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0)

운당 2014. 8. 21. 06:42



또 강정엔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한 자랑거리가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멋진 바위로 된 해안들판이다.

바로 구럼비다. 울퉁불퉁, 구불구불 생겼으니 바위 생김으로 이보다 더 멋들어진 모습은 세상에 없다.

수 천 수 만 개의 조각바위가 모여서 이룬 풍경이구나, 하는데 그게 아니다. 구럼비는 그냥 커다란 하나로 된 바위다. 또 이 구럼비는 강정마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제주도 바닷가를 띠처럼 주욱 잇고 있다.

이 구럼비에서 또 용천수가 솟아 나온다. 한라산에서 땅 속으로 스며든 물이 솟는 샘이 되었다. 겨울에는 하얀 김처럼 엉켜 보이니 구럼비는 큰 고래가 된다.

푸른 바다와 구럼비, 서로 돕고 사는 사람들, 한라산이 그들을 품어주는 아름다운 포구, 바로 제주도 강정마을이다.

! 좋다!”

출렁이는 넓고 푸른 바다, 그 파도 위에 쏟아지는 환한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저건 뭐지?”

그 때 세민이 눈에 쑥 들어오는 게 있었다.

푸른 바닷물에서 불쑥불쑥 솟구치며 헤엄치는 생명체가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스무 마리도 더 되었다. 넘실대는 파도 위로 쑤욱 솟구쳐 올랐다 다시 들어가면 파도가 하얗게 부서졌다.

, 헤엄을 정말 잘 하네.”

세민이가 두 팔을 휘둘러 헤엄치는 흉내를 낼 때였다.

저 애들은 남방큰돌고래야. 이곳 제주도 서귀포 강정 마을의 자랑이야.”

말을 한 건 한라산 백록담 아래에 살고 있는 까마귀였다.

! 넌 까마귀잖아?”

그래, 난 저어기 백록담에 사는 까마귀야. 하루에 한 차례 이곳 강정을 살펴보는 까마귀지.”

이곳 강정을 살펴본다고?”

! 우리 백록담에 살고 있는 까마귀들의 임무지. 우리 까마귀들에겐 각자 살펴보는 구역이 정해져 있어. 난 이곳 강정을 맡았어. 그런데 너희들은 올레길 걸으려 왔느냐?”

아니. 쥐와 닭을 뒤따라 왔어.”

쥐와 닭?”

그렇다니까. 그 쥐와 닭은 악의 무리야. 강정 마을의 문정현 신부를 괴롭히려 간다기에 뒤따라 온 거야.”

그렇구나. 잘 왔다. 그러잖아도 나도 그 쥐와 닭을 감시하는 중이었으니까.”

쥐와 닭을 감시해?”

그렇다니까. 그 쥐와 닭 때문에 저 돌고래와 구럼비가 사라지게 됐으니 말야.”

갑자기 까마귀 얼굴이 어두워졌다. 목소리마저 울먹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