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

운당 2014. 7. 11. 08:05



그날 낮의 일이다. 그 시각은 쥐, , 호랑이 토끼, , , , , 원숭이, , , 돼지 등 12 짐승이 지유를 마시는 차례였다.

! 귀찮아. 이렇게 날마다 순서대로 지유를 마셔야하느냐?”

순서를 기다리는 게 짜증이 난다며 쥐가 불평을 했다.

맞아. 지유샘이 더 넓거나 여러 개라면 우린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닭이 쥐의 말에 찬성을 했다.

우리 이 지유샘을 더 넓게 파고, 여러 개로 만들자. 그러면 한꺼번에 여럿이 지유를 마실 수 있어 편리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지잖아?”

맞아. 날이 갈수록 지유를 마시는 생명체들도 많아지니까 그렇게 하자.”

지유샘을 더 넓게, 그리고 여러 개를 만들자.”

쥐와 닭은 입에 침을 튀기며 함께 온 짐승들을 살살 꼬드겼다.

창조자 마고가 날마다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지유를 마시러 오는 숫자도 날마다 늘어났다. 기다리는 시간도 날마다 늘었다.

그래도 우리 맘대로 지유샘을 파헤칠 순 없어. 창조자 마고님께 여쭤보기로 하자.”

맞아. 창조자 마고님께 허락을 받아야 해.”

하지만 다른 짐승들은 쥐와 닭의 꼬드김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고개를 저으며 창조자 마고님께 먼저 말씀을 드리자고 했다. 먼저 허락을 받자고 했다.

이 한심한 바보들아! 날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게 좋단 말이냐?”

난 싫어. 기다리는 게 왕 짜증이야. 어쩔 땐 한 나절을 기다리잖아.”

그래, ! 저 애들이 싫다면 우리 둘이서 하자.”

말을 마치기도 전에 쥐가 곁에 있는 나뭇가지를 뚝 분질렀다. 또 한 가지를 뚝 꺾어 닭에게 주었다.

, ! 어서 지유샘을 더 넓게 파자. 여러 개를 만들자.”

그래. 너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렴.”

말릴 틈도 없었다. 쥐와 닭은 나뭇가지로 지유샘을 푹 찔렀다. 그리고 여기저기 마구 파헤쳤다.

어어! 안 돼!”

안 돼!”

지켜보던 짐승들이 놀라서 말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우르르 쿵! !”

갑자기 세상을 깨트릴 듯 큰 소리가 났다. 소리와 함께 지유가 어마어마한 폭포 기둥이 되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삽시간에 지유샘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돌멩이와 흙덩이가 구르는 거친 구덩이가 되었다. 퐁퐁 샘솟던 지유는 흔적도 없었다.

이거 큰일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깜짝 놀란 쥐와 닭이 뒤로 나자빠졌다. 손에 든 나뭇가지를 던져버리고 맨 먼저 도망을 쳤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지유가 폭포 기둥으로 치솟자, 역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던 소, 호랑이 토끼, , , , , 원숭이, , 돼지 등도 덩달아 줄행랑을 쳤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