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2)

운당 2014. 8. 1. 07:11



아반과 나만님이 처음 이 지구별에 왔을 때도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셨어. 가는 곳마다 쥐와 닭 무리가 세상을 들쑤시며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었지. 두 분은 그 악의 무리에게 고통 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다독여 주었어. 그러니까 바로 그 두 분이 하시던 일을 이제 너보고 하라는 거야.”

그래, 바로 그거야. 그리고 우린 이 세상 어느 곳이나 갈 수 있잖아. 또 과거로도 가볼 수 있고 말야. 그러니 말만 해. 구름이 널 어느 때, 어느 곳으로든지 데려다 줄 테니까 말야.”

푸른 잉어의 말을 황룡이 보태었다. 이 세상의 어느 곳, 또 세월을 거슬러 어느 시대든지 가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고마워. 너희들 말을 들으니 답답한 게 뻥 뚫리는 구나. 또 아버지,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길을 걷다보면 많은 현인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도움을 받게 될 거라고 하셨어.”

그렇다니까. 아반과 나만님도 무슨 일이든 여러 사람과 함께 하셨어. 세상은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드는 평화와 행복이라고 하셨어.”

좋아. 당장 길을 떠나야겠다. 그런데 맨 처음 어디로 갈까?”

구름이의 말에 푸른 잉어가 말했다.

맨 처음 갈 곳? 당연하지. 하늘을 여는 산인 개천산과 그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인 천태산으로 가야지.”

개천산? 천태산?”

그 두 산이 사이좋게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그곳은 아반과 나만님이 지구별에서 맨 처음 발 딛은 곳이기도 해.”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맨 처음 내려오신 곳이라고?”

이번엔 황룡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그곳에 가면 반가운 현인을 만나게 될 거야.”

반가운 현인?”

가보면 알아. 자 얼른 가자. 오늘은 내가 널 그곳으로 데려다 줄게.”

황룡이 구름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잔뜩 굽혔다. 황룡 입 안의 붉은 여의주가 거울처럼 구름이와 세민이 모습을 비췄다.

세민아! 무섭지 않겠어?”

구름이 황룡 등으로 훌쩍 올라타면서 세민에게 물었다.

난 별로 무서운 게 없다고 했잖아.”

세민이도 황룡 등에 훌쩍 올라탔다.

그럼 간다.”

황룡은 두 발로 검은 구름을 휘어잡아 순식간에 하늘로 박차고 올랐다. 그 검은 구름에 몸을 숨기고 곧장 개천산과 천태산을 향해 날아갔다.

개천산과 천태산이 서로 나란히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곳은 지금의 전남 화순군 도암면이다. 어등산과 황룡강이 있는 광주의 광산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다 왔어.”

저만큼 발아래 개천산과 천태산이 보였다. 황룡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