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은 참으로 무서운 병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병균이 사람의 뼈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살이 뭉그러졌다.
무엇보다도 그 병에 걸리면 마을에서 살 수가 없었다.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슬픔,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한센병원이 있는 소록도로 왔다.
그 모습이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리고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보호해주는 병원이 있었다. 그곳에서 수천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소록도 병원에 온 남이와 순이도 처음에는 죽을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서로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하루빨리 병이 낫기를 빌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병이 나으면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에 부풀었다.
그 소록도에서 저만큼 바가 보이는 섬이 오마도였다. 소록도도 아름다운 섬이지만 오마도도 아름다운 섬이었다.
“오빠! 우리 병 나으면 저 오마도에 가서 살아요.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닭이랑 돼지도 키워요.”
“그래. 병이 나으면 저 아름다운 섬에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자.”
두 사람은 소록도 해변에서 오마도를 바라보았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서 부푼 꿈을 나누었다. 병이 나으면 오마도에서 살자 약속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렇게 한 3년여가 흘러간 어느 날이다. 뜻밖에도 오마도 간척지 공사 계획이 발표되었다. 소록도 원생들에게 그 공사를 맡긴다 했다. 완공이 되면 농토를 나눠준다 했다. 그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기쁜 건 남이와 순이였다. 하늘을 날듯, 바다 속을 헤치듯 마음이 부풀었다.
마침내 오마도 간척지 공사가 시작되었다. 오천 명의 소록도 원생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 손과 발이 성치 못한 환자들이다. 힘든 간척공사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다.
하지만 모두들 열심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자신의 땅에 농사를 짓고 살 생각에 하루하루가 보람이었다.
남이와 순이는 더욱 열심이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너희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냐?”
함께 일하던 원생들이 남이와 순이를 놀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즐거웠다.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아들 딸 낳아 살아갈 거예요. 한센병에 걸려 천벌을 받았다 생각했지요. 허나 이젠 아니지요. 우리에겐 희망이 생겼지요.”
남이와 순이의 밝고 희망찬 모습은 모두를 기쁘게 했다.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며 따라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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