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神金生員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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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김생원이 눈을 떠보니 이상하다. 책상 위 달력의 년도와 날짜가 2113년 9월 13일이다.

기분 좋게 잠이 든 것은 2013년 9월 13일이었다. 그날 한반도 서쪽 고을인 서천군 한산면의 특미주인 소곡주 한 병을 마신 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달력의 날짜가 1백년 뒤를 알려주고 있다.

‘그 술이 백제 왕실에서 마시던 진상주이고, 맛에 취해 멋모르고 마시다간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앉은뱅이 술이라더니 아직 술이 덜 깼는가보다.’

그리 생각하며 머리를 흔드는데 방문이 활짝 열린다. 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여자애 목소리다.

“할아버지! 늦잠 주무시면 어떡해요? 숙제 좀 도와주세요.”

‘아니 언제 내 손녀가 저리 컸단 말이냐?’

갓 백일을 지난 손녀가 있긴 했다. 그런데 숙제 도와달라는 손녀라니? 어리둥절 하는데 옥구슬이 계속 구른다.

“할아버지! 드넓은 만주벌판을 개척하고 당나라 오랑캐를 물리친 장군이 박정희 맞아요?”

“무어라?”

“그 박정희의 선배인 기시 노브스케가 조선을 강탈한 청국을 물리치고 조선을 독립 시켰지요? 맞지요? 그리고 안중근이란 테러리스트가 동남아의 평화 전도사인 이토오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쏜 사건이 지구 최대의 살인사건이지요?”

“그리 말하는 너는 누구냐?”

“할아버지! 제가 누구긴 누구예요? 할아버지 손녀지요. 오늘 아침 할아버지 참 이상하시다. 근데 저 지금 바빠요. 얼른 숙제 해가지고 가서 귀태이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궁에 가야한다구요. 가서 합창을 해야 해요.”

“무슨 합창인데?”

“할아버지! 오늘 왜 이렇게 답답해요. 지금 전 우주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이 노래를 모르셔요? 티비, 라디오에서 하루에 5시간씩 의무적으로 틀어주고 있잖아요. ‘위대하신 이명박과 김옥숙, 한식의 세계화라, 발가락에 다이어를 끼고서, 4대강 녹조라테 녹색성장 완성하여, 하나님께 봉헌하사 생명 세상 일궜네. 한복의 세계화로 새벽종을 울리고, 초가집도 부수고 새마을을 만드니, 바뀌었네 박근혜 은혤세, 안기부와 국정원이 물려주고 이어받자, 저도의 추억으로 국사교육 부활하사 이 나라를 살렸네.’ 이 노래를 부를 합창단원으로 제가 뽑혔단 말예요?”

“그래,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자. 지금 대통령은 누구냐?”

“누구긴 누구여요? ‘역사와 댓글, 그리고 아부아첨사이의 뒷조사’라는 책으로 더욱 유명해진 국회의장 김재원의 책보다 더 잘 팔린, 전 세계 고고학자의 고증을 받아서 출간된 ‘한국은 일본의 부속반도다’를 쓴 김무성이지요. 총리는 단군 이래 5천년에 한 번 나온다는 천재 역사학자 이명희고요. 맞아요. ‘광개토왕은 전두한의 한 수 아래다, 이승만은 한국을 넘어 세계 대통령이었다.’ 등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여 전 세계 인류를 감동 시켰잖아요. 것도 몰라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김정은이가 다스리고 있느냐?”

“북한이랴뇨? 오래 전에 오바마라는 미국 대통령이 박살을 내버렸지요. 봐요. 여기 역사책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때 북한 영변의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어 동해가 오염되었지요. 죄도 없는 이웃 나라 일본 후쿠시마 사람들이 그 때문에 무척 고생했지요.”

“후쿠시마 사람들이?”

“예! 그래서 우리 한국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후쿠시마 산 수산물을 매해 5.16만톤씩 사서 학교, 군대, 큰 식당 등에서 소비해줬어요. 그 은혜를 갚는다고 일본이 북한의 땅을 모두 샀지요.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나라는 독도와 울릉도를 덤으로 일본에게 줬지요.”

“너, 네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냐?”

“여기 교학사 판 역사책에 기록이 있어요. 자료 사진도 있고요. 세계적 정보 사이트 구글에서 보증하는 기록이고 사진인걸요.”

“그래, 좋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자.”

“아휴! 할아버지! 저 지금 바쁘단 말예요. 그러니 아까 제 숙제 답이 맞는지 안 맞는지 빨리 말해주세요.”

“그래 맞다. 맞어. 그러니 한 마디만 대답해주렴.”

“뭔데요?”

“지금 여기가 사람 사는 세상이냐? 지옥이냐? 내가 살았냐? 죽었냐?”

“할아버지! 참 이상하시다. 광우병 걸린 미국산 쇠고기, 북한 영변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산 생산을 실컷 먹고도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게 운수대통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래요. 그런데 왜 할아버지가 죽어요? 정홍원 국정원장이 말했어요. 집안에서 그런 말 하는 가족이 있으면 신고하라고요. 할 수 없어요. 오늘 학교에 가서 할아버지를 신고할래요. 그리 아세요.”

“알았다. 그렇게 하렴. 네가 물어본 말 다 맞으니 어서 학교나 가렴.”

“알았어요. 이제 할아버지는 선풍기 들고 4대강으로 나가는 벌을 받을 거예요. 벌은 교육부 장관 박석순이가 주지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4대강 강물에 선풍기를 돌리는 엄숙하고 정중한 벌이지요. 그러면 강물에 산소가 발생해서 녹조라테를 많이 생산하여 국부를 신장시키고 무역을 넓힌대요. 그러니 할아버지 절 원망마세요. 다 유언비어를 말한 할아버지 잘못이니까요. 국부신장과 무역 넓힘을 위해 좋은 일 한다 생각하세요.”

“알았다. 하나만 더 알려다오. 너무 궁금해서 그런다. 그런데 지금 변희재는 뭐하고 있느냐?”

“그 유명한 분을 몰라요. 통일부 장관, 일본 대사를 거쳐 지금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있잖아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교재에 살아있는 위대한 영웅으로 전기가 실려 있고 그의 생애를 의무적으로 암송을 하고 있어요. 시험에 단골로 출제 되거든요. 자, 책 줄 테니 읽으며 암송하세요.”

신김생원의 손녀딸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쟁반위에 옥구슬을 굴려놓고 사라져버렸다.

“여긴 지옥이야!”

그때 신김생원의 눈에 소곡주 술병이 보였다. 그것도 한 병이 온전하다.

“여긴 지옥이다~아! 지옥!”

신김생원은 피를 토하듯 크게 외치고 소곡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봉비오동불처 비죽실불식(鳳非梧桐不凄 非竹實不食)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대나무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지만, 대나무는 죽는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다.

갑이 행운을 얻으려고 을의 행복을 짓밟는다.

지금 이 세상이 生인가? 虛인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