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6)

운당 2014. 7. 16. 07:22



이때에 푸른 잉어 한 마리가 지구별에 떨어졌다. 푸른 잉어가 떨어진 자리에 산 하나가 솟으니 바로 어등산이다.

뒤따라 황룡 한 마리가 떨어져 그 어등산을 허리로 휘감았다. 그곳으로 물이 흐르니 황룡강이다.

여기에 삶터를 잡자.”

어느 날 아반과 나만이 걷던 걸음을 멈췄다. 어등산과 황룡강이 만들어 놓은 너른 들녘이었다. 두 사람은 어등산 기슭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황룡강 물길을 살펴 들녘을 넉넉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아 이름을 구름이라했다.

이 아이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워야지요.”

그럼요. 이 아이가 앞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물려받아 대대로 이어갈 거요. 어등산과 황룡강의 주인이고 나아가 이 세상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할 거요. 그러니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야지요.”

아반과 나만, 구름이네 식구들은 그렇게 행복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이웃 나라 왜국의 병사들이 쳐들어왔다. 그리고 어등산과 황룡강을 빼앗더니 36년 만에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이번엔 전쟁이 터졌다. 한 형제인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죽이고 죽었다.

휴우, 다행이다.”

그래요. 이제 어려운 일들이 모두 지나고 환한 날들이 찾아왔나 봐요.”

오랫동안 숨죽여 살던 구름이네 식구들이 한숨 돌리려 할 때였다. 하지만 어려움이 다 가신 게 아니었다.

전쟁이 끝나자, 이번엔 어등산이 군인들의 포사격장이 되었다. 군인들이 가시철망을 두른 뒤, 이윽고 크고 작은 포탄이 산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 ! 쿠쿠쿠 쿵!”

요란한 소리가 날 때마다 포탄이 날아와 산허리에 박혔다. 그리고 그 포탄이 흙먼지를 튀기며 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풀마저 뭉개졌다. 벌집처럼 산은 온통 구멍투성이가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터지지 않은 불발탄이 땅속에 숨어 언제 터질 줄 몰랐다.

그 불발탄도 위험했지만,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포탄이 터지는 시끄러운 소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쿠쿠쿠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포탄이 또 한 무더기 날아왔다. 그 중 한 발이 구름이 집으로 떨어졌다. 커다란 불발탄이었다. 그 불발탄이 구름이네 집을 부셔버렸다. 또 다른 포탄이 구름이네 집 뒤쪽 언덕에서 터졌다. 언덕이 무너져 내리며 집을 덮쳤다.

그 순간 아반과 나만, 구름이는 정신을 잃었다. 뿌연 흙먼지가 사라지자, 구름이네 집은 사라지고 볼썽사나운 흙더미뿐이었다. 구름이네 식구들은 그 흙더미 속에 갇혀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자꾸자꾸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아빠! 여기 좀 봐요.”

무엇이 있느냐?”

! 이상한 게 보여요.”

세민이와 아빠가 어등산에 갔을 때다. 세민이가 아빠를 불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