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광경을 거북이가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쥐와 닭이 지유샘을 파헤치고 도망을 쳤단 말이지?”
창조자 마고의 두 눈 꼬리가 매섭게 위로 치켜졌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렇습니다. 미쳐 말릴 새도 없었습니다.”
거북이는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더욱 납작 엎드렸다.
“너희들은 나의 가르침을 어겼다. 이제 그 벌을 받아야 한다.”
창조자 마고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때마다 가르침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먹을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엄한 다짐을 했다.
먹을 것은 반드시 지유만 마셔야한다고 했다. 서로 차례를 정해 사이좋게 나눠마셔야 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만 마시고 절대로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창조자 마고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지유가 사라졌으니, 너희들은 스스로 먹을 걸 찾아야 한다.”
옷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서더니 총총히 실달성 맨 위쪽에 있는 고인돌궁궐로 들어가 버렸다.
“아! 이제 우린 무얼 먹고 살아가야 하나?”
거북이를 비롯한 실달성의 생명체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폭포 기둥으로 치솟아 흩뿌려진 지유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안 보이던 별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한줄기 물줄기처럼 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길게 걸려 있었다. 지유가 은하수가 된 것이다.
지유가 사라진 실달성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먹을 것 때문이었다.
“아 배고파!”
“어디 먹을 것 없나?”
배고픔에 주린 배를 움켜쥔 실달성의 생명체들은 벌게진 눈으로 먹을 것을 찾아 다녔다.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먹었다. 나무 열매, 풀뿌리, 심지어 부드러운 흙까지 먹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턱 없이 부족했다.
힘 약한 생명체들은 혹시 지유가 다시 나오지 않을까 해서 실달성 안을 여기 저기 파헤쳤다. 실달성은 크고 작은 구멍투성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힘이 센 생명체들의 선택은 달랐다. 더 이상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생명체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제 실달성은 무시무시한 삶터가 되었다. 굶주림에 떨며 서로의 목숨을 뺏고 뺏기는 살벌한 삶터였다. 실달성의 생명체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배고픔과 언제 생명을 앗길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다.
“이게 다 쥐와 닭 때문이야.”
“살기 좋은 실달성이 무시무시한 삶터가 되었어.”
실달성의 생명체들이 지유샘을 파헤친 쥐와 닭을 원망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삶을 한탄했다. 하지만 뾰족한 좋은 수가 없었다.
실달성은 말 그대로 평화와 행복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고통과 공포가 가득한 감옥이거나 지옥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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