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神金生員傳 6

운당 2013. 10. 12. 10:33

神金生員傳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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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거 강아지하고 닭이제?”

그렇다.”

그거 이름값 비싸다. 동사무소에 신고하고 해마다 10만원 씩 내야 하는데.”

알고 있다. 그래서 이노마 강아지는 이름과 성이 없다. 그냥 무성이다. 이노마 닭은 귀태도터다.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5.16만원 주고 샀는데, 죽을 때까지 이름값이 무료인 특혜가 있다. 그러니 걱정 없다.”

다행이다. 근데 할아버지 귀태도터가 귀태의 딸이지요?”

도터가 영어로 딸이니 그렇다.”

교학사 사전에 귀태는 귀한 태생이지요. 그러니 귀태도터는 귀하게 태어난 딸이네요? , ! 할아버지 혹시 귀태체로 붓글씨 쓸 줄 알아요?”

내가 소싯적에 한석봉, 궁중, 왕희지체까지 다 썼다. 그런데 그 귀태체는.”

신김생원은 말문을 급히 닫았다. 강아지 이름이 터진아인데 성도 없는 무성이라고 거짓부렁을 했다. 사랑하는 손녀에게 그런 거짓말을 해서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데, 차마 솔직하게 귀태체썩은 시체냄새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또 손녀딸이 학교 선생님께 할아버지를 고발해야 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생길지도 모르고 말이다.

학교에서 교실에 걸 급훈을 써오라 했어요. 컴에서 출력하지 말고 직접 귀태체 붓글씨로 써오면 귀태상후보가 된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귀태체로 써야지. 그래 뭐라 쓰면 되느냐?”

그러니까 귀태체는 다까끼 마사오인 박정희의 붓글씨체다. 신김생원은 시체냄새 나는 빗자루몽당이 글씨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붓을 찾고 먹을 갈았다.

급훈이 뭐냐?”

인내는 쓰다. 그러나 일베충은 달다.”

일베충? 인내는 알겠는데 일베충이 뭐냐? 혹시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아니냐?”

할아버지도! 열매는 옛말이고 요즈음은 일베충이라 해요. 일베충이란 일본에게 버러지처럼 충성을 다하자라는 좋은 말이어요. 교학사 선정 한국의 좋은 말 베스트 5에 뽑힌 금언이지요. 그래서 급훈으로 정한 거예요.”

그렇구나. 말뜻이 많이 변했구나. 하긴 백 년 전에도 민주주의여 안녕!’ 하고 시를 쓴 놈이 독재자의 딸년에 빌붙어 버러지처럼 빌빌 거렸지. 그놈하고 경제란 놈하고 두 놈 이름을 붙여서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닭이 입에 게거품을 물다가 마침내 지하경제가 활성화 되니 창조경제가 되고, 창조경제가 비행기를 타니 또 말춤이 되어 다가닥다가닥그러다 게다짝 끄는 닭그닥 소리가 되고. 끌끌! 참 그놈 이름이 지하든가 지상이든가? 하이고 이제 이름도 헷갈린다.”

할아버지! 무슨 혼잣말이어요? ‘민주주의여 안녕이라고요?”

그렇다. 왜 민주주의란 말도 쓰면 고발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고요. 민주화 시킨다는 말은요. ‘국가의 권력을 개인이 독점하는 정치를 말해요. 반대로 독재화 시킨다는 말은 국민이 권력을 갖는 정치고요. 그래서 우리가 선망하는 게 독재국가지요.”

어째 좀 이상하다. 그거 민주와 독재를 반대로 말한 거 아니냐?”

아니어요. ‘박근혜가 미국에서 영어로, 중국에서 중국어로, 러시아에서 러시아어로, 베트남에서 베트남어로 독재를 대대로 이어받자는 충성연설로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렇게 교학사 상식사전에 있어요. 구글 검색어로 가짜 대통령을 절대로 찾지 말라는 것까지 다 나와 있어요.”

그 놈의 교학사는 낄 데, 안 낄 데를 가리지 않는구나?”

그뿐 아니어요. 교학사 시집에 있는 시를 외워야 초등졸업이 돼요.”

