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9
Cloud W K
“할아버지 학교 다녀왔어요.”
“오냐!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어서 오너라.”
신김생원이 한국의 10대 명화보기를 포기하고 쉬고 있는데 손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시원한 쥬스 마시고 좀 쉬어라.”
신김생원이 손녀 주려고 우유 넣어 갈아놓은 더덕 쥬스를 내밀었다.
“할아버지! 쉴 시간 없어요. 저 지금 무지 바빠요.”
“아무리 바빠도 쥬스 한 잔 마실 시간이 없느냐? 어서 마셔라.”
“숙제 하고 학원가야해요. 근데 숙제가 너무 어려워요.”
“무슨 숙제인데?”
“글쓰기여요.”
“글쓰기? 무엇에 대해 쓰는데?”
글쓰기라는 말에 신김생원이 귀가 확 트였다. 백 년 전에 그럭저럭 솜씨 있게 쓴단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예, 두 가지 글감 중에서 하나를 쓰라고 했어요.”
“그 두 가지가 뭔데?”
“예. 하나는 ‘국가정보원 댓글도 국력이다’고요, 또 하나는 ‘물 한 방울, 먼지 한 톨 셀 틈 없는 자주국방’이어요.”
“그렇담 어렵게 생각지 말고 할아버지랑 함께 쓰자.”
“할아버지! 쉽게 생각해선 안 돼요. 글감에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니?”
“그러니까 ‘국가정보원 댓글도 국력이다’는 이 댓글을 통해 한국이 세계에 국격을 높이고, 세계인의 열화와 같은 침 뱉기를 받게 되었다. 또 외국에 이 기술을 팔아 돈을 차떼기로 긁어 천막당사를 만들고, 마침내 노벨 댓글상을 받게 되었다. 또 이 댓글 기술을 개발한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의 병신줄을 이어 댓글 댓똥령을 재차 부정 생산하니 명실공이 대 이은 충성으로 신왕조를 열었다. 아! 태생적으로 귀한 귀태로다. 그 명 귀태가문 계보가 바로 ‘쥐닭’가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나님 아버지 대열에 올랐으니 목사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일부 목사들이 이 사실에 흥분하여 쥐닭가와 귀태도터를 창조주 주님, 아버지, 모리어라 일컫도다. 오! 아버지! 아버지! 귀태도터 모리어여! 댓똥령 아버지여! 창조주 주 이름으로 기도하옵네다 하먼하먼, 하렘루여! 이런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까짓거 그 내용 그대로 쓰면 되잖느냐? 그게 뭐가 어렵다는 말이냐?”
“이 글을 쓰면서 온 가족이 감동하여 흘린 눈물을 20리터 통에 가득 담아야 해요. 그러니 어렵지요.”
“눈물을 20리터? 참 기막히구나. 혹시 콧물이나 가래침은 안 되겠니?”
“안 돼요. 그래서 제가 고민하는 거잖아요.”
“글쎄다. 그래서 제가 댓통령 되려고 고민한다는 말은 들어봤다만, 허접한 일에 눈물 흘리는 일에 고민해야 한다니…. 백년 만에 세상이 변하긴 했구나.”
“봐요. 할아버지! 어려운 숙제잖아요.”
“좋다.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눈물을 흘려 20리터 받아주마. 그러니 다음 주제 글감얘기나 마저 듣자.”
신김생원은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막걸리 마시고 오줌을 싸서 눈물이라고 할 작정이었다. 원래 댓통령 공약이 어디 공자님 말씀인가? 빌 공자 공약 아니던가? 그게 원칙이고 신뢰 아니던가? 오줌도 눈물이다. 힘없는 민초들은 막걸리 마시고 오줌 싸기도 힘든 법이니 말이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그러니까 ‘물 한 방울, 먼지 한 톨 셀 틈 없는 국방은요.’ 오래 전에 천안함이 북한의 파란 매직 1번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고 했잖아요. 교학사 역사책에 있거든요. 한국군, 미군이 물셀 틈 없이 철밥통 보온병 포탄을 들 때, 우리 한국군은 미군 도움없이 자주국방 경계를 했대요. 그런데 북한이 귀신 같이 그 없는 틈을 쉭쉭 와서 천안함을 딱 쪼개버렸대요. 미군이 있어도 도움 없이 한국군이 물셀 틈, 먼지 한 톨 셀 틈 없이 자주국방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 이 일은 분명 북한 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귀신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증거로 최쉬중이나 이상뒥이 집 장롱에 수억대의 돈뭉치를 귀신들이 가져다 놓았다. 그러니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북한 귀신들의 정체를 낱낱이 밝히고 귀신 표본을 첨부하여 자주국방 글이 되어야 해요.”
“뭐? 귀신을 첨부해?”
“예! 북한 백성을 한 명 잡아 귀신으로 만들어 첨부해야 해요.”
“아니, 우리가 귀신이 아닌담에야 어떻게 북한 주민을 잡아 귀신으로 만든단 말이냐? 그리고 설령 그렇게 했다 해도 그 죽은 사람이 파란 매직 1번을 들고 물속을 헤엄치는 귀신이 될지 안 될지를 어떻게 보장한단 말이냐?”
