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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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컴컴한 거 보니 새벽이다. 비가 오는 모양이다. 것도 뇌성과 함께다. 눈을 감아도 번쩍하는 번갯불에 눈이 시리고 곧바로 하늘을 찢는 소리가 귀청도 찢는다.
눈을 뜰까 말까 신김생원은 망설였다. 어제 일은 꿈일 거다. 서천 한산의 소곡주 한병 마시고 잠들었을 뿐인데, 어찌 100년의 세월이 흘렀단 말인가? 그리고 이 세상이 지옥이 되었단 말인가?
뜰까? 말까? 망설이다 신김생원은 눈을 번쩍 떴다. 재빨리 달력을 훔쳐봤다.
아! 절망이다. 지옥과 같은 나라의 달력은 2113년 9월 14일이다.
“할아버지!”
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그 소리다. 어제 들었던 신김생원의 손녀 목소리다. 그 옥구슬 소리가 분명하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2113년이 확실한 거다.
“뭐냐? 이 이른 아침에?”
“할아버지! 어제 제가 할아버지를 유언비어 유포죄로 고발한다고 했잖아요.”
“그래, 선생님이 칭찬하더냐?”
“그럼요. 아침 조회 때 교장선생님이 전교생 앞에서 칭찬을 했어요. 그래서 이 달의 훌륭한 학생에 뽑혔어요.”
“잘했다.”
“그리고 정홍원 국정원장이 직접 서명한 출두 명령서도 주었어요. 아침 일찍 할아버지께 드리라고 했어요. 저 착하지요?”
백점 맞은 시험지 자랑하려고 득달같이 집으로 달려가서 ‘백점 맞았어!’ 큰 소리로 자랑하며 시험지를 깃발처럼 흔들던 추억은 있다. 그런데 무슨 놈의 세상이 이리 변했을까? 손녀에게 할아버지를 고발하게 하고 백점 맞은 시험지가 아닌 출두명령서를 자랑스레 들고 가게 하는 교육, 그런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그래, 착하다. 그 출두명령서 좀 보자.”
“자, 봐요! 선생님이 할아버지는 운이 좋다고 했어요. 이번에 박석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벌을 준대요. 왜냐하면 할아버지처럼 죄질이 나쁜 사람은 선풍기를 좌빨들처럼 왼쪽으로 돌린대요. 그래서 박석순 장관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뉴라이트처럼 오른쪽으로 돌리게 한대요. 야! 할아버지! 참 좋으시겠다. 위대하고 훌륭한 박석순 장관이라했는데, 직접 만날 수 있으니 말예요.”
“그래, 성령만으로 하나님이 아들을 낳듯 참으로 영광이다.”
“할아버지! 그치요? 선생님이 그랬거든요. 이거 너희 가문의 영광이라고요. 이거 다 제 덕분인줄 아세요.”
“오냐, 고맙다. 그 썩을 놈인가, 골은 놈인가 그러잖아도 한 번 낯바닥 직접 보려고 했는데 잘 됐다. 변희재인가 똥누재인가 하는 놈이랑, 그 두 놈은 내 조천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놈들이다.”
“할아버지! 지금 그 말 욕이지요. 썩을 놈, 골은 놈, 똥누재라는 말은 욕인 것 같은데요?”
“왜 욕을 하면 또 신고하라고 선생님이 그러더냐?”
“맞아요. 그래서 신고를 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나와요. 그러면 돈이 많이 들어요. 왜냐하면 욕을 한 죄인 집에서 출장비를 전액 부담하거든요.”
“그까짓 출장비 부담하련다. 이 할애비 돈 좀 있다. 그 돈으로 황교안인가, 누렁교활인가 그놈도 낯바닥 좀 볼란다.”
“할아버지! 그것뿐만이 아니어요. 이명박 전 전 대통령이 법을 만들었어요. 죄인이 못생긴 맛사지걸까지 대접해야 해요. 잘생긴 맛사지걸은 백만원인데, 못생긴 맛사지걸은 천만원이어요. 그러니까 황교안이 감찰을 나오면 우리 집은 망해요. 아버지 1년 연봉이 천만원인데 어떻게 못생긴 맛사지걸을 대접하겠어요?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 망할지도 몰라요.”
“아가, 걱정마라. 할애비한테 천만원 있다. 그러니 그 누르팅팅교활이한테 대접할 못생긴 맛사지걸 걱정마라. 그런데 아가. 썩을 놈, 골은 놈, 똥누재라는 말이 욕이라는 걸 어찌 생각했냐? 교학사 판 국사 교과서, 아니 사전에서 봤더냐?”
