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마도
“어서 등에 타렴.”
황룡이 몰고 온 검은 구름으로 사방이 캄캄했다. 그래도 환한 빛을 뿌리는 황룡의 여의주가 등불이었다. 어렵지 않게 황룡 등에 탄 구름이와 세민이가 갈기를 잡았다.
“자! 간다.”
황룡은 훌쩍 단숨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쏜살같이 날아 바닷가 마을에 사뿐히 내려주었다.
“고마워!”
“그럼 필요할 때 또 부르렴.”
황룡은 두 발로 움켜쥔 검은 구름에 쌓여 순식간에 사라졌다.
“여기가 어딜까?”
“구름아! 저기 사람이 온다.”
세민이가 구름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 사방이 어두웠다. 저만큼 사람 모습이 어슴푸레 보이고 말소리가 들렸다.
젊은 남자와 여자가 손수레를 끌며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남이 오빠! 요즈음 열심히 치료를 받아서 좋아요.”
“순이야. 이제 우리에게 희망이 생겼잖아. 열심히 치료 받아 꼭 병을 낫기로 하자. 그리고 우리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
“고마워요.”
“아니야. 내가 고맙지. 순이 네가 내게 꿈과 희망을 줬으니까.”
젊은 남녀는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이와 순이는 한센병 환자였다. 전라남도 고흥땅 소록도의 한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남이 오빠!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어요. 이 오마도 간척지가 완공되면 우리에게 농토를 나눠준다 했잖아요. 살아갈 땅이 마련되니 얼마나 좋아요?”
“맞아. 우리 농토가 생긴다니…. 하늘이 도와 우리 꿈이 이뤄지게 한 거야. 이렇게 간척지 공사를 하게 될 줄이야?”
1960년이었다. 그해에 남이는 이곳 소록도 한센병원에 환자로 왔다.
남이가 한센 병에 걸린 걸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남이는 한센 병에 걸린 걸 원망하고 절망에 빠져 몇 번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 소록도 병원에 와서도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고등학생이었던 순이가 소록도 병원으로 왔다. 역시 한센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순이도 병에 걸린 뒤 끝없는 절망에 빠졌다. 몇 번이나 죽음을 생각하다가 이곳으로 왔다.
그렇게 눈물과 한탄으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소록도 한센인 체육대회 때였다.
운동을 좋아했던 남이가 배구 선수로 나섰다. 순이도 탁구 선수로 나섰다.
남이의 활약으로 남이 편이 이겼다. 순이의 활약으로 순이 편도 이겼다. 두 사람은 체육대회의 우수 선수로 뽑혀 상을 받았다. 수많은 원생들이 크게 축하 해주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남이와 순이는 가까워졌다.
“오빠! 오빠 병은 꼭 나을 거야.”
“그래. 순이 네 병도 꼭 나을 거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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