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1)

운당 2014. 7. 30. 06:36



강둑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둑을 따라 벼논이 있고, 무성하게 우거진 갈대숲에서 파닥이는 물고기 소리가 들렸다.

어등산신! 황룡강신! 나야. 구름이!”

구름이가 조용히 흘러가는 황룡강을 바라보며 어등산신과 황룡강신을 불렀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등산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와 황룡강을 뒤흔들었다. 몰려온 검은 구름은 해를 가리고 번갯불이 그 구름을 찢었다. 그러자 집채만 한 파도가 일며 잔잔하던 황룡강이 흰 거품을 뿜었다.

세민아! 무섭니?”

아냐! 별로!”

그래.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어등산신과 황룡강신이 자기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이렇게 주위를 어둡게 만들며 요란스레 나타나. 지금 이 구름과 어둠, 파도와 번갯불은 우리 눈에만 보여. 마찬가지로 어등산신과 황룡강신도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어.”

구름이와 세민이가 그런 얘길 나누는데, 마침내 어등산신과 황룡강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강물이 소용돌이치고 하늘을 향해 폭포처럼 거꾸로 치솟았다. 그리고 어등산신 푸른 잉어가 그 솟구치는 거친 물살을 박차며 모습을 나타냈다. 역시 검은 구름을 찢으며 번쩍이는 번갯불에 황금빛 비늘을 반짝이며 황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아! 반갑구나.”

고인돌집이 사라지고 아반과 나만님, 그리고 너마져 볼 수 없게 되어서 너무 답답한 세월을 보냈지. 더욱이 쥐와 닭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마음껏 설치니, 세상은 어지럽고 엉망이 되어갔지. 어쩔 수 없이 그걸 지켜보자니 걱정만 태산이었지. 우린 날마다 기도했다. 널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말야. 그리고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니 너무 기쁘다. 그동안 믿고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어등산신인 푸른 잉어와 황룡강신인 황룡은 구름이 곁으로 한껏 가까이 다가왔다.

어등산신! 황룡강신!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너희들 도움도 받고 싶어.”

우린 아반과 나만님이 이 지구별에 오실 때 함께 왔어. 그리고 오랫동안 두 분을 도와 쥐와 닭 등 악의 무리들과 맞서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데 노력해왔지. 이제 구름이 널 다시 만났으니,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 우린 지난날처럼 네가 하는 일이라면 무어든 할 거야.”

어등산신인 푸른 잉어와 황룡강신인 황룡은 구름일 다시 만나 기운이 펄펄 넘치는 듯 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마고성으로 떠나시면서 말씀하셨어. 이제 새로운 세상을 열 때가 되었다고 하셨어. 그리고 내게 뜻을 세우고 걸어가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하셨어. 희망을 갖고 멈추지 말고 걷고 또 걸으라 하셨어. 그 말씀의 뜻은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겠어.”<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