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0)

운당 2014. 7. 28. 06:28

4. 개천산과 천태산

 

구름이가 세민이 집으로 온지 훌쩍 한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구름이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뒤로 길게 땋아서 아래쪽을 댕기로 묶은 머리를 잘랐다. 무명천으로 만든 낡고 헤진 저고리와 바지를 벗고 단추와 지퍼가 있는 옷을 입었다. 신도 새로 사 신었다. 검정고무신이 아닌 가뿐한 운동화였다. 그렇게 하니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어등산엘 가봐야겠어요.”

아침을 먹고 구름이가 어등산엘 가겠다고 했다.

구름이가 불발탄에 맞아 기절한지 6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세민이 아빠는 틈틈이 그 변해버린 세상살이를 구름이게 알려주었다.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기,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기, 버스나 지하철 타기 등을 가르쳐주었다. 백화점과 시장, 식당과 영화관도 가보았다.

마음대로 하렴. 이제 혼자서 외출할 수 있으니까.”

세민이 아빠는 구름이에게 어등산으로 가는 시내버스와 내릴 곳을 알려주었다. 세민 엄마는 점심에 먹을 김밥을 만들어주었다.

나도 갈래요.”

세민이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구름이와 세민이는 김밥 도시락을 들고 어등산을 향했다.

구름이와 세민이는 먼저 고인돌집이 있던 자리에 가보았다.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새 듬성듬성 자란 풀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를 이루고 있을 뿐이었다.

우린 항시 네 마음속에 있을 거다. 그리고 구름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라.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이 있어도 참고 견디어야 한다. 희망의 길을 걸으며 결코 멈추어선 안 된다.’

네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날, 다시 이 고인돌집 문이 열릴 거야.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날 거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그때에 우리 안녕히 다시 만나자.’

아반 아버지와 나만 어머니의 말씀이 금세라도 들릴 듯 했다. 하지만 구름이가 올려다본 하늘에는 흰 구름만 둥실 떠있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제 어등산신과 황룡강신을 만나 의논하자.”

구름이는 어등산신 푸른 잉어와, 황룡강신 황룡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세민이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세민아! 너 말야. 커다란 푸른 잉어와 황룡을 만나도 무섭지 않겠어?”

잉어? 황룡?”

! 잉어는 붕어처럼 생긴 큰 물고기이고, 황룡은 이렇게 이마에 뿔이 있고 사나운 이빨과 발톱을 가졌지. 겉모습은 무섭지만, 사람을 함부로 헤치진 않아. 둘 다 강과 산을 지키는 신령일 뿐이야.”

걱정 마. 난 무서운 게 별로 없어.”

좋아. 그럼 날 따라와. 그리고 무섭거든 내 등 뒤에 숨으면 돼.”

구름이와 세민이는 고인돌집이 있던 곳에서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을 감고 흐르는 황룡강이 바로 눈앞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