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18)

운당 2014. 8. 16. 07:06



저 두 젊은이를 보면 덩달아 즐거워.”

그럼! 우리 한센인들의 자랑이야.”

우리 기념사진을 찍어 두세. ‘이 오마도 간척지는 우리 소록도 한센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에 그렇게 기념 글을 써서 후세에 남기세. 그럼 먼저 저 두 젊은이들부터 찍어볼까.”

한센인들은 병마의 고통과 고된 노동을 그렇게 이겨냈다.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오마도 간척지 공사를 중단한다.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할 수 없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농토를 주지 말라고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척지 공사를 중단한다고 한다고 했다. 농토를 나눠준다는 약속은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한센병 환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다니.”

이건 세계적인 대 사기극이다!”

소록도 원생들은 피를 토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마도 간척지 공사가 중단되고 남이와 순이의 꿈이 깨져버린 해는 1964년이다. 그리고 구름이와 세민이가 오마도를 찾은 해는 2014년이다. 50여년의 세월이 물결처럼 흐른 것이다.

아니 저건 또 누구야?”

그때다. 남이와 순이의 손수레 뒤에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쥐와 닭이었다.

쥐와 닭은 다짜고짜 두 젊은이가 끄는 손수레를 부셔버렸다.

구름아! 저 두 젊은이가 울고 있어.”

조금 전까지 손수레를 끌며 꿈과 희망에 부풀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번엔 부서진 손수레를 부둥켜안고 엉엉 통곡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쥐와 닭이 손수레를 부셔버리다니.”

구름이와 세민이가 울고 있는 두 젊은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때였다.

크크크! 또 한 건 성공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구나.”

맞아! 인간들의 통곡과 절망이 우리에겐 맛있는 음식이지. 흐흐흐!”

쥐와 닭이 입을 찢어지게 벌려 음흉하게 웃더니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여긴 어딜까?”

쥐와 닭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다. 부서진 손수레를 안고 통곡하던 두 젊은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어떤 건물이 보였다.

오마도 한센인 추모공원 테마관이라 쓰여 있구나.”

그러네. 사진을 전시해놓은 곳이네.”

아니 그리고 이 사진은?”

구름이와 세민이의 눈앞에 사진 한 장이 보였다. 바로 손수레를 끌고 있는 두 젊은이였다. 다정하게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오마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했던 그 남이와 순이었다.

고흥군 도덕면 오마도 한센인 추모공원 안 테마관, 그곳에서 구름이와 세민이는 그렇게 사진으로 남아있는 남이와 순이를 만났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