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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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학교 다녀올게요. 아침 밥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심심하면 보시라고 한국의 10대 명화 디비디 놔두고 가요. 그럼 학교 다녀올게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참, 앞으로 닭까지 마시오 놈이 닭까지 말라는 대도 기어코 까놓은 달구 귀태도터, 듬성듬성 털 뜯긴 새쌔끼 후여 우여 횡위어, 대 이어 까놓은 쪽발이 앞잡이 긴무식의 애비 성도 없는 길지도 않은 것이 네모넙대기 기인무성, 똥별도 똥깐에선 별이구나 넘지준, 하날님 대신 아바이 된똥령 가카를 부르짖는 까고 까놓은 개먹사 간나구들 같은 말을 해도 절대로 학교 선생님께 고발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제가 있어도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하세요. 욕해도 괜찮아요.’
신김생원이 잠든 손녀의 얼굴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해가 중천이다. 늦잠을 잔 것이다.
손녀가 또박또박 써놓은 편지가 머리맡에 있었다. 신김생원은 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손녀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서다.
신김생원은 아직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다. 100년을 죽었다 깨어났으니 바깥세상에 나가는 게 두렵기만 했다. 하지만 방안에서만 생활하려니 답답했다. 그걸 알고 손녀가 한국의 10대 명화 디비디까지 놓고 간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감격스러운 건 지금까지 손녀가 들을 세라 중얼중얼 혼잣말로 욕을 했는데 앞으로는 맘 놓고 크게 말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 이제 방안에서나마 가슴 펴고 살겠구나. 그런데 그동안 내가 중얼중얼 거린 욕말을 손녀가 다 듣고 알고 있었구나.”
신김생원은 그 점이 손녀에게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아가, 이제 하고 싶은 말은 대밭에 가서 하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말한 이발사처럼 말이다. 아무튼 이제 나하고 너 사이에 동족상잔의 비극은 없겠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손녀가 할아버지를 고발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다는 건 비극 아니겠느냐?’
시월 이십육일이가 낳지 못해 유산인가, 시월이십육일이가 써놓은 유서인가, 닭까지 마시오의 까지 못한 유신인가, 아무튼 하도 오래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긴급조치 9미호 닭알이 있었다. 긴급조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안 된다고 했던 귀태가 구미호에 홀려 햇까닥 정신줄 놓고 9개째 낳은 닭알이었다.
사나이 대장부 허리 아랫도리 일은 차안의 부재라며 계집 끼고 시버스리갈 마시며 놀던 그래서 당시 호가 빽쟁이였던 그 귀태는 새마을도 아니고 헌마을도 아닌 궁정마을에서 새벽종을 울리다 새벽총에 갔다. 하지만 닭까지 말라고 하던 그 귀태가 닭을 까고 까놔서 그 닭들이 또 닭을 까고 쥐까지 까니 그 닭과 쥐들이 빽쟁이를 추모하는 귀미의 귀태동상이 되었다. 그래도 아무도 그 닭알을 구워 먹지 않으니 그 긴급조치 9미호 닭알이 지금도 까지 말란 닭과 쥐를 계속 까고 까는 것이다. 그러니까 닭까지 마시오는 닭까고 쥐까고 또 까고 까시오였던 것이다.
인류 역사는 그렇게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돌리고, 걸어가서 붙이고 붙이고, 슬로우 슬로우 퀵퀵 싸모님! 어서오세요. 물좋은 카바레 싱싱한 콜라텍 골라골라 골라잡아요. 시장바구닌 여기 맡겨요. 초터민상에게 주세요 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신김생원은 앞으로 닭과 쥐를 깔 때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꼭 챙겨 대숲에 가서 까기로 하고 손녀 앞에서는 닭과 쥐를 까지 않아야겠다고 이근안의 이름으로 긴급조치 9미호 포고령 닭알을 깠다. 그러면 누구도 신김생원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감히 긴급조치 9미호 닭알에 대해 어찌 시비를 걸겠는가? 정신줄 놓은 자 아니면 누가 이근안의 칠성판 맛을 보려하겠는가? 그렇게 귀태방패를 까놓으니 신김생원의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 이제 두 발 쭉 뻗고 한국의 10대 명화나 보자.”
100년 전 젊을 적에 하루라도 영화를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았던 신김생원이다. 그걸 손녀가 알았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10대 명화 디비디를 놓고 간걸 보면 역시 혈육 디엔에이는 통하는 가 보다고 생각했다.
“자, 어떤 영화부터 볼까?”
신김생원은 디비디 표지에 있는 영화 제목과 소개 글부터 읽어보았다.