“지난번에 제 친구 할아버지가 김기춘 어버이가스통할배연합 장관에게 그렇게 말했다가 신고를 당했거든요. ‘다 늙어서 썩은 놈, 골은 놈이 똥누재 화장실에 갔구나.’ 이리 말했어요. 그래서 제 친구가 즉각 스마트폰으로 동영상를 찍어 선생님께 신고를 했거든요.”
“그래서 어찌 됐느냐?”
“잘 몰라요.”
“그럼, 교학사 판 사전을 보자. 썩을 놈, 골을 놈, 똥누재가 뭐라고 돼있는지 보자.”
“예! 사전 가져올게요.”
그리하여 신김생원은 돋보기를 걸치고 손녀와 함께 교학사판 사전을 펼쳐 위의 낱말들을 찾았다.
‘썩을 놈 : 사람이 죽으면 썩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참으로 좋은 칭찬의 말이다. 골은 놈 : 생선으로 젓을 담그면 발효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골은 놈이라는 말은 잘 삭힌 젓갈을 뜻하는 토속어로 가까운 친구 사이에만 나누는 정겨운 말이다. 똥누재 : 물은 흐르고 사람은 똥을 눠야 한다. 똥누재는 특히 변희재 유엔 사무총장의 아호로 세계적인 유행어가 되어 한국의 국격을 한층 높인 고급 품격의 언어다. 한때 이 똥누재가 전 세계 신생아의 이름으로 수만 명이 동시에 등재되어 해외 토픽이 되기도 했다. 한국의 서울에서 이 이름의 상표명이 고가의 액수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야! 할아버지! 썩은 놈, 골은 놈, 똥누재가 참으로 좋은 고급 언어네요. 아! 이제 생각나요. 이 말을 한 제 친구 할아버지가 한국 최고의 훈장인 성지 시민훈장을 받았지요. 그러니까 이 좋은 말을 해서 성지에서 살 수 있는 시민훈장을 받은 거군요.”
“성지에서 살 수 있는 성지 시민훈장이라니? 그건 또 뭐냐?”
“이명박의 고향인 오사카와 포항, 박근혜의 고향인 경부 구미, 김무성의 고향인 부산을 성지라고 불러요. 그리고 그곳에서는 아무나 못 살아요. 자격을 갖춘 선택받은 시민들만 살 수 있지요. 그런데 성지 시민 훈장을 받으면 그곳 성지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거지요. 그래서 누구나 꿈꾸는 성지 시민훈장이지요.”
“그렇다면, 이 할애비도 그 성지 시민 훈장을 받아야겠다. 다시 한 번 내가 그 좋은 말을 할 테니 네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신고를 하렴.”
“좋아요. 자, 그럼 찍을께요.”
그렇게 돼서 신김생원은 교학사 판 사전에 실린 그 품격 높은 말을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었다.
“야! 거기 여의도와 인왕산,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 사랑 제일 건물 세워놓고 그랩하면서 헬랠래야 잘 사는 인간들아! 이 썩을 놈! 골은 놈! 똥누재들아!”
“야! 할아버지 멋있다!”
“그래! 잘 찍었느냐?”
“예! 할아버지! 진짜 영화배우 뺨치게 잘했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곧바로 학교 선생님, 그리고 여러 종편떡 방송사와 미국에 있는 돈좀조(DongJungJo) 신문사에도 보낼게요”
“이제 성지 시민 훈장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그런데 정말 그 훈장을 줄거나?”
“할아버지! 틀림없어요. 해봐서 무엇이든 잘 알던 이명박 전 전, 원칙과 신뢰의 박근혜 전, 김재원 국회의장이 구십도로 절하며 형님으로 모시는 김무성 현 대통령에 이르도록 지켜진 법이지요. 그러니 성지 시민 훈장은 따 논 당상이지요. 야! 할아버지 좋으시겠다. 성지에서 살 수 있게 되시니….”
“그래! 참 좋다. 살아보고 진짜로 성지가 좋으면 그 훈장 너 주마.”
그리 말하며 신김생원은 손녀를 한없이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미소가 가득했다. 그 다음 눈을 돌려 책상 위에 걸린 2113년 달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눈썹에 이슬방울이 맺혀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공개 된 200억이 넘는 그림이다.
너무나 행복해서 저절로 흘리는 눈물일까?
물질과 쾌락 추구에 대한 눈물의 경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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