“그러니까 어려운 숙제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댓똥령 된다고 했잖아요, 표독스레 말하던 그 귀태도터가 살아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만…. 이제 그 몸뚱아리 구더기가 파먹어 백골이 진토 되었을 테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로구나.”
“할아버지! 제 말이 맞지요? 그러지요?”
“그렇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다. 우리 두 번째 숙제를 하자. 할아버지에게 좋은 수가 있다.”
“좋은 수요?”
“오냐. 너는 두 번째 글감으로 글을 써라. 그러면 귀신은 내가 데려오마.”
“정말요?”
“암! 할아버지는 노령수당, 기초연금 가지고 추접스럽게 장난치는 그런 쓰레기들이 아니다. 약속을 원칙과 신뢰로 지키마. 얼척없는 실뢰로 똥오줌이나 재리는 그런 쥐닭들이 설치는 설치조류 시대는 이제 가야 한다. 그러니 할아버지를 믿어라. 부지런한 벌꿀에게 슬퍼할 겨를 주지마라. 꿀벌이 슬퍼하느니라.”
“알았어요. 할아버지는 저의 수호천사이고 멘토이고 구세주세요.”
“암, 난 없는 귀신도 성령으로 낳는다. 걱정마라. 빨리 글이나 써라. 천안함인가 천인공노함인가 그걸로 써라. 보온병 포탄이야 말로 물셀 틈 없이 미군 바짓가랑이 잡는 똥별들 자주국방의 아버지 댓통령으로 창조주시다. 하멘하면 하렘모리어라고 써라, 입술에 침도 바르지 말고 거짓부렁이든 뭐든 쥐닭들이 좋아할 만한 말들로만 골라 써라. 귀신은 걱정허덜덜 말고 말이다.”
그렇게 말한 신김생원은 저승에 있는 신박생원에게 문자를 쳤다.
“어야! 긴급한 일이다. 파란매직 1번 어뢰 들어야 하니 힘도 세고 헤엄도 잘 치는 귀신 한 마리가 필요하다. 닭까지마시오놈이나 최근에 간 초피립, 초쉬중, 이상뒥, 윈시훈, 놈쥐준, 휭교활, 휭위여, 긴무식 암튼 아무 놈이나 다 좋다. 그냥 오케바리 땡큐다. 댓글 아닌 답문이나 전화 주라. 니 스마트펀은 데이터 통화 문자 무제한이니 니가 전화해라.”
신김생원은 문자를 보내고 기다렸다.
그때 스마트 폰에서 띵똥 소리가 났다.
“옳지. 그럼 그렇지. 역시 내 친구 신박생원이구나.”
신김생원이 얼른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문자가 조금 길었다.
‘지금 쥐닭이 설레발 아닌 설레손으로 야구 시구를 했는데 관객들의 울화와 같은 야유가 일자 그 울화를 열화와 같은 환청으로 바꾸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잠시 전파교란을 하는 관계로 저승과의 통화상태가 고르지 못함을 알려 드립니다. 고객님께 머리 숙여 사죄할 필요가 없지만 알려 드리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건 댓글이 아닙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댓글은 반드시 신고하여 포상 받으세요. 전화번호 대신 댓글 남기세요. 구정물 구정물 걱정원.’
‘이런 제길할!’
신김생원은 뜬금없이 뜨는 댓글에 하마트면 스마트폰을 휙 던져버릴 뻔 했다. 다행히 욕도 참았다. 욕은 대나무밭에 가서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때 또 스마트 폰에서 띵똥 소리가 났다. 신박생원의 이름이 보였다.
“잉! 이제 진짜 왔구나.”
“알았다. 지금 여기 저승에서도 야구 아닌 격투기 대회가 열렸다. 지금 닭까지 마시오놈하고 낙지라고 했던 징뒤환이놈하고 붙었다. 나는 징뒤환이놈한테 돈을 걸었다. 근데 째깐한 닭까지마시오 놈이 지금 덩치 징뒤환이를 디지게 패고 있다. 쌍코피 줄줄, 암만해도 돈을 잘 못 걸었나보다. 암튼 곧 끝나니 내가 전화하마. 내 스마트폰은 데이터 통화 문자 무제한이다. 글고 걱정마라. 깅용쉭이가 말한 닭 한개만 나서 허리 날씬한 귀신으로 한 마리 보내주마. 그래야 파란 매직 1번 들고 헤엄 잘 칠거 아니냐?”
문자를 읽으며 신김생원은 가슴이 뿌듯했다. 친구 잘 뒀지, 사랑하는 손녀가 열심히 글을 쓰고 있지.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하고, 아이들 책 읽는 소리가 소리 중에 좋은 소리더라.’
그 순간 그 싸가지 없는 교학사판에서는 볼 수 없는 금언 하나가 문득 생각났다.
<파란매직 녹 위에 써진 글씨라?
저건 귀신이 썼겠지요.
글씨가 써진 뒤 녹이 슬어야 원칙이고 신뢰인데
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