴롭힌다고 했어.”

구름아! 우리도 빨리 제주도 강정 마을로 가자.”

그렇지. 이번엔 어등산신 푸른 잉어에게 부탁할게.”

바다를 건너야하니까, 그게 좋겠어.”

좋아. 우릴 빨리 데려다 달라고 하자.”

구름이가 어등산신 푸른 잉어를 불렀다.

이번에도 눈 깜짝할 그런 빠른 시간이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파도가 일더니, 어등산신 푸른 잉어가 나타났다.

어서들 타렴.”

어등산신 푸른 잉어가 구름이와 세민이를 등에 태우고 산더미 같은 파도를 갈랐다. 너른 바다로 나갔나 했더니 어느새 제주도였다. 그렇게 구름이와 세민이를 사뿐히 강정마을에 내려주었다.

강정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의 아름다운 포구 마을이다. 할머니 품이고 할아버지 웃음인 한라산이 두 팔로 안아주는 곳이다.

한라산이 개구쟁이처럼 오줌을 쌌을까? 한줄기 강정천이 마을 구경을 하고 바다로 들어간다. 그 마을 앞으로 드넓게 펼쳐지는 남쪽 바다에는 돌고래가 뛰논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