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천지 군유산
함평군 손불면에 주봉을 두고 영광군 군남면까지 발을 뻗은 군유산(403m)은 고려 태조 왕건이 태봉국의 장군 시절에 3천 기마병을 조련했던 곳이라 전한다. 산의 남쪽 삼천동 마을은 기마병 삼천이 주둔하며 조련한 곳이고, 마구청은 말을 사육한 곳이라 한다.
군유산에 오르는 길은 함평 손불서초등학교가 있는 손불면 북성리 사기마을이나 차경마을, 양재리 호암마을 쪽, 그리고 영광 군남면 용암리 용암제 등 다양하다.
소요 시간은 어느 쪽이거나 느긋하게 3시간여다. 군유산을 중심으로 감투봉, 영흥사, 깃대봉 마애불, 월암산까지 다 둘러보려면 한 시간 쯤 더 여유를 가지면 된다.
군유산 정상만 재빨리 다녀오려면 손불면 북성리에서 신광면 송사리로 넘어가는 2차선도로가 끝나는 지점 차경마을 엉덩이 쪽, 영산기맥에서 오르면 된다.
2011년 6월 14일, 땀이 비 오듯 이마를 적신다. 눈으로 들어가니 쓰라리다. 하지만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는 맛에 푹 빠져서 행복하기만 하다.
‘내일 까지 시 2편 보내주세요.’
우리 남도문학회 수석부회장인 초당대학 박일훈 교수의 말소리가 산속이라 그런지 전화기에서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알았습니다.’
나보다도 다른 회원들에게 발표의 자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쓸 생각을 안했는데, 열정 어린 박 교수의 얼굴이 떠올라 얼른 대답을 하고 만다.
문학이다, 삶이다, 다 잊고 온 몸에 산의 정기를 받는데 열중하다가, 그 때부터는 시상을 고르며 산행을 계속한다. 입속으로 중얼중얼, 누가 보면 미쳤다 하겠지? 히죽 웃음까지 나온다.
덥다. 흠뻑 젖었다. 깃대봉 정자에 올라 하나 둘 옷을 벗는다. 타잔이 되어 군유산의 바람, 나무, 꽃, 풀, 햇살을 온 몸에 받는다.
살아있음에 행복이어라. 그 순간이 바로 낙원이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라 마애불을 뵙는다. 천년 이끼가 끼어 윤곽이 흐릿하다. 누가 무슨 일념으로 저 마애불을 새겼을까? 밑그림을 그렸을 화공과 정성껏 파내었을 석공을 생각한다. 왕건을 따라온 이들이었을까? 바다에 나간 어부들을 위한 가족들의 정성일까?
누군가의 소망이고 일념이었겠지만, 오늘은 외딴 산속을 찾은 나그네가 이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사람을 위해 잠시 묵상을 한다.
내려와서 시 2편을 마무리 한다.
<시>
군유산 마애불
임금이 머물렀다고
다 군유산은 아니다.
왕건의 삼천 기마병 함성소리 새겨진
함평 손불면 군유산 깃대봉 마애불
호남정맥 내장산이 순창 세재에서 갈라져
정읍 입암산, 장성 방장산을 지나
서해로 오다 솟은 군유산이
부처님의 자손, 손불 앞바다 쪽에
아우인 월암산을 만들다가
가운데쯤에 깃발을 꽂으니 깃대봉인데
무슨 사연일까
다 못 그리고 떠난 듯 흐릿하다.
군유산 깃대봉 마애불
딸이 자라면 아내가 되고 어미라 불리우고
아들이 자라면 남편이 되고 아비라 불리운다
천년도 더 넘은 그 시절
사랑하는 지어미나 지아비를 새겼으리라
고향에 두고 온 사랑을 위해
어느 기마병사의 염원일레라.
군유산 깃대봉 마애불
앞으로도 천년만년
이 땅의 아들딸, 남편과 아내, 어미와 아비를 위해
두 손 모으리라.
두 손 모으니 마음에 또렷해지는
군유산 깃대봉 마애불
<시>
6월도 잔인한 달
6월도 잔인한 달
트윗 트윗 트윗
엘리엇 선생의 트윗, 트윗 소리는
우리 입으로는 헉헉, 헉억 소리다.
봄 내내 농부와 열애 하더니
6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마침내 옥동자다.
남도 들녘 밭마다 양파가 캐어져 나온다.
빨강 망에 20kg씩 넣어져 차곡차곡
밭가에 한 줄로 산성처럼 쌓인다.
겨울 금값이던 배추가 똥값이 되고
양파마저 똥값이니 똥산성이다.
비싼 배추 대신 양배추 먹으면 되었고
양파 싸면 이제 양파 안 심으면 되고
돈 없으면 소비 줄이면 되고
등록금 걱정? 장학생 되면 되고
되고, 되고, 되고
도대체 안 되는 게 무얼까?
엘리엇 선생의 트윗 트윗 트윗이
우리에겐 되고 되고 되고다
6월도 잔인한 달이다.
영광 손불면 북성리로 들어가는 들머리, 농부의 땀 양파
양파값이 똥값이니 똥산성이다. 멀리 보이는 산이 함평천지 제일봉 군유산이다.
사기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30여분 오르면 삼거리에 도착한다.
산딸나무 하얀꽃과 엉겅퀴꽃
마라난타 존자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라는 전설이 깃든 연흥사
연흥사 삼성각
산딸나무 꽃그늘이 아름다운 대웅전, 시원한 약수가 나그네의 갈증을 달랜다.
절집이 아담하면서도 웅장하다
산딸나무꽃이 피어있는 절집 풍경
깃대봉 마애불이다
부처님의 모습이 후덕하다. 화공과 석공의 마음을 읽는다
아기 부처님들이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있다.
천년/또/천년을 기다려/님이 손짓해도/그저/미소지을뿐
천년/또/천년/무심한 바람결에/그 미소가/사라진다.
작자 미상의 '마애불' 시다.
여름 산 정자에 하루 종일 기웃대는 사람도 없다. 깃대봉 정자, 조금 가면 마애불이다.
북성리 사기마을 앞에 세워진 등산 안내도
차경마을 엉덩이쪽에서 오르면 정상이 금방이다.
바람이 불자 때죽나무 하얀꽃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정상을 앞에두고 잠시 땀을 닦는다
군유산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에 새겨진 군유산 유래
가녀린 골무꽃에 입맞춤하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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