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8)

운당 2014. 7. 23. 07:40



옷자락이었다. 흙이 묻어 깨끗하진 않았지만, 틀림없는 무명천 옷자락이었다.

세민 아빠는 조심스레 옷자락을 잡아 당겨보았다. 하지만 흙덩이가 누르고 있어서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이번엔 나뭇가지를 주워와 흙을 조금씩 파내었다. 한참동안 흙을 헤집어 파내니 점점 많이 드러났다. 윗옷자락이었다.

좀 더 흙을 덜어나갔다. 그러자 아래쪽 바지도 드러났다. 그리고 아울러 사람의 형체도 나타났다. 소년의 모습이었다.

아빠! 사람이야! 사람!”

그렇구나. 소년이구나.”

세민 아빠는 소년의 얼굴을 덮은 흙을 조심스레 살살 털어냈다.

! 으음!”

그때였다. 소년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살아있구나.”

세민 아빠는 이번에도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뒤러 벌러덩 넘어질 뻔했다. 지켜보던 세민이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했다.

! 애야!”

세민 아빠가 소년의 가슴에 손을 얹어 흔들어보았다. 숨을 쉬는지 어쩌는지 소년의 코 가까이 얼굴을 대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 아아!”

소년이 두 팔을 번쩍 벌려 기지개를 켜더니 번쩍 눈을 떴다. 부스스 윗몸을 일으켰다.

여기가 어디지요?”

소년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세민 아빠와 세민을 빤히 쳐다보았다.

! 여긴 어등산이다. 넌 이 흙더미 속에 묻혀있었다. 우리가 널 발견하고 구해낸 거야. 그래 넌 누구냐?”

세민 아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알려 주었다. 소년은 주위를 한동안 더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구름이라 하오.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야하오. 이쪽에 있을 거요.”

소년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저만큼 위쪽의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소년이 가만가만 손을 움직이는데도 흙이 덥석덥석 파헤쳐졌다. 마치 널따란 삽으로 떠내는 듯 듬성듬성 흙이 사라졌다.

그렇게 흙이 사라지자, 돌무더기가 나왔다. 소년의 가벼운 손놀림에 그 돌무더기도 눈 깜짝할 새에 치워졌다.

그러자 마치 커다란 탁자처럼 생긴 고인돌집이 나타났다. 솥뚜껑처럼 생긴 너른 바위지붕을 돌기둥이 떠받치는 돌집이었다.

이게 우리 고인돌집이오.”

소년은 그 동굴처럼 생긴 고인돌집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세민이 아빠와 세민이도 소년을 따라 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 저 구름이어요.”

! 구름이구나. 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아반과 나만이 구름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