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설문대 할망은 자식도 잘 낳았다. 한 번에 50명씩 낳으니 금세 아들이 500명이었다.
어느 날 설문대 할망은 500명의 아들에게 먹일 죽을 끓이다,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버렸다. 그만 펄펄 끓는 죽 솥에서 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저녁에 돌아 온 형제들은 어머니인 설문대 할망이 끓여놓은 죽을 먹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맛있다!”
자식들은 서로 더 먹으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디 가셨을까?”
그런데 막내아들만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 걱정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죽을 먹지 않았다.
그렇게 자식들이 죽을 다 먹고 났을 때다. 죽 솥 밑바닥에서 사람의 뼈가 나왔다.
“아니 이 뼈는?”
“우리 어머니구나.”
“우리 어머니야! 어머니!”
“그것도 모르고 우린 어머니를 그만…. 흐흐흑!”
500명의 아들들은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됐다.
“난 형들과 함께 살 수 없어.”
막내아들은 어머니의 살을 먹은 형제들과 같이 살 수 없다며 서귀포 삼매봉 앞바다로 갔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슬피슬피 울다 외돌개 바위가 되었다.
한편 나머지 형제들도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과 슬픔에 몸부림치며 울었다. 한없이 울다울다 그만 지쳐 몸이 굳어지더니 바위가 되고 말았다. 지금 한라산 남서쪽 산허리에 깎아지른 듯 불쑥불쑥 솟아 있는 기암괴석이 바로 그 설문대 할망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늘어선 바위들을 ‘오백장군’, ‘오백나한’이라고 한다. 또 이곳을 ‘영실’, ‘영실기암’이라고도 부른다.
“구름아! 세민아! 그 설문대 할망은 알고 있을 거야. 쥐와 닭이 어디로 갔는지를….”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 얘기를 마친 백록담 까마귀가 힘차게 날개를 파닥였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펄펄 끓는 죽 솥에 빠져서 돌아가셨다고 했잖아?”
“그랬지. 하지만 영혼까지 돌아가신 건 아냐. 너희들 이곳 한라산 이름과 백록담 이름이 어떻게 해서 생긴 줄 아느냐?”
“아니, 잘 몰라.”
“그러니까 한라산은 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어루만지는 산’이라는 뜻이야. 설문대 할망이 살던 하늘에 은하수가 흘렀어. 그 ‘은하수’는 ‘미릿내’ 또 ‘은한’이라고도 불렀지. 그러니까 한라산은 우뚝 구름 위로 솟아 그 ‘은한’을 어루만지는 산이다’는 거야.”
“그렇구나.”
“또 우리 까마귀들이 살고 있는 백록담에는 아주 효성스런 나무꾼과 흰 사슴 이야기가 서려있어.”
“어떤 얘긴데?”
“나무꾼 어머니가 몹쓸 병에 걸렸어. 나무꾼은 어머니의 병에 사슴의 피가 좋다는 말을 들었어. 그래서 사슴을 잡으려고 한라산을 헤매다 이곳 백록담까지 오게 됐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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