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반과 아만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슬픈 표정이 되었다.
“구름아! 만나자마자 이별이구나. 옛날 네게 말한 그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래서 우린 이제 헤어져야한다.”
“뭐라고요? 포탄 때문에 오랜 세월을 보낸 뒤, 겨우 다시 만났는데 곧바로 헤어져야 하다니요?”
“마침내 쥐와 닭이 알아버렸다. 이 고인돌집이 지구별에서 마고성으로 가는 문이고 길이라는 걸 말이다.”
“마고성의 지유샘을 파헤쳐버린 그 쥐와 닭이요?”
“그렇다. 그때 죄를 짓고 쫓겨난 뒤, 그자들은 마고성으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았다. 그리고 악인들을 모아 무리를 이뤘다. 더욱이 우리가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그들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제 우리 힘으로 마고성을 지킬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고인돌집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우리가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그들의 힘이 너무 커졌군요?”
“그러더라도 쥐와 닭, 그 악의 무리와 맞서 싸워야 한다. 이제 그 때가 된 것 뿐이다.”
“알겠어요. 하지만 막상 그들과 싸워야 한다니 두렵기만 하지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악의 무리들이 날뛰는 혼란스런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살기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너의 임무고 책임이다.”
“저에게 그럴 힘이 있을까요?”
“그렇다. 넌 이미 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오늘 네가 깨어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뜻을 세우고 길을 걷다보면 많은 현인들의 여러 도움을 받게 될 거다.”
“뜻을 세우고 걸으라고요?”
“구름아! 걸어가면 길이 열릴 것이다. 멈추지 말고 걷고 또 걷도록 해라.”
오래전부터 나반과 아만에게 들은 얘기다. 구름이는 장차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할 거라고 했다.
구름이가 그 일을 하게 될 때 아반과 나만은 마고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가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다시 못 보나요?”
“아니다. 우린 항시 네 마음속에 있을 거다. 그리고 구름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라.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이 있어도 참고 견디어야 한다. 희망의 길을 걸으며 결코 멈추어선 안 된다.”
아반이 말을 마치자, 이번엔 나만이 구름이를 따스하게 안아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날, 다시 이 고인돌집 문이 열릴 거야.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날 거야.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그때에 우리 안녕히 다시 만나자.”
아만의 마지막 말은 하늘에서 들렸다. 그 순간 아반과 나만, 고인돌집은 해 뜬 뒤 안개 걷히듯 갑자기 눈앞에서 휙 사라져버렸다.
구름이, 세민이와 세민 아빠만 어등산 자락에 동그마니 남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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