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자락이었다. 흙이 묻어 깨끗하진 않았지만, 틀림없는 무명천 옷자락이었다.
세민 아빠는 조심스레 옷자락을 잡아 당겨보았다. 하지만 흙덩이가 누르고 있어서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이번엔 나뭇가지를 주워와 흙을 조금씩 파내었다. 한참동안 흙을 헤집어 파내니 점점 많이 드러났다. 윗옷자락이었다.
좀 더 흙을 덜어나갔다. 그러자 아래쪽 바지도 드러났다. 그리고 아울러 사람의 형체도 나타났다. 소년의 모습이었다.
“아빠! 사람이야! 사람!”
“그렇구나. 소년이구나.”
세민 아빠는 소년의 얼굴을 덮은 흙을 조심스레 살살 털어냈다.
“아! 으음!”
그때였다. 소년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살아있구나.”
세민 아빠는 이번에도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뒤러 벌러덩 넘어질 뻔했다. 지켜보던 세민이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했다.
“애! 애야!”
세민 아빠가 소년의 가슴에 손을 얹어 흔들어보았다. 숨을 쉬는지 어쩌는지 소년의 코 가까이 얼굴을 대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아! 아아!”
소년이 두 팔을 번쩍 벌려 기지개를 켜더니 번쩍 눈을 떴다. 부스스 윗몸을 일으켰다.
“여기가 어디지요?”
소년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세민 아빠와 세민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여긴 어등산이다. 넌 이 흙더미 속에 묻혀있었다. 우리가 널 발견하고 구해낸 거야. 그래 넌 누구냐?”
세민 아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알려 주었다. 소년은 주위를 한동안 더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구름이라 하오.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야하오. 이쪽에 있을 거요.”
소년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저만큼 위쪽의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소년이 가만가만 손을 움직이는데도 흙이 덥석덥석 파헤쳐졌다. 마치 널따란 삽으로 떠내는 듯 듬성듬성 흙이 사라졌다.
그렇게 흙이 사라지자, 돌무더기가 나왔다. 소년의 가벼운 손놀림에 그 돌무더기도 눈 깜짝할 새에 치워졌다.
그러자 마치 커다란 탁자처럼 생긴 고인돌집이 나타났다. 솥뚜껑처럼 생긴 너른 바위지붕을 돌기둥이 떠받치는 돌집이었다.
“이게 우리 고인돌집이오.”
소년은 그 동굴처럼 생긴 고인돌집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세민이 아빠와 세민이도 소년을 따라 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 저 구름이어요.”
“오! 구름이구나. 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아반과 나만이 구름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계속>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0) (0) | 2014.07.28 |
---|---|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9) (0) | 2014.07.25 |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7) (0) | 2014.07.21 |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6) (0) | 2014.07.16 |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5) (0) | 201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