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3
Cloud W K
“아가! 할애비 좀 도와주렴!”
갑자기 신김생원의 가슴이 벌렁벌렁 뛰며 숨이 탁 막혔다.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손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여러 종편떡 방송사와 돈좀조(DongJungJo) 신문사에서도 할아버지의 품격 높은 말씀을 보도했지요. 또 교학사판 사전에도 할아버지의 일화가 실리고 곧 성지에서 살 수 있는 성지 시민 훈장도 받게 될 거라고 했어요.”
손녀가 걱정스레 신김생원을 지켜본다.
“아가! 지금이 2113년이다. 내가 2013년에 외출을 했으니, 오늘 밖에 나가는 건 꼭 100년만이다. 백년 만에 나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숨까지 막힌다.”
얼마 전 신김생원이 ‘야! 거기 여의도와 인왕산,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 사랑 제일 건물 세워놓고 그랩하면서 헬랠래야 잘 사는 인간들아! 이 썩을 놈! 골은 놈! 똥누재들아!’하고 외쳤고, 그게 여러 종편떡 방송사와 돈좀조(DongJungJo) 신문사에 보내졌다. 그리고 그게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국내외 검색순위 1위가 되었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도 5.16주 연속 1위를 유지하여 그 유명한 교학사판 사전에도 실리고 오사카와 포항, 구미와 부산 등 성지에서 살 수 있는 성지 시민 훈장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상은 상이고 벌은 벌이다.
‘지금 여기가 사람 사는 세상이냐? 지옥이냐? 내가 살았냐? 죽었냐?’라는 말을 해서 손녀의 신고로 4대강에 나가 선풍기로 물을 정화 시키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박석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선풍기를 뉴라이트처럼 오른쪽으로 돌리는 시범을 보여준다고 한다.
2013년 무렵 그 박석순이의 낯바닥을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던 신김생원으로서는 오늘 작은 소원을 하나 푸는 셈이다. 그런데 막상 나갈 생각을 하니 두렵고 떨려서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혔다. 대인기피증, 광장공포증 같은 증상이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할아버지! 이 물을 좀 마셔 봐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녹조를 모두 섞어 거기에 인삼즙과 벌꿀을 탄 최고 품질의 물이어요. 이런 물을 밖에서 사 드시려면 한 잔에 십만원이지요. 이명박 전전 대통령이 TV에 직접 출연해서 광고하는 그 환상의 4대강 녹조라테 ‘환4녹테’여요. 자 주욱 들이켜보세요. 진정이 되실 거예요.”
“아가! 그냥 맹물 없냐? 그 4대강 똥물, 아니다. 내가 말 잘못했다. 까딱하면 널 또 고발자로 만들 뻔했다. 그러니 조금 전 똥물이란 말은 없던 말로 하자. 아무튼 그 환상의 4대강 명박이 녹조라테 ‘환4녹테’ 말고 그냥 맹물 없냐?”
“할아버지! 그냥 맹물은 거지들이나 마셔요. 이 ‘환4녹테’는 비싼 거예요.”
“알았다. 그래도 난 명박이보다 거지가 마시는 맹물 마시련다. 좀 주렴.”
“그 맹물은 집에는 없어요. 이따 밖에 나가시면 마실 수 있어요.
“그러냐? 그럼 얼른 밖으로 나가야겠다. 그 맹물이 어디 있느냐?”
“할아버지! 그럼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오냐! 줄탁동시라더니 네가 내 스승이다.”
“줄탁동시요?”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병아리가 달걀 속에서 나오려고 부리로 껍질을 쫓는데 그걸 줄이라 한다. 어미닭이 지켜보다가 껍질이 다 깨질 때쯤 도와주는 데 그걸 탁이라 한다. 그렇게 서로 돕는 걸 줄탁동시라고 한단다.”
“좋아요. 할아버지! 줄탁동시로 도와드릴 테니, 실수하지 마세요. 밖에 나가면 10m 간격으로 CCTV가 있고, 카파라치, 레파라치, 스파라치, 블파라치들이 눈을 희번득 귀를 쫑긋거리고 있어요. 신고하면 상금 받고, 공무원은 일계급 특진이지요. 또 군인이나 경찰은 포상휴가까지 있고요. 나 말고는 모두가 카, 레, 스, 블파라치 들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니 말조심, 행동 조심하셔야 해요.”
“알았다. 그런데 카파라치는 알겠는데 레파라치, 스파라치, 블파라치는 뭐냐?”
“레파라치는 소형 녹음기로 남의 사생활을 캐는 레코드파라치의 준말이고, 스파라치는 스마트폰으로 도청과 도찰을 하는 걸 말해요. 또 사방 360도를 촬영할 수 있는 블랙박스로 빈틈없이 정보사찰, 신상털기 하는 걸 블파라치라고 해요. 이 블파라치가 제일 무섭지요. 어떤 블랙박스는 두께 1m의 벽을 투시하며 동시녹음까지 하니까요.”
