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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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김생원이 개인자동차 ‘개자’에서 내려 아파아트 엘리베이터를 타려할 때다.
“끼잉!”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붉은 털의 주먹만한 강아지였다. 벽 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웬 개일까?’
신김생원이 그냥 지나치려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았다. ‘누구든 키워주세요.’목에 작은 쪽지가 걸려있었다.
“버림받은 강아지구나. 너도 나 같은 신세구나. 나랑 같이 가자.”
신김생원은 작은 강아지를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종이 상자를 이리 저리 칼질하고 풀질하니, 멋진 개집이 되었다. 헌 옷을 뜯어 알맞은 크기로 잘라 깔아주니, 무궁화 5.16개 특급 호텔이 이만하랴 싶었다.
‘이름을 지어줘야 할 텐데.’
백 년 전, 21세기에는 개 이름을 훌륭한 인물의 이름을 따라서 많이 지어주었다. 개들도 훌륭한 개가 되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사관운동에 의해 그리하였다. 특히 일베충과 뉴라이트 김무성, 이명희가 주창하여 교학사에서 긍정적 사관운동의 개 이름 짓기 교과서도 나왔었다.
긍정적 사관이란 세상 모든 걸 무조건 좋게 보자는 새마을 운동의 후신이었다. 이를테면 도적질을 하건, 강도질을 하건, 쿠데타를 하건, 사기를 치건, 성폭행을 하건 성공만 하면 되고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긍정적 사관이었다.
그 긍정적 사관에 의해 미식이나 왜식 이름이 유행하기도 하여 개 이름을 ‘메리, 존, 베스, 워리, 톰, 오바마, 부시, 아베 신따로, 이또오 히로부미, 쓰끼야마 아끼히로, 오까모도 미노루, 기시 노부스케, 히로히또….’ 등 등으로 불렀다.
또 보신탕감인 똥개 종류는 주로 ‘승만, 정희, 두환, 태우….’로 불렀다. 그 때는 잡아먹기 전까지 개 이름을 부르며 발로 한 번씩 차기도 했다. 일테면 분풀이를 할 때가 없었던 무지한 세월을 살 때였다.
그러다 생긴 게 괴상망측한 여러 종류의 수입 종 개가 들어오면서 이름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불행히도 무지한 세월은 변함이 없어 이름을 약간 변형해서 붙였다.
‘무싱, 기췬, 교활, 긴헤, 우어, 멍희, 어옥, 갱윈, 밍박, 시쥥, 상딕, 굉열, 힝테, 죄준, 미횡’ 아무튼 등 등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며 사(死)랑하고 자(炙)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백년이나 더 흘렀다. 지금은 개 이름을 무어라 지어주는 지 알 수가 없다.
손녀에게 묻자니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또 까딱 무슨 말을 잘 못하면 손녀를 고발자로 만들 위험천만한 일이다.
‘어떻게 한담.’
신김생원은 곰곰 생각하다가 손바닥을 탁 쳤다.
‘그렇다.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컴을 켜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개 이름”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고 탁 엔터를 치니 좌르륵 개 이름이 뜨기 시작했다.
“좋아, 이걸로 하자.”
신김생원은 그 중 마음에 드는 걸로 이름 하나를 골랐다. 그러나 비밀로 하기로 했다. 다음과 같은 글이 있어서다.
‘개 이름을 정하면 당국에 신고하고 허가필증을 받을 것. 1년 사용료 십만 원.’
그러다 신김생원의 눈에 확 띠는 기사가 있었다.
‘이름과 족보가 있는 애완용 닭 팜. 한복 입은 알 한 번 낳은 암탉 이름 귀태도터 5.16만원, 양장 입은 알 세 번 낳은 암탉 이름 닭까기 8.15만원, 곤색 재건복 입은 숫닭 이름 옷까닭 10.26만원. 한정 수량 선착순 판매. 단 절대 잡아먹어선 안 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자랑하며 사육할 것. 이를 어길시 징역 5.16년 이하 벌금 51.6만원임.’
신김생원은 무릎을 탁 쳤다.
“야, 백 년 만에 닭이 대접 받는 세상이 되었구나. 그래 좋아. 알 한 번 낳은 한복 입은 암탉 귀태도터를 사서 키우자.”
생각해보니 백 년 전에는 닭이란 게 삶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그냥 생닭으로 뜯어 먹는 고기에 불과했다. 특히 닭발목을 쾅쾅 조시고 닭똥집을 얇게 썰어서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이 세상이 천국이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자랑해야 한다니 조금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건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까짓 살짝 잡아먹은들 누가 알랴? 학창 시절 닭서리의 도사들을 따라 다니며 잡아먹은 닭이 손가락 발가락 수보다 많으니, 그 때 실력을 발휘하면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구입한다?’
신김생원이 고민을 할 때 착하고 영리한 컴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사람 맘도 알아차리는 컴이었다.
도청, 도촬이 한강 모래보다 흔한 세상이 됐다지만 참으로 무섭기도 하고 요상하기도 한 세상이 된 것이다.
“오른 쪽 검지 손가락으로 원하는 물건을 짚고, ‘이 물건을 구입함’을 51.6%의 음성으로 5.16번 외칠 것. 주의 사항, 절대 왼손 검지 손가락을 사용치 말 것. 사용 즉시 걱정원에 기록되어 향후 백년간 좌빨 요주의 시찰 인물로 감시 받을 수 있음. 다시 한 번 경고하….”
신김생원은 컴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얼른 왼 손을 허리 뒤로 감추었다. 그리고 하라는 대로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잽싸게 컴의 한복 입은 닭에 대고 ‘이 물건을 구입함’을 51.6% 음성으로 5.16번 외쳤다.
“고객의 구입이 확인되고 결재되었습니다. 대금 5.16만원이 과금 되어 현재 잔고….”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정확히 5.16분 뒤다.
“딩동!”
택배가 왔다. 한복 입은 알 한 번 낳은 암탉 ‘귀태도터’가 배달된 것이다.
신김생원은 그래서 그날부터 길 잃은 강아지 터진아(이 이름이 밝혀지면 사용료를 물어야 해서 비밀로 함)와 귀태도터 키우는 데 재미를 붙였다.
원래 그들의 운명이 그런 거니까, 언젠가는 개건 닭이건 보신용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왕 사는 김에 장갑에 헬멧, 이노 메가네를 쓰고 자전거 타는 쥐도 한 마리 구입했으면 하는데…. 그래 담에 사자.’
문득 조금 아쉬웠지만, 신김생원은 애완견 터진아와 애완닭 귀태도터를 사(死)랑스럽고 자(炙)랑스럽게 바라보며 입에 침이 고이는 걸 꾹 참았다.
<조상들이 왜 닭을 보양식으로 드셨겠어요? 닭고기가 제일 좋아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