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29)

운당 2014. 9. 17. 04:13



, 설문대 할망의 막내 아들 외돌개야. 여긴 무슨 일로 왔지?”

설문대 할망님께 여쭤볼 말이 있어요.”

그래? 조금 기다리면 곧 오실 거야.”

외돌개는 무뚝뚝해 보였으나 무척 친절했다. 백록담 까마귀와 구름이, 세민이에게 따뜻한 차와 먹을 것을 주었다.

이 차는 한라산 약초로 만든 거고, 이 떡은 바닷풀에 여러 가지 곡식을 섞어 만든 거야.”

향긋한 차와 달큼한 떡을 먹다, 백록담 까마귀가 외돌개에게 물었다.

설문대 할망님과 외돌개님은 지금 강정의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는 걸 알고 있나요?”

알고 있지. 그래서 어머니께선 몹시 걱정하시지. 바다를 죽게 하면 그 벌을 받을 거라고 하셨지.”

그러게요. 바다가 죽으면 결국 인간도 죽을 걸 왜 모르는 지 답답해요.”

외돌개와 백록담 까마귀의 말에 구름이와 세민이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설문대 할망을 뵈러 온 거지요.”

악의 무리를 이끄는 쥐와 닭을 찾아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막고 싶어요.”

맞아요. 지금 제주 강정만이 아니지요. 바다뿐만이 아니라, 산과 들, 강이 죽어가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 수백 명이 억울하게 죽기도 하고요. 그렇게 쥐와 닭이 악의 무리를 이끌고 세상을 온통 들쑤시지요.”

외돌개와 백록담 까마귀, 구름이와 세민이가 그런 얘길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악의 무리를 막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힘이 워낙 크고 세다.”

어느 틈에 왔는지, 설문대 할망이었다.

그래도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에겐 용기와 희망이란 게 있다.”

처음엔 설문대 할망의 말소리가 어두웠으나, 곧 힘이 실렸다.

아무튼 잘 왔다. 너희들을 보니 용기가 나고 희망이 생기는 구나.”

말을 하며 설문대 할망은 들고 온 보따리를 끌렀다. 쑥처럼 보이는 약초를 꺼냈다.

너희들이 올 줄 알고 약초를 구해왔다. 이 약초가 쥐와 닭의 흔적을 찾게 해줄 거다.”

설문대 할망이 이번에는 부싯돌을 꺼냈다. 가볍게 탁탁 부싯돌을 마주치니, 파르스름한 불길이 훅 일었다.

설문대 할망이 그 불을 손으로 집어 약초 한 가닥에 붙였다. 그러자 불길이 확 퍼지면서 약초를 태웠다. 그리고 한줄기 연기가 회오리처럼 잠시 빙빙 돌더니, 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눈앞에 쥐와 닭의 모습이 보였다. 쥐와 닭이 어디론가 바삐 가고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