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4)

운당 2014. 8. 6. 07:11




그래, 내가 말했어. 왜 개가 말하면 안 되냐?”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개가 사람 말을 하는 게 이상해!”

우리 개들도 말을 하지. 하지만 너희들 사람이 그냥 멍멍짖는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들을 뿐이야.”

알았어. 그럼 우릴 마고성의 거북이에게 안내해줄 수 있냐?”

물론이지. 그러잖아도 거북이에게 안내해주려고 기다리던 참이야.”

정말?”

그렇다니까. 날 따라와. 마고성의 거북이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사람 말을 하는 흰둥개가 앞장을 섰다. 구름이와 세민이는 그 흰둥개를 따라 개천산과 천태산의 산등으로 가는 오솔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3백 미터쯤 걸었을 때다.

다 왔어. 바로 여기야. 거북일 잘 만나보렴. 내 할 일은 여기까지야.”

고마워. 그런데 흰둥개! 넌 어디에 살지?”

난 이 아래 절집에 살아.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

흰둥개가 뒤돌아섰다. 금세 우거진 숲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아! 여기야. 여기 거북이가 있어.”

한발 짝 앞서가던 세민이가 큰 소리로 구름일 불렀다.

! 크다. 돌거북이구나.”

개천산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돌거북이었다.

마침내 왔구나. 오래도록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돌거북이가 반가운 얼굴을 했다.

네가 마고성의 그 거북이야?”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꼼짝달싹 못하고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마고성에서 이곳 지구별 개천산으로 올 때였지. 창조자 마고님께서 말씀하셨어. ‘넌 커다란 돌거북이가 될 거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걷기 힘들 거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개천산 봉우리를 향해 오르도록 해라. 네가 땀 흘리며 걷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거다.’ 그리 말씀 하셨지. 그래서 나는 저 아래에서 이곳까지 걸었지. 하지만.”

돌거북이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지금 이 머리는 내 것이 아니야. 그리고 네 개의 발마저 다 없어. 쥐와 닭이 내 머리와 다리를 잘라버렸지. 그리고 가져가 버렸지.”

구름이와 세민이가 깜작 놀라 살펴보니 돌거북이 머리와 몸통의 돌이 달랐다. 모습과 색깔이 틀렸다. 다리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구나. 쥐와 닭, 그 악의 무리가 몹쓸 짓을 했구나.”

세상이 평화롭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걸 막은 거야. 쥐와 닭, 그 악의 무리들은 세상이 혼란스럽고, 사람들의 고통이 클수록 기뻐하지. 그래야 자기들 맘대로 사람들을 다스린다고 생각하거든. 대를 이어가며 이 세상을 영원히 지배하겠다는 거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