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과 나만님이 처음 이 지구별에 왔을 때도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셨어. 가는 곳마다 쥐와 닭 무리가 세상을 들쑤시며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었지. 두 분은 그 악의 무리에게 고통 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다독여 주었어. 그러니까 바로 그 두 분이 하시던 일을 이제 너보고 하라는 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우린 이 세상 어느 곳이나 갈 수 있잖아. 또 과거로도 가볼 수 있고 말야. 그러니 말만 해. 구름이 널 어느 때, 어느 곳으로든지 데려다 줄 테니까 말야.”
푸른 잉어의 말을 황룡이 보태었다. 이 세상의 어느 곳, 또 세월을 거슬러 어느 시대든지 가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고마워. 너희들 말을 들으니 답답한 게 뻥 뚫리는 구나. 또 아버지,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길을 걷다보면 많은 현인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도움을 받게 될 거라고 하셨어.”
“그렇다니까. 아반과 나만님도 무슨 일이든 여러 사람과 함께 하셨어. 세상은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드는 평화와 행복이라고 하셨어.”
“좋아. 당장 길을 떠나야겠다. 그런데 맨 처음 어디로 갈까?”
구름이의 말에 푸른 잉어가 말했다.
“맨 처음 갈 곳? 당연하지. 하늘을 여는 산인 개천산과 그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인 천태산으로 가야지.”
“개천산? 천태산?”
“그 두 산이 사이좋게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그곳은 아반과 나만님이 지구별에서 맨 처음 발 딛은 곳이기도 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맨 처음 내려오신 곳이라고?”
이번엔 황룡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그곳에 가면 반가운 현인을 만나게 될 거야.”
“반가운 현인?”
“가보면 알아. 자 얼른 가자. 오늘은 내가 널 그곳으로 데려다 줄게.”
황룡이 구름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잔뜩 굽혔다. 황룡 입 안의 붉은 여의주가 거울처럼 구름이와 세민이 모습을 비췄다.
“세민아! 무섭지 않겠어?”
구름이 황룡 등으로 훌쩍 올라타면서 세민에게 물었다.
“난 별로 무서운 게 없다고 했잖아.”
세민이도 황룡 등에 훌쩍 올라탔다.
“그럼 간다.”
황룡은 두 발로 검은 구름을 휘어잡아 순식간에 하늘로 박차고 올랐다. 그 검은 구름에 몸을 숨기고 곧장 개천산과 천태산을 향해 날아갔다.
개천산과 천태산이 서로 나란히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곳은 지금의 전남 화순군 도암면이다. 어등산과 황룡강이 있는 광주의 광산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다 왔어.”
저만큼 발아래 개천산과 천태산이 보였다. 황룡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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