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4)

운당 2014. 7. 14. 07:45

2. 실달성 청소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구나. 어떻게 할까?’

창조자 마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실달성은 구멍투성이가 되었다. 지유샘을 찾는다고 들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성벽마저 무너져 내렸다.

그것뿐인가? 눈이 벌개져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었다.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아귀다툼을 벌렸다. 그런 그들을 더 이상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달성을 깨끗이 청소하여 저들에게 새 삶을 주자.’

곰곰 생각하던 창조자 마고는 먼저 사람을 만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든 남자와 여자였다.

창조자 마고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함께한 반쪽은 남자, 반쪽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창조자 마고는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둘로 나누어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남자는 머리카락이 짧고 어깨가 떡 벌어져 억새고 눈도 날카로웠다. 다리의 근육도 억세었다. 여자는 머리카락이 길고 어깨의 선도 곱고 눈도 부드러운 반달이었다. 팔다리도 날렵했다.

남자는 아반, 여자는 나만이다.”

창조자 마고는 자신의 모습을 둘로 나누어 만든 아반과 나만을 고인돌궁궐의 성루로 데려갔다. 그리고 마고성을 엉망진창으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생명체들을 가리켰다.

너희들이 앞으로 저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하지요?”

너희들에게 판단하는 힘을 주마.”

판단하는 힘이요?”

그렇다. 이 실달성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 생각하는 힘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걸 이번 지유샘 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너희들에게는 그 생각하는 힘에다 판단하는 힘까지 주도록 하마.”

창조자 마고는 덧붙여 타일렀다.

판단은 자신의 일에 대해 깨닫는 힘이다. 지난 일을 되돌아 살피고 앞날을 내다보는 힘이다. 판단을 잘하면 세상은 평화롭고 행복할 것이다. 판단이 아둔하고 흐릿하면 세상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유념해라. 판단하는 걸 싫어하고 억압하면 세상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결국은 파멸할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창조자 마고는 판단을 잘하는 사람을 현인’, 아둔하고 흐릿한 사람을 혼인’, 세상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사람을 악인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반드시 현인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을 주었다. 혼인이나 악인이 되지 않도록 항시 자신을 경계하며 생각하고 판단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가르치심을 명심하여 허투루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창조자 마고가 만든 아반과 나만은 머리를 조아리고 다짐하였다.

좋다. 그럼 나를 따라 오너라.”<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