‘그린란드의 녹조! 이 영화는 억울하게 누명 썼던 터키탕과 주택가를 파고드는 일본식 마사지샵을 능가하는 이멍빅이가 필생의 심혈을 쏟는 대신 돈을 꿀꺽꿀꺽 삼킨 명화다. 아느냐? 그린란드에도 녹조가 있다. 천국에도 있다. 녹조와 이끼를 구분하지 말라. 그런 닭과 쥐가 있다면 닭까지마시오 보다 나쁜 놈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4대강 녹조를 그린란드 보신탕, 천국의 뱀피로 알고 빨아 먹어라. 잠깐! 또 알아라. 그린린드 녹조만 먹어선 아니 된다. 발가락 다이어 돼지 긴유녹의 세금요리 4대강 한식 녹조는 후식이다. 마지막에 자전거를 타고 4대강 한식 녹조라테를 먹는 이멍빅이의 모습과 쥐가 말하는 명대사에 전 세계의 쥐20들이 동맹휴업을 하고 한국으로 몰려오기도 했다. 몇 번 봐도 질리기만 하는 명화 그래서 가족 모두 함께 보며 하품하는 명화, 오라 보라 그리고 토하라.’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그 쥐새끼 징그럽게도 낯짝 번들거리더니 강시나 좀비처럼 끝까지 날 따라다니는 구나. 이건 악몽이다.”
신김생원은 ‘그린란드의 녹조’를 휙 던져 버리고 다음 디비디를 살폈다.
‘유신의 추억! 이 영화는 저도의 추억을 저급하게 현실화 한 영화다. 어찌 닭이 사람을 낳을 수 있을까? 무어라? 너희가 모르겠느냐? 그럼 이 명화에 빠져보라. 성령이 충만하면 닭이 인간을 낳고 인간이 닭을 낳는 법이다. 너희가 닭을 낳고 싶으면 믿으라. 성령의 이름으로 무조건 믿으라. 닭까지 마시오와 귀태도터의 후장적인 결합, 누가 돌을 던지랴? 보고 침을 흘려라. 일생에 꼭 한번은 보든지 말든지 명화이며 망화다.’
“흥!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신김생원은 두 번째 디비디도 휙 던져버렸다.
‘출세하고 싶으면!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의도의 동그란 지붕에 사는 쥐와 닭의 영웅담을 소개하는 명화다. 쥐 불 꺼진 닭알이 덜렁덜렁 쥐닭불알을 덜렁 구어 먹고 내시가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주연 긴기췬, 긴무식, 횡위어와 니갱윈, 징믜홍, 윈쥔숙이 횡교활을 상대로 화려한 악몽의 세레나데요 죽으면 늙어야 할 쇵해, 최불알, 이뮈자가 펼치는 곤달걀무대다. 닭과 쥐의 거세가 인간을 내시로 만들었다는 걸 생생하게 창조경제로 과학하고 있다. 역시 가족과 함께 보든지 말든지 명화요 망화다.’
“아, 내가 지금 악몽을 꾸는 거냐? 아니면 죽어있는 거냐?”
신김생원은 연이어 다음 비디오를 보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돌아온 귀태도터! 마카로니 웨스턴 돌아온 장고는 낯짝도 내밀지 말라. 귀태가 419 교원노조를 말살하고 귀태도터가 전교조를 향해 닭거품을 무는 명화, 닭병은 대대로 물려간다는 전설의 악화, 지금 닭병걸리셋세욧? 나쁜 된똥련, 물개똥령이세욧, 지금 지하고 싸우자는 거예욧? 동생이 아니라면 아닌 거예욧! 토달지 말세요, 궁민이 불쌍해욧 한궁말도 모르세욧? 등 개그맨의 직업을 박살내는 금언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주연 귀태도터 조연 닭누리버러지들이 깨벗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필생의 명화….’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도 한국의 명화 잘 보고 잘 살마.”
신김생원은 ‘516의 종소리는 1026의 총소리, 보온병 포탄과 메직 1번 어뢰, 닭이 입은 한복에 세계인이 걸린 닭병, 세상에 이럴 수가 말하는 쥐와 닭, 원전 전도사 소망장로가 BBK 방사능으로 36개월 구운 쇠고기 척추 구이, 4대강이 낳은 4대악 등 나머지 6개의 디비디를 벽을 향해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부르짖었다.
‘나야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아! 불쌍한 인생이여!’
꺼이꺼이 울어대는 신김생원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48.4%의 민초들이 불쌍할 것도 없었지만, 자신의 손녀가 불쌍해서였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