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름이
“잠깐! 세민아!”
세민 아빠의 눈이 화등잔이 되더니,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왜? 아빠?”
갑작스런 아빠의 태도에 세민이도 두 어깨가 움찔 굳어졌다. 잽싸게 다가오는 아빠의 모습이 초롱 눈 속에서 와락 커지면서 그만 세민이 몸은 공중으로 붕 치켜 올려졌다.
“휴! 다행이다.”
세민일 번쩍 치켜든 아빠는 조심스레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세민일 내려놓고 삐죽이 솟아나온 물체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저 흙더미 위로 불쑥 나온 것 말이다.”
“아, 저 새카만 거요. 저게 뭔데요?”
“포탄이다. 터지지 않은 포탄이라서 불발탄이라고 한다.”
산의 모습이 잉어의 등을 닮았다하여 어등산이라 했다. 하지만 포탄사격장이 된 어등산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산이었다. ‘쿠쿠쿠 쿵!’ 포탄 터지는 소리에 숲도, 짐승도, 벌레도 무서움에 떨며 숨죽이고 살아야했다.
그러다 포탄사격장이 옮겨갔다. 그렇게 포탄 터지는 소리도 사라졌다. 어등산 숲속 식구들은 만세를 불렀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평화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한동안은 출입금지였다. 터지지 않은 불발탄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쳐놓은 철조망도 그대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인들이 탄 차가 다시 어등산에 왔다. 이번엔 포탄사격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포탄사격장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포탄 찌꺼기와 불발탄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또 얼마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 다음 마침내 어등산 등산로가 열렸다. 사람들이 오순도순 찾아가는 산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따금 엉뚱한 장소에서 불발탄이 한 두 개씩 발견됐다. 오늘 세민이 아빠가 발견한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 불발탄은 꽤 컸다. 반쯤 밖으로 드러나 있어서 눈에 확 띠었다.
“불발탄이 무서운 거야?”
“그럼 아주 무서운 거야.”
“왜?”
“왜긴? 저 포탄이 만약 터지면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
“죽어요?”
“오늘 우린 운이 좋은 거야. 후우!”
세민 아빠는 송글송글 맺힌 이마의 땀방울을 닦았다.
“아빠! 근데 저건 또 뭐여요?”
“뭔데? 뭐가 또 있느냐?”
불발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세민이가 가리켰다.
“옷! 옷자락 같아요.”
세민이 아빠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조심조심 세민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다가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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