“정말 지옥처럼 무서운 나라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며, 참 좋은 나라구나.”
신김생원은 지옥처럼 무서운 나라라고 말할 뻔하다가 얼른 고쳐 말했다.
“예!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어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며 모든 선생님이 ‘이 나라는 살기 좋은 천국이다’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요.”
“알았다. 너도 어서 맹물 마시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렴.”
“예! 이제 집을 나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정거장으로 내려가요. 그곳에 가면 개자라고 하는 개인용 자동차가 있어요. 그 개자에 오르면 앞에 번호판이 있어요. 할아버지는 4대강으로 벌 받으러 가셔야 하니까 516번을 누르세요. 그러면 그 개자가 알아서 4대강 녹조라테 생산공장으로 갈 거예요.”
“아가! 그런데 맹물은 어떻게?”
“예! 말씀 드릴게요. 516번을 누르고 이번엔 또 747을 누르세요. 그러면 앞쪽에서 컵 달린 수도꼭지가 나올 거예요. 그러면 ‘이명박!’ 하고 말하세요. 맹물이 나와요. ‘친절한 이명박!’ 블랙커피가 나와요. ‘위대한 이명박!’ 설탕커피가 나와요. ‘훌륭한 이명박!’ 아까 그 ‘환4녹테’가 나와요.”
“왜 이명박만 찾는지 궁금하구나. 박근혜도 있고 김무성이도 있는데 말이다.”
“술을 마실 땐 김무성이를 찾으면 되요. 또 한식을 먹고 싶으면 김옥숙을 찾고요. 한복은 박근혜지요. 색안경이나 장난감 총을 갖고 싶으면 박정희고요. 골프도구는 전두환, 또 과일은….”
“아이구, 너무 복잡하구나. 그거 내용을 복사해서 한 장 줄 수 없느냐?”
“그래요. 잠깐 기다리세요. 잘 보이게 큰 글자로 뽑아 드릴게요.”
“고맙다. 얼른 가서 김무성을 찾고 맹물을 마셔야겠다.”
“아휴! 할아버지 김무성은 술이어요. 맹물은 이명박이라니까요.”
“아이고, 할아버지가 착각을 했구나. 알았다.”
신김생원은 뒤 머리를 긁으며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웃었다.
‘아, 그래도 술을 마시게 해주다니…. 그 녀석 참, 쌩뚱한 면이 있었네.’
2013년에 김무성이를 짐승이며, 땡땡불능달구환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들으면 사랑하는 손녀가 또 고발을 해야 한다. 이제 625와 같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짐승이 알면 어떤 험한 짓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 할아버지! 술은 잘 가려서 드셔야 해요. 후쿠시마 앞바다 세슘바닷물과 4대강 녹조라테로 만든 술이 최고급주여요. 하수종말처리장물을 정제한 물, 구제역으로 죽은 소를 묻은 곳에서 채취한 침출수로 만든 술이 1등급이고요. 여기 자세한 내용이 있으니, 잘 보시고 말씀 하세요. 괜스레 형편없이 안 좋은 제주 삼다수나 프랑스 에비앙 샘물로 만든 3등급 술을 드시면 술 깨는 약을 잡수셔야 할 거예요. 아셨죠?”
“알았다. 벌 받으러 가는 처지에 후쿠시마 세슘바닷물이나 4대강 녹조라테로 만든 최고급 술을 욕심내겠느냐? 그냥 제주 삼다수나 프랑스 에비앙 샘물로 만든 형편없는 3등급 술 마시련다. 그러니 걱정마라.”
“맘대로 하세요. 그럼 잘 다녀오세요. CCTV, 카, 레, 스, 블파라치 조심하시고요. 자나 깨나 말조심, 머리에서 발끝까지 조심조심 행동조심!”
“오냐. 알았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카, 레, 스, 블파라치 인가 살펴보자. 저기 저기 저 전봇대 CCTV 조심하자, 그러련다. 그리고 다른 말은 일체 안하고 ‘야! 거기 여의도와 인왕산,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 사랑 제일 건물 세워놓고 그랩하면서 헬랠래야 잘 사는 인간들아! 이 썩을 놈! 골은 놈! 똥누재들아!’ 교학사 사전에 있는 그런 좋은 말만 하련다.”
마침내 신김생원은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히는 대인기피증, 광장공포증을 간신히 참으며 100년 만의 외출 길에 나섰다.
<줄탁동시>
민초가 뽑아놓은 위정자들과 민초들의 줄탁동시(啐啄同時)???
민생 챙기기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권력의 거짓, 기만, 사기, 협잡, 공작, 사찰, 공갈, 협박, 고문 등
민초들에게 그런 나쁜 짓을 안 하는 게 참 민생 챙기기요 줄탁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