어떤 시인데?”

잘 들어보세요. 오늘 학교에서 배웠거든요.”

신김생원의 손녀가 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옷 갈아입기의 귀재인 그녀 귀태여

누가 그녀에게 돌멩이를 던지는가?

침을 흘리고 봐서는 안 되는 그녀여

폐계의 처절한 칠면조로의 변신이여!’

 

참 딱 들어맞는 시구나! 감탄이다. 감흡이고!”

이문열의 시지요. 또 전원주의 시도 있어요. 이 시를 외우면 귀태상 후보가 되지요.”

어디 외워봐라.”

김생원의 손녀가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전원주의 시를 낭랑하게 낭송했다. 이문열 것 보다 좀 길었다.

 

! 그녀여!

한복천사여!

그녀는 화장실 들락거리는 설사병 환자가 아니라오

세계를 번데기로 주름잡아 오가는 한복 천사라오

그녀가 한복을 입으면 내 눈에 가시가 뽑힌다오.

! 내 마음의 천사!

그 아름다움에 지쳐 무더운 여름 먹구름이 소변을 보고

지난 밤새워 새워. 세우고 세워

김새는 소리가 들렸나보오.

! 한복만 입으면 미치고 팔짝 뛰게 하오

그녀어언이여! 한복 천사녀어언이여!’

 

정말 아름다운 시구나! 이 할애비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다가 죽을 시구나.”

그렇다니까요. 이 전원주의 시는 당시 설사병 환자가 화장실 들락거리듯 세계를 주름잡던 박근혜를 찬양한 시인데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턱걸이를 했대요.”

그 시가 노벨상 후보였다고?”

교학사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어요. 또 당시 한복을 입는 게 소원이던 청와대 부근 여자들이 돈이 없어 한복을 못 사자, ‘죽음이 아니면 한복을 달라며 한강에서 떼로 자살을 했대요. 또 구미성지에 살던 어떤 가장은 딸에게 한복을 못 사주자, 일가족을 데리고 자살극을 벌렸대요. ‘지금 세계는에 현장중계를 요청했고 그게 그해의 끔찍한 보도상을 탔대요.”

교학사 교과서는 참으로 끔찍한 걸 다 가르치는 구나.”

할아버지! 그걸 모르면 SKY대학교에 못가요. 할아버지는 제가 일류대학 가는 게 싫어요?”

아니다. 그런데 전원주라면 그 못생긴 늙은 여자냐? 암내 난 고양이 목소리처럼 징그러운 쭈그렁탱이 말이다.”

못생기다니요. ‘못 생긴 며느리는 얻지 말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분이어요. 이명박의 못 생긴 마사지걸이 서비스가 좋다라는 말과 함께 교학사 상식사전 위인들의 금언편에 있지요. 나름대로 한 미모하는 여인이래요.”

그래 맞다. 인간도 분재나 수석처럼 괴상망측하게 생겨야 한 미모라 했나보구나. 하지만 넌 그런 한 미모하지 말거라. 그냥 지금의 네 모습이 좋다. 할아버지는 지금 그대로의 네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걱정 마세요. 지금 우리들이 가장 되고 싶어 하는 건 일베충이니까요.”

?”

할아버지! 일베충은요. 참으로 존경스럽지요. 음지에서 살고 양지국을 먹어요.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하는 데 하루 저녁에 댓글 만개를 너끈히 써요. 특히 일베충의 대표주자인 걱정원 댓글녀는 하루 저녁에 댓글 십만 개를 썼대요. 세계 최고로 기네스북에 올랐지요. 그리고 한국의 백대 위인이 됐지요. 근데 아직 우리들은 하루에 오십 개도 못써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 반이 급훈으로 정한 거예요. 저도 자라면 일베충이 되려고 날마다 댓글 쓸 마음을 다지고 있어요.”

! 하늘님!”

신김생원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 평상시는 부르지도 않던 하늘님을 부르다가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소월 김정식 선생의 시가 딱 들어맞았다.

 

<오! 하늘님>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닭고기를 